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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승무원 눈물의 4000일, ‘문재인 캠프’가 약속한 해피엔딩은 올까

 
‘KTX해고여승무원 문제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가 3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방문해 KTX 승무원 문제 해결방안에 대한 정책제안서를 전달했다.
‘KTX해고여승무원 문제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가 3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방문해 KTX 승무원 문제 해결방안에 대한 정책제안서를 전달했다.ⓒ민중의소리
 
 

“2004년 처음 KTX가 개통했을 때, 우리는 모두 항공사 승무원 지망생이었습니다. 항공사에 지원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KTX 승무원이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선택했고, 부모님들도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해고 뒤, 우리는 11년이 넘도록 집안에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습니다.”

벌써 12년째다. 2006년 철도공사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에 참가했다가 정리해고를 당한 김승하 철도노조 KTX승무지부장. 김 지부장을 비롯해 33명의 해고 승무원들은 이렇게 말한다. “올해는 KTX로 돌아가 안전을 제대로 담당하며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한해가 됐으면 한다.”

김 지부장이 ‘올해’라는 말을 한 이유는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의 약속 때문이다. 지난 5월 1일 ‘문재인 캠프’는 철도노조와 KTX 해고 승무원 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정책협약서를 체결했다. 문 대통령의 당선에 KTX 해고 승무원들의 마음은 남달랐다. 눈물의 11년이 끝날 수 있겠다는 희망이 다가왔다.

그리고 7월 3일. 김 지부장과 동료들은 종교계 인사, 시민사회단체 회원들과 함께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앞에 섰다. ‘문재인 캠프’가 약속한 문제 해결 방안을 제안했다. 2006년 정리해고된 승무원들의 철도공사 복직, KTX 승무원 외주위탁 철회, 가처분 판결에 따른 급여지급 분 환수조치 철회가 그 내용이다.

철도노조와 KTX승무지부가 KTX개통 11주년을 맞아 서울역 남측 계단에서 철도안전 위협 외주화 중단 및 간접고용 KTX승무원 문제 해결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철도노조와 KTX승무지부가 KTX개통 11주년을 맞아 서울역 남측 계단에서 철도안전 위협 외주화 중단 및 간접고용 KTX승무원 문제 해결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정의철 기자

4143일, KTX 여승무원들의 투쟁

시작은 ‘승무원을 철도공사가 직접 고용하라’는 요구였다. KTX승무원들은 철도공사 소속이 아니라 자회사 소속이었다. 처음 승무원을 선발할 때는 철도공사가 직접고용할 것처럼 말했지만, 허언이었다.

2006년 3월1일 KTX 승무지부는 철도공사가 약속한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을 시작했다. 철도공사는 노조원들에게 파업을 그만두라고 회유·압박했다. 그해 5월, 당시 철도공사의 자회사였던 코레일유통은 복귀하지 않은 KTX 승무원 280명을 정리해고 했다.

이 문제는 결국 법정에 갔다. 2010년 1심과 2011년 2심에서 법원은 해고된 승무원들이 철도공사 노동자라고 판결했다. 그런데 2015년 대법원이 판결을 뒤집었다. 승무원들이 철도공사 노동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KTX 승무원은 안전과 관련한 업무를 하지 않는다”는 철도공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길이 380m, 좌석 929개, 제한 없는 입석 발매로 1천명 이상의 승객이 탑승하는 KTX의 열차승무원은 총 4명이다. 이 중 철도공사가 직접 고용한 인원은 열차 팀장 1명이다. 나머지 3명의 승무원은 코레일 관광개발에 위탁된 간접 고용 승무원이다. 철도공사의 주장대로라면, KTX 승무원 중 열차팀장 한 명 만이 안전업무를 담당하는 것이다.

비상시 혼잡한 열차에서 열차 팀장 혼자 18개의 전체 열차 승강문을 수동 취급할 수 없다. 또 5호차와 14호차에 있는 비상사다리를 혼자 설치할 수도 없다. 철도노조 KTX승무지부 관계자는 “모든 업무를 팀장 혼자 처리하라는 매뉴얼은 실효성이 없다”며 “KTX 승무원들 모두 열차안전과 관련한 업무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소송을 제기했던 해고 승무원들은 대법원 패소 판결로 1·2심 소송을 통해 받아냈던 임금 및 소송비용을 도로 토해내야 하는 상황이다. 노조에 따르면 현재 철도공사의 부당이익금 환수에 대한 내용증명 송달로 연 5%의 이자가 2016년 4월부터 부과되고 있으며, 2017년부터는 연 15%의 이자가 부과되고 있다. 1인당 8640만원이던 금액은 2017년 3월 이후 1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대법원 판결 보름여 뒤 해고 승무원 박모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해고 승무원들은 여전히 서울역과 부산역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박씨의 죽음으로 남은 승무원은 34명에서 33명이 됐다. 김 지부장은 “우리는 2004년부터 철도청부터 시작해 믿었던 사법부와 정치인들에게 참 많은 배신을 당했다”며 “어떤 것도 해결되기 전까지 믿을 수 없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들에게 ‘문재인 캠프’의 약속은 실낱같은 희망이 됐다. 희망의 불씨를 키우는데 많은 이들이 옆에 섰다. 종교계가 나섰고 여러 정당과 시민사회가 함께 섰다. 3일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10일부터 13일까지 천주교 미사와 기독교 기도회, 성공회 기도회, 불교 법회가 열린다.  ‘KTX해고여승무원 문제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17일 야간문화제를 개최하고 18일부터 20일까지 토크콘서트도 계획하고 있다. 눈물로 지새운 11년, 그들에게 ‘문재인의 약속’은 해피엔딩을 향한 변곡점이 될 수 있을까. 김 지부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문재인 정부만큼은 해결해 주길 간곡히 바란다.”

2016년 9월20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광장에서 KTX 여승무원 원직복직과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KTX해고된 승무원들을 위한 릴레이 버스킹에 앞서 해고된 승무원이 피켓팅을 하고 있다.
2016년 9월20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광장에서 KTX 여승무원 원직복직과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KTX해고된 승무원들을 위한 릴레이 버스킹에 앞서 해고된 승무원이 피켓팅을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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