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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렬 전 판사 “조건부 영장은 무효…집행돼선 안 돼”

 

法, 조건부 부검영장 발부.. “비겁하게 충돌 책임 백남기 유족에게 떠넘겨”김미란 기자  |  balnews21@gmail.com
 

유족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28일 저녁 8시 35분께 故 백남기 농민 시신에 대한 부검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이례적으로 ▶ 부검장소는 유족 의사를 확인하고 서울대병원에서 부검을 원하면 서울대병원으로 변경할 것 ▶ 유족이 희망할 경우 유족 1~2명, 유족 추천 의사 1~2명, 변호사 1명의 참관을 허용할 것 ▶ 부검 절차 영상을 촬영할 것 ▶ 신체 훼손을 최소한으로 할 것 ▶ 부검 실시 시기, 방법, 절차, 경과에 관해 유족 측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는 등의 내용을 영장 집행 조건으로 달았다.

   
▲ 故 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영장이 발부된 28일 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백남기 대책위와 시민들이 경찰의 부검 집행을 저지하기 위한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 신예섭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조건부로 발행된 故 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영장은 무효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정렬 전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왜 이런 영장이 발부되어야 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개인적인 견해로는, 이 영장은 무효다. 집행되어서는 안 되는 영장”이라고 비판했다.

조건부로 발행된 부검 영장의 효력을 놓고 법조계 의견이 분분하다. 영장에 조건을 붙일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명백하지 않아 조건이 붙은 영장이 유효한지, 무효인지 의견이 엇갈리는 것. 다만, 분쟁을 조장하는 영장이라는 데는 의견이 모아졌다.

이정렬 전 판사는 ‘조건부’ 영장에 대해 전․현직 판사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이를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했다.

이 전 판사는 “이 사건에서의 다툼 내용은 과연 부검을 하는 것이 옳은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다. 옳다면 영장을 발부하면 되고, 아니면 기각해야 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조건을 붙임으로써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상태가 되어 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해석이 다른데, 이런 영장을 가지고 어떻게 분쟁이 해결 되겠냐”며 “오히려 분쟁을 더 조장하게 됐다. 그러니, (법조인들이)법원의 기본적 책무를 망각한 영장이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부검을 함으로써 생길 수 있는 충돌의 책임을 비겁하게 백남기 선생님의 유족에게 떠 넘겨 버렸다고 한다”며 “영장을 발부하기에도 기각하기에도 부담을 느낀 나머지, 유족들의 의사에 따라 부검을 실시하는 것처럼 포장을 해버린 것이라 한다. 그래서 비겁하고 무책임한 영장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

뿐만 아니라 조건 자체도 불명확해 더 큰 충돌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 전 판사는 “조건에 의하면, 유족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라 한다”며 “설령 영장이 집행된다 하더라고 그 과정에서 제공되는 정보가 과연 충분한 것인지, 충분하지 못한 것인지, 그 판단의 기준을 제시해야 할 임무를 가진 법원이 오히려 명확하지 않은 용어를 써서 더 큰 다툼이 벌어질 수 있게 해 버렸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이 전 판사는 이 같은 내용을 전하며 해당글 말미에 “한 때 법원에 몸을 담았던 사람으로서, 이런 영장을 맞이하시게 된 백 선생님과 유족분들께 법원을 대신해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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