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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병사’는 완벽히 잘못된 판단…의사라면 병사라고 쓸 수 없어”

 

고 백남기 농민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소송 변론기일 열려

박소영 기자 psy0711@vop.co.kr
발행 2017-06-02 20:35:02
수정 2017-06-02 20:3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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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백남기 농민의 모습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백남기 농민의 모습ⓒ민중의소리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사망한 고 백남기 농민의 유족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재판에서 고인의 사망진단서에 사인으로 '병사'가 기재된 것은 명백하게 잘못된 판단이라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2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김한성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기일에서 민중총궐기 당시 집회에 참가했다가 물대포에 맞고 쓰러진 백 농민을 목격해 응급처치에 나섰던 외과 전문의 지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지씨는 이날 재판에서 증거로 제출된 사고 당일 촬영된 CT 사진을 설명하면서 백 농민은 강한 충격으로 인한 우측 측두부의 골절이 뇌의 가운데에 위치한 기저골 골절을 일으키면서 뇌손상을 일으켜 사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씨는 원고대리인 측으로부터 '사망진단서 작성시 백 농민의 사망 종류를 병사 또는 외인사 중 어느쪽으로 기재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대해 "재판을 떠나서 의사라면 병사라고 쓸 수가 없다"라면서 "병사는 완벽한 잘못된 진단이다. 외인사밖에 안되는 것"이라며 단호하게 답했다.

이러한 지씨의 증언은 백 농민의 주치의였던 백선하 서울대병원 교수가 고인의 사망 원인을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기록한 것과는 배치된다. 백 농민 측은 이와 관련해 대한의사협회에 의료기록 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당시 현장에서 백 농민의 상태를 직접 확인했던 지씨는 "(백 농민이) 호흡자체는 있었으나 의식이나 동공의 반응이 없었다"고 말했다. 백 농민의 코에서 점성이 없는 묽은 코피가 나왔다는 점과 특이한 코골이 소리가 났던 점에서 뇌 손상을 강력히 의심했다고도 말했다.

또한 지씨는 당시 구급차가 경찰 차벽으로 인해 도착이 지체됐다고도 증언했다. 그러나 '구급차의 도착 시간이 백 농민의 소생 가능성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나'라는 질문에 대해 “당시는 구급차가 늦게 온 게 큰 영향을 미칠거라 생각했고 지금도 그 가능성이 전혀 배제되지 않지만, CT 사진을 보고 나서는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라면서 "뇌손상이 저 정도였다면 이미 어떤 조치를 해도 쉽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손상이 너무 컸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집회 현장에서 백 농민을 목격하고 구호조치에 나섰던 김상호 공무원U뉴스 기자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기자 역시 "당시 경찰 물대포는 하이에나가 먹이를 찾은 것처럼, 마치 슈팅게임을 하듯이 얼굴을 향해 발사했다"라면서 "(백 농민에 직사살수한) 충남9호차만 마치 희생자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적인 느낌이 들 만큼 과격했다"며 당시 물대포 세기의 위력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이어 "고인이 바닥에 쓰러진 후에도 경찰이 즉각 구호하려는 시도는 전혀 없었다"면서 "제 머리 위에서 경찰관이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에 위급한 상황인지 알았을텐데 보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재판부는 이날 경찰의 살수차운용지침 위반과 관련 백 농민 측이 신청한 법영상분석전문가 황모씨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7월 21일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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