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의장이 24일 새벽 김재수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해임 결의안 통과를 선언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정세균 국회의장이 24일 새벽 김재수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해임 결의안 통과를 선언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한밤까지 대치, 자정넘어 상정
새누리 반발, 표결 불참
찬성 160표-반대 7표로 가결
2003년 한나라당 단독 처리 이후 
13년 만에 첫 해임안 통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낸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24일 새벽 표결에 부쳐져 찬성 160표, 반대 7표, 무효 3표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29석의 새누리당은 거세게 반발하며 표결에 불참했지만, 여소야대 속 야3당 공조의 위력을 실감해야 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날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이 이어지던 23일 밤 11시57분 “자정이 가까워졌으나 예정된 의사일정을 모두 처리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며 본회의 차수 변경을 위해 산회를 선포했다. 이어 새누리당의 집단 반발과 퇴장 속에 24일 0시18분 본회의를 다시 개회한 뒤 두 야당 및 무소속 의원 132명이 낸 해임건의안을 상정해 표결을 진행했다. 야권의 해임건의안 제출 공조에서 이탈했던 국민의당(38석)은 찬성 당론을 정하지 않고 자유투표에 나섰는데, 의원 대부분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것은 참여정부 첫해인 2003년 8월, 당시 의석 과반을 점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단독 처리한 뒤 13년 만에 처음이다.

 

해임건의안의 구속력은 없지만, 과거 해임건의안이 통과됐을 때 해당 국무위원들은 대통령의 ‘만류’에도 스스로 물러났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해임건의안을 수용하지 않고 김 장관의 자진 사퇴도 용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여야 관계의 경색과 강경한 대치 국면을 부를 가능성이 커졌다. 대통령 최측근 비선실세라는 최순실씨 의혹이 핵심 이슈로 떠오른 상황이어서 곧 시작되는 국정감사에서도 정면충돌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국회법을 위반한 날치기 처리로 협치는 끝났다”고 했다.

 

자정 넘어 투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24일 0시18분에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새누리당이 퇴장한 가운데 야당 의원들이 투표하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자정 넘어 투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24일 0시18분에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새누리당이 퇴장한 가운데 야당 의원들이 투표하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23일부터 새누리당은 해임건의안 상정·표결을 막기 위해 밤늦게까지 집요한 ‘지연 작전’을 폈다. 오전 10시부터 예정돼 있던 대정부질문은 오전 9시부터 시작한 새누리당 의원총회가 길어지면서 결국 오후 2시로 미뤄졌다. 대정부질문에서도 황교안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이 평소보다 장황한 답변으로 여당의 시간끌기에 동참하는 이례적인 풍경이 연출됐다. 여당 의원은 황 총리를 상대로 ‘국정 현안’이 아닌, 2년 전 해산한 통합진보당 사건을 묻기도 했고, 법무부 장관으로 해산을 주도한 황 총리는 이를 10분 넘게 설명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저녁 8시께에는 “저녁밥을 먹고 하자”며 본회의장 단상까지 점거해, 밤 9시에야 대정부질문이 속개됐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