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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MBC에 있었지만, 이렇게 망가질 줄 몰랐다"

[인터뷰] <뉴스타파> 시즌3 앵커로 합류한 최승호 전 MBC PD

13.02.14 17:04l최종 업데이트 13.02.15 09:43l

 

 

"공영방송 종사자로서 망가진 방송을 보여드려 시청자들께 늘 죄송했다. 제대로 된 방송, <뉴스타파>에서 보여주겠다."

최승호 전 MBC PD는 <뉴스타파> 시즌3에 합류하는 소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언론노조, 해직·현직 언론인이 만드는 인터넷 방송 <뉴스타파>가 1주년을 맞음과 동시에 3월 1일부터 '시즌3'을 시작한다. 최승호 전 PD는 이번 시즌부터 앵커로서 마이크를 잡는다.

최승호 전 PD는 MBC에서 '검사와 스폰서', '황우석 신화, 어떻게 만들어졌나!', '4대강 수심 6M의 비밀' 등을 보도하며 한국 PD저널리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에는 현직 PD들이 꼽은 '가장 영향력 있는 시사·교양 PD'로도 선정됐다. 하지만 김재철 MBC 사장 퇴진을 위한 노조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6월 해직됐다.

시즌3에 앞서, <뉴스타파>는 신입·경력 공채 등을 통해 기존 10여 명의 제작진을 20여 명으로 확충했다. 최승호 전 PD를 비롯하여 KBS 탐사보도팀장과 매체비평 프로그램인 <미디어 포커스> 데스크를 지냈던 김용진 기자,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데이터저널리즘' 전문가인 권혜진 박사도 <뉴스타파>와 손을 맞잡았다. 또 기존의 임의단체 형식에서 비영리 민간단체(NPO)로 조직을 정비하고, 사무실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건물의 언론노조 회의실을 떠나 마포구 신수동의 새로운 뉴스룸으로 옮긴다.

"언론이 바로서야 국정운영이 제대로 될 수 있다"

최승호 전 MBC PD.
ⓒ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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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뉴스타파> 1주년 기념행사를 앞두고 최승호 전 PD를 만났다.

그는 "지난해 <뉴스타파>에 대한 호응은 얼마만큼 공영방송이 망가졌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시민들이 '좋은 뉴스'를 찾아보려 헤매야만 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뉴스타파>에서 그동안 시청자들에게 진 '마음의 빚'을 갚아 나가겠다는 각오다.

최승호 전 PD는 "언론이 바로서야 국정운영이 제대로 될 수 있다는 사실을 MB정부가 증명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타파> 시즌3이 새로 들어서는 박근혜 정부를 견제하며 언론의 참 역할을 해내겠다는 것이다. MBC에 남아있는 동료들에 대해서도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며, 이 엄혹한 언론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자"고 말했다.

이어 그는 <뉴스타파>의 보도방향을 "정확하고 깊숙한 탐사보도"라고 정의내리며, "<뉴스타파> 제작진의 숙명은 기존언론이 다루지 못한 민감하고 중요한 사안들을 보도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최승호 전 PD와의 일문일답이다.

'데이터저널리즘' 도입... "<뉴스타파> 시즌3의 최고 무기"

- 그간 <뉴스타파>의 성과, 과제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앞선 시즌에서도 성과는 많았다. 기본적으로 MB정부가 공영방송을 완전히 휘어잡고 탄압을 했는데, 거기로부터 자유로운 방송을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해직된 언론인을 중심으로 제대로 된 뉴스를 보도하고자 <뉴스타파>를 만들지 않았나.

물론 과제도 있었다. 아무래도 물적·인적 규모 등 여건의 한계가 있었다. 때문에 '임팩트 큰' 보도가 많이 나오지 못했다. <뉴스타파> 후원 회원수 증가(2월 기준 2만7천여 명)로 힘 있는 <뉴스타파>로 거듭나겠다. 감사한 일이다."

- <뉴스타파> 회원 수 증가는 '좋은 방송'에 대한 염원이 반영된 것 아닌가. <뉴스타파>는 이런 염원을 어떻게 만족시켜 나갈 계획인가.
"권력·광고의 영향을 받지 않는 보도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차근차근 규모도 키워나가겠다. 좀 더 많은 언론인을 영입하고, 신입들도 뽑아서 성장시켜 나가겠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뉴스타파>가 독립언론으로 제대로 선다면 조금이나마 그 염원을 만족시킬 수 있지 않겠는가."

- 지난 시즌에서 부족했던 물적기반이 회원 수 증가로 어느 정도 극복됐나.
"일단 제작비 여건이 많이 좋아졌다. 탐사보도에는 시간·인력이 필수적인데 깊이 있는 보도가 가능할 것 같다. 무엇보다 <뉴스타파>에서 '데이터저널리즘'을 시도할 수 있게 됐다. '데이터저널리즘'은 여러 자료들을 모아 분석해, 정확하고 섬세한 보도를 하는 것이다. 이번에 함께 합류한 권혜진 박사가 이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다. 관련해서 팀도 구성했다. (데이터저널리즘은) <뉴스타파> 시즌3의 최고 무기다."

