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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부 ‘탄저균 사건’ 조사결과에 ‘한국’은 없었다

 
미국 국방부 ‘살아있는 탄저균 배송사건’ 보고서 발표… 주한미군 ‘실험 계속’ 의지도 드러내
 
김원식 | 2015-07-24 15:40:28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미 국방부 ‘탄저균 사건’ 조사결과 38페이지에 ‘한국’은 없었다
미국 국방부 ‘살아있는 탄저균 배송사건’ 보고서 발표… 주한미군 ‘실험 계속’ 의지도 드러내


미국 국방부는 최근 ‘살아있는 탄저균’ 배송 사건에 관해 최종 조사 보고서(final report)를 발표했지만, 주한미군에 살아있는 탄저균이 배송된 사건과 이와 관련한 생화학전 실험 의혹에 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아 파문이 예상된다.

미 국방부는 23일(현지 시각) 최근 발생한 이른바 ‘살아있는 탄저균 배송 사건’에 관한 최종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 국방부의 이날 38페이지에 달하는 ‘살아있는 탄저균 부주의한(inadvertent) 배달’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번에 살아있는 탄저균을 배송한 연구소로 지목된 더그웨이 연구소(Dugway Proving Ground) 등이 탄저균 샘플을 검사하는 절차(protocol)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 이번 사고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특히, “탄저균을 죽일 수 있는 만큼 충분한 방사능을 사용하는 데 실패했으며, 이후 탄저균이 죽었는지 여부를 정확히 테스트하지 못한 것”이 이번 사건 발생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 국방부는 “(이것은) 수십 년에 걸쳐 발생한 생화학 안전에 관한 실수(mishap)이기에 어느 한 가지 이유가(single root) 이번 사고를 불러왔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러한 실수(blunder)가 어느 개인이나 기관(group)의 실수로도 볼 수 없고, 이러한 일이 일어나게 된 근본원인을 밝혀낼 수도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미 국방부는 “이러한 위험한 병원균(pathogens)을 다루는 미국 내 4개 연구소에 대한 표준 지침(standards)을 마련해야 하며 이번에 더그웨이 연구소에서 이러한 (관리) 실패에 관련된 인사들은 처벌되거나, 파면(remove)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의 이번 탄저균 사건 조사 결과 발표는 미국이 수십 년 넘게 ‘국제생물무기협약(BWC)’마저 위반하며 여러 생화학전 실험을 강행해 왔다는 본질과 이에 따른 책임을 은폐한 발표라는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다. 더욱 탄저균은 완전히 사멸할 수 없다는 지적이 그동안 미국 내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됐음에도 불구하고 미 국방부가 이러한 위험한 탄저균 실험을 계속했다는 사실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미 국방부도 이날 보고서에서 “탄저균 포자는 특히, 죽이기가 어렵고 살아있는 탄저균은 방사능으로 처리(injured)된 후에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것이 분명하다”며 이런 점을 인정했다.

러트커스대학 생화학과 리처드 에브라이트 교수는 “이번에 살아있는 탄저균 배송 사건이 (단지) 과학적 합의(consensus) 부족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미 국방부 발표를 강하게 반박하면서 “(이는) 형사적인 문제의 관리 소홀(criminally negligent)이며, 과학적 불확실성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에브라이트 교수는 특히, “더그웨이 연구소는 과학적 프로그램이 아니라 산업적인 (탄저균) 생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살아 있는) 탄저균 포자를 받은 대상도 군 관련 계약기관이나 군사기지이지 과학자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대규모의 지속적인 (탄저균 관리) 실패가 단지 작은 기술적인 문제로 설명될 수 없다”면서 “탄저균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를 분간 못하는 연구소에서 만약 실제로 실험이 이뤄졌다면, 그것은 경악할 만큼(appallingly) 잘못된 방식”이라면서 더그웨이 연구소를 비롯한 미 국방부 산하 연구소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23일 미 국방부가 발표한 ‘살아있는 탄저균 배송 사건'에 관한 최종 조사 보고서’ 표지ⓒ미 국방부

미국 국방부, 주한미군 실험 의혹에 관해서는 언급 전무… 주한미군 “상호간 능력 향상” 실험 강행 의사 피력

미 국방부는 이번 발표에서 살아있는 탄저균이 배달됐고 생화학전 관련 실험이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드러난 한국의 주한미군 배송 사건에 관해서는 전혀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미 국방부는 이번 탄저균 배송 사고가 일본, 영국, 한국을 비롯한 7개국 연구소, 미군 군사 기지와 미국의 각 주에 산재한 연구소, 군사 실험실 등 86곳에 배달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최소 미군 16명과 비국방부 소속 직원 5명 등 21명이 ‘노출 후 예방조치(Post-Exposure Prophylaxis)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5월 27일 주한미군이 이번 살아있는 탄저균 배송 사건에서 22명이 격리 등 예방적 조치를 받았다고 밝힌 사실과 거의 일치한다. 다른 지역에서는 거의 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는데 유독 한국에만 이런 조치가 이뤄진 배경을 둘러싸고 과연 주한미군에서 어떠한 실험이 행해졌는지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상황이 심각함에도 주한미군(한국)에 관해서는 미국 국방부가 공식 발표에서 전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음이 드러났다. 파문 확산을 우려한 주한미군이 24일 오전 성명을 통해 "주한미군사령부는 한국 측 파트너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양국의 생물 방어 프로그램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런 프로그램들은, 한국 시민과, 양국의 군 병력을 보호하고, 또한 안전하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한미군은 성명에서 “한미 동맹의 생물 방어 협력 합동 실무단은, 생물 방어 프로그램의 지속적인 협의를 보장할 것"이라면서도 "동맹의 생물 방어 프로그램은, 대단히 실제적이고 심각한 생물 위협에 직면한, 양국 군의 준비태세와 방어 역량을 증강하도록 고안되었다”고 강조해 계속 생화학 실험 등을 이어 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또 성명은 “본 합동 실무단은 미 국방부 실험실 보고서의 정보들을 포함, 생물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양국 상호 간의 능력을 보장하면서, 상호 생물 방어 역량을 협력하기 위해 정례적으로 공동 회의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혀 이번 합동 실무단의 구성도 사고 원인 조사나 재발 방지가 아니라 생화학전 능력 향상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미 국방부 발표에 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미군문제연구위원장인 하주희 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미 국방부의 발표는) 국제법과 국제협약 등에서 금지하고 있는 탄저균 등 생물 무기 실험을 실시한 미국이 즉각 중단이나 이에 대한 사과의 표시도 없이 단지 기술적인 실수로 인한 살아있는 탄저균의 배달 사고로 축소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하 변화사는 특히, “단순한 배달 사고를 넘어 생물 무기 실험이 계속 진행되고 있었던 사실이 밝혀진 주한미군 문제에 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경악할 일”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미 국방부 최종 보고서에서는 한국 상황이 전혀 언급되지 않고, 주한미군도 성명을 통해 이번 살아있는 탄저균 배송 사건에 관한 사과나 실험 중단 및 관련 시설 철거 등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능력 향상 부분을 강조해 파문이 더욱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중의소리’에 게재된 필자의 [단독] 기사입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1&table=newyork&uid=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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