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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다던 국립공원 지정, 이제는 너도나도 요청

 
김정수 2015. 09. 02
조회수 1167 추천수 0
 

22번째 국립공원은 태백산 유력, 신안·무안은 첫 갯벌국립공원 후보

공원구역 해제 민원은 옛 일, 국비 지원·지역경제 활성화 기대 커

park1.jpg» 태백산 정상의 주목 군락. 설악산-오대산-소백산을 잇는 백두대간의 핵심이지만 군사훈련기지와 주민의 반대로 국립공원에서 빠졌던 태백산이 마침내 2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사진=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우리나라엔 모두 21개의 국립공원이 있다. 1967년 지정된 지리산국립공원이 맏형이고, 무등산국립공원이 막내다. 스무번째 국립공원이 지정되고부터 2013년 무등산이 스물한번째 국립공원으로 이름을 올리기까지 25년이 걸렸다.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모양이다. 강원도 태백산, 전남 신안·무안갯벌, 대구·경북의 팔공산 등 국립공원 지정을 희망하는 지역이 줄지어 있기 때문이다. 
 

보호지역 면적을 늘려야 하는 환경부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우리나라는 2010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제10차 생물다양성협약(CBD) 총회 결의에 따라 현재 국토의 10.3%인 육상 보호지역 면적 비율을 2020년까지 17%로 늘려야 한다.

 

거론되는 국립공원 후보지 대부분은 이미 도립공원 등으로 지정된 곳이지만, 국립공원으로 승격되는 과정에서 보호지역 지정 면적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무등산의 보호지역 면적도 도립공원 때는 30.2㎢였으나 국립공원이 되며 75.4㎢로 늘어났다.
 

지방자치단체나 주민들이 자기 지역을 자연공원 가운데서도 특히 관리가 엄격한 국립공원으로 지정해달라고 나서는 현상은 과거엔 없던 일이다. 오히려 공원 구역에서 풀어달라는 요구가 단골 민원이었다.

 

이런 변화에 대해 국립공원관리공단 미래전략실 남태한 차장은 “2010년부터 국립공원 안의 개발지역·주민밀집지역·숙박상업지역 등을 공원 구역에서 제외해 규제를 줄이고, 공원 주변 주민들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식으로 국립공원 운영이 바뀐 것이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풀이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국비를 투자해 국가를 대표하는 공원의 하나로 전담 관리해주고 명품마을 지정 등을 통해 주민 소득 증대로 연결짓는 방안까지 챙겨주자, 국립공원 지정이 오히려 지역경제에 보탬이 된다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유지 비율이 75%나 돼 과거 같으면 어려웠을 무등산국립공원의 탄생이 이런 변화의 증거로 꼽힌다.

 

00967823_R_0.JPG» 태백산 정상 천제단의 서쪽 사면에서 바라본 영월군 상동읍 천평리 필승사격장의 모습. 사진=한겨레 사진 디비 
 

스물두번째 국립공원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 있는 것은 태백산이다. 태백산의 국립공원화 작업은 4월 태백시의 건의를 받은 강원도가 환경부에 국립공원 지정을 공식 요청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태백산은 설악산~오대산~소백산국립공원을 연결하는 백두대간보호지역의 핵심 지역으로 생태적 가치가 높고 예로부터 하늘에 천제를 올린 신령한 산으로 인식돼왔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공원계획을 수립하려고 조사한 결과를 보면, 강원도 태백·영월·정선·삼척과 경북 봉화에 일부 걸쳐 있는 태백산국립공원 후보 지역은 산양·기생꽃 등 멸종위기종 26종을 비롯한 2837종의 야생생물이 서식해 생물다양성 면에서는 전국 17개 육상형 국립공원 가운데 11위인 북한산과 비슷하다. 자연경관 자원은 9위인 소백산국립공원, 문화경관 자원은 12위인 덕유산국립공원과 유사한 수준으로 분석됐다.

00967874_R_0.JPG» 태백산에 분포하는 북방계 희귀식물 기생꽃. 사진=한겨레 사진 디비

 

환경부는 애초 면적 17.4㎢의 태백산도립공원과 인근 함백산과 대덕산·금대봉 생태경관보전지역 등을 포함한 126㎢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계획 면적 가운데 91%가 국공유지인데다, 대부분 이미 백두대간보호지역·상수원보호구역·문화재보호구역 등으로 지정돼 있는 곳이어서 산림청 등 관계 기관과 협의만 잘되면 이르면 올해 안에도 국립공원 지정이 가능하리라는 것이 환경부의 계산이었다.

 

하지만 영월·정선군 일부에서 반대 목소리가 높고, 공원 지정을 건의했던 태백시에서도 일부 다른 의견이 나오고 있는 탓에 지정되더라도 면적이 무등산국립공원 규모 이하로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태철 환경부 공원생태과장은 “9월 중으로 공청회를 하고 관계 기관과 협의를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 찬성한 쪽에서 반대 의견을 내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스물두번째 국립공원이 지정된다면 태백산이 가장 유력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park2.jpg» 국립공원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신안 갯벌의 일부인 전남 신안군 압해읍 가룡리 갯벌의 모습. 사진=조홍섭 기자

 

전남 무산·신안 갯벌의 국립공원 지정에 대해서는 특히 지방자치단체에서 적극적이다. 2008년 무안·신안 갯벌 144㎢를 도립공원으로 지정한 전남도는 도립공원 지역을 포함한 갯벌 181㎢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려고 5월부터 1년 기한으로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무안·신안 갯벌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국내 최초의 갯벌국립공원이 된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을 만하다. 현재 국립공원은 바다와 섬을 포함한 해상공원인 다도해와 한려해상국립공원, 해안형인 태안해안국립공원, 사적공원인 경주국립공원 등 4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산악형 공원이다.

 

park3.jpg» 대구시 팔공산도립공원 갓바위 주변의 모습. 사진=대구시
 

경상북도와 대구시에 걸쳐 있는 팔공산도립공원의 국립공원 승격 논의도 2013년 광주 무등산이 국립공원으로 승격된 것을 계기로 힘을 얻고 있다. 팔공산은 자연자원 외에 특히 갓바위와 같은 문화자원이 풍부하고 대구시에 인접해 이용 수요가 많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밖에 부산 금정산, 전남 광양시의 백운산 등에서도 지역 민간단체들을 중심으로 국립공원 지정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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