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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한반도 평화 구상’]“북한 체제 보장하는 비핵화”…이산상봉 등 ‘선이후난’ 로드맵

 

이지선 기자 jslee@kyunghyang.com

 

ㆍ‘평화 구상’에 담긴 5대 정책 방향·4대 제안
ㆍ“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평화협정 체결을” 포괄적 접근
ㆍ‘10·4 선언 10주년’ 추석에 성묘 방문·적십자회담 제의
ㆍ휴전일에 군사적 적대 행위 중단 제안…북 호응 미지수

[문 대통령 ‘한반도 평화 구상’]“북한 체제 보장하는 비핵화”…이산상봉 등 ‘선이후난’ 로드맵
 

문재인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에서 밝힌 ‘한반도 평화 구상’의 요지는 우선 전쟁을 방지해 평화를 정착시키고 북한의 안보·경제적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체제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 비핵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에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를 위한 대화로 나설 것을 촉구하고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하겠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긴 여정’에 첫발을 떼면서 손쉬운 현안에서 신뢰를 쌓자며 이산가족 상봉 등 구체적 사안도 제시했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열린 태도를 보였다.

■ ‘체제 보장 비핵화’ 평화 구상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남한이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갖고 남북대화를 재개하는 것에 대한 지지를 확보한 뒤 이날 연설을 통해 자신의 대북구상에 탄력을 가했다. 지난달 30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 등을 통해 밝힌 북한 붕괴, 흡수통일, 인위적 통일 반대를 더욱 확장해 ‘북한 체제 안전을 보장하는 비핵화’를 추구하겠다는 입장도 드러냈다. 특히 이 같은 접근법은 북한에 대해 정권교체나 공격을 하지 않고 체제를 보장하겠다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언급과도 맥이 닿아 있다. 

더 나아가 “북핵문제와 평화 체제에 대한 포괄적 접근으로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평화협정을 체결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북한의 안보·경제적 우려도 해소하겠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그간 북한이 ‘핵 개발은 자위권’이라고 주장해 왔는데, 북한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며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지난 9년의 정부가 차이를 보이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라고 말했다. 

■ 공식화한 ‘문재인 로드맵’ 

 

이를 실행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로드맵도 공개됐다. “한반도 평화 통일의 돌파구를 열기 위해 먼저 쉬운 일부터 시작해 나갈 것”이라는 이른바 선이후난(先易後難) 접근 방식이다.

시간적으로는 가장 먼저 7월27일 휴전협정 64주년을 맞아 남북이 군사분계선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체의 적대적 행위를 중지하자는 제안이 담겼다. 군은 지난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 조치로 대북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전면 재개했다. 일각에서는 남한 정부가 이를 선제적으로 중단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또 추석과 맞물린 10·4 정상선언 10주년을 계기로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더해 성묘 방문을 제의했다.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만들자며 북한의 참여를 재차 요청했다.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도 열어뒀다. 문 대통령은 ‘올바른 여건이 갖춰져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한반도 긴장과 대치국면을 전환시킬 계기가 된다면 언제 어디서든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며 “남북의 모든 관심사를 대화 테이블에 올려놓고 한반도 평화와 남북협력을 위한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제재·압박 국면, 북한의 ICBM 발사 등에도 불구하고 평화 체제 구축,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등을 강조한 것은 대화를 강조한 대통령의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 북한의 호응 가능성은 

주목되는 것은 북한의 반응이다.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명백히 하고 핵 보유국 지위를 바탕으로 대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북한이 이 제안에 당장 반응을 보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북한은 민간 교류를 통해 접촉을 확대시켜 나간다는 구상에 부정적이다.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참석차 방한했던 북한의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스포츠 교류가 남북관계의 물꼬를 틀 것이라는 기대에 대해 “천진난만한 생각”이라며 “정치·군사적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이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흡수통일이나 체제 붕괴를 배제하고 체제 안전을 보장하는 비핵화라는 접근법에 대해 북한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특히 군사분계선 적대행위 상호 중단과 관련된 군사회담 등에 대해서는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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