- <뉴스타파>는 앞선 시즌에서 탐사보도로 주목을 받았다.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기본적으로 <뉴스타파>는 공영방송이 망가졌기 때문에 만들어졌다. 그 간극을 메우는 것이 우리의 숙명이다. 공영방송이 보도하지 않는 민감한 사안, 정부의 잘못된 정책 등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MB정부가 망가진 이유는 언론의 견제가 대부분 차단됐기 때문이다. <뉴스타파> 시즌3는 박근혜 정부가 그렇게 되지 않도록 독립언론으로서 견제의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

- 방송횟수도 매주 금요일 1회에서, 매주 수·금요일 2회로 늘어나는데.
"금요일 방송은 기존의 <뉴스타파>처럼 (일반적인 방송뉴스 형식을) 유지할 것이다. 수요일에는 조금 재미있는 접근을 시도할 계획이다. 물론 현실의 뒷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 수요일 방송에는 따로 앵커도 모실 예정이다."

<뉴스타파> 1주년 기념행사.
ⓒ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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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에 바탕 둔 제대로 된 방송 하겠다"

- 대선 이후로, 이른바 '국민방송'에 대한 관심이 크다.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뉴스타파>는 나름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주목이 있다면, 연대를 모색해야 하지 않겠는가."

- 공영방송을 비롯해 언론 문제의 해결을 위해 차기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어떻게 보나.
"최소한 이명박 대통령보다는 박근혜 당선인이 낫지 않겠는가. 이 대통령은 언론에 대한 철학이 없는 사람이다. 내가 겪기에 그는 언론에도 '건설업자'의 태도를 보인다. 무슨 말이냐면, 정권에 나쁜 뉴스는 무조건 막으려고 당근·압력을 가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 지도자는 자신이 불편하더라도 언론의 역할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정이 견제 받고, 그것을 통해서 건강해질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렇지 못했다. 이는 <뉴스타파>가 등장한 배경이기도 하다. 박 당선인은 자기 아버지 시대의 통치에서 언론자유가 부족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거다.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이명박 대통령보다 나을 것이라 기대한다. 물론 모든 일은 미지수다. 우리 언론자유가 언제쯤 돌아올지…."

- <뉴스타파>에 참여하는 소감은?
"개인적으로는 좀 착잡하기도 하다. 나는 26년 동안 MBC에 있었다. 더 이상은 MBC에서 시청자들을 만나고, 보도하는 일이 불가능해지지 않았는가. 공영방송이 이렇게 망가질줄은 몰랐다. 한편으로는 희망도 있다. 방송사라는 조직에 있으면서 크든 작든 내·외부의 관여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 한층 자유로워져 '깎아진 방송'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대감이 있다."

- MBC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에는 최일구 전 앵커도 사표를 제출했다. MBC에 남아 있는 동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각각 자신이 맡은 역할 속에서 엄혹한 언론현실 타개를 위해 노력해줬으면 한다. 물론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노조를 중심으로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 나는 MBC 내부에서 도움을 주기는 어려워졌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MBC 구성원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뉴스타파>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아니겠는가."

-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에게, <뉴스타파> 시즌3의 각오를 전달한다면?
"우선 언론인으로서, 공영방송에서 종사했던 PD로서 시청자들에게 죄송하다. 공영방송이 너무 망가져서, 뉴스의 질을 믿을 수 없게 됐다. 심지어 시청자들은 제대로 된 뉴스를 보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다. 불편을 끼쳐드려서 정말 죄송하다. 그런 마음을 지닌 언론인이 모인 곳이 <뉴스타파>다. 최소한 <뉴스타파>는 시청자들이 언제 보더라도 사실에 바탕을 둔 제대로 된 방송을 하겠다.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린다."

<뉴스타파> 1주년 기념행사... "언론인은 기사와 프로그램으로 말한다"
13일 오후 7시 30분,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실에서 <뉴스타파> 1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진행은 지난 <뉴스타파> 시즌에 참여했던 이근행 MBC PD와 영화 '두개의 문' 김일란 감독이 맡았다.

행사에는 <뉴스타파> 후원회원을 비롯해 정영하 전 MBC노조위원장, 최상재 전 언론노조 위원장 등 언론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또한 김정우 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등 노동자들과 진선미, 신경민 민주통합당 의원 등 정치권, 시민사회와 학계, 문화계 인사 총 200여 명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김정우 지부장은 "<뉴스타파>는 국민들에게 진실한 보도를 전하기 위해 애쓰는 언론 노동자들의 노력 그 자체다"라며 "아직도 일터로 돌아가지 못한 언론 노동자들이 어서 제자리를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박현진 기자는 오마이뉴스 17기 인턴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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