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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분한’ 미국과 ‘제재반대’ 중·러, 안보리서 ‘정면충돌’...추가 대북제재 난항

미국 대사, “군사력 사용” 으름장... 북한 ICBM 발사에도 ‘결의안’ 힘들 듯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자료 사진)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자료 사진)ⓒ뉴시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로 5일(현지 시간) 오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긴급회의를 개최했지만, 북한 추가 제재를 요구하는 미국과 이에 반대하는 중국과 러시아가 정면충돌했다.

가장 먼저 발언에 나선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오늘은 매우 암울한(dark) 날"이라며 "불법적인(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위험하고, 무모하며, 무책임한 것"이라며 전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비난했다.

헤일리 대사는 "북한이 외교적 해결을 닫아버리고 있다"면서 "우리(미국)가 가진 여러 능력 가운데 하나가 막강한 군사력(considerable military forces)"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해야 한다면 그것을 사용하겠지만, 그런 방향으로 진입하지 않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밝혔다. 대북 선제타격을 비롯한 군사 옵션까지 언급한 것이다.

헤일리 대사는 또 "유엔 제재를 위반해 북한과의 교역을 허용하는 나라, 심지어는 장려하는 나라들이 있다. 이런 나라들은 미국과의 교역도 계속하고싶어한다. 그러나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대북 교역이 유엔제재를 위반할 경우 중국의 대미 교역이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중국을 겨냥했다.

헤일리 대사는 이어 "새로운 대북 유엔 결의를 제안할 방침"이라면서 이번 북한의 ICBM 발사를 계기로 새로운 안보리 대북 제재결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헤일리 대사는 "북한의 새로운 (전력) 증강에 비례해 국제사회가 대응 수위를 끌어올릴 수 있도록 며칠 안에 안보리에 결의안을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헤일리 대사의 이 같은 언급에 영국과 프랑스, 일본, 한국 대사 등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비난하면서 추가 제재 등에 동의하는 발언을 내놨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추가 제재에 반대하며, 특히 '군사적 옵션'은 해결책이 아니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블라디미르 사프론코프 유엔주재 러시아 차석대사는 "북한을 경제적으로 질식시키는(strangle) 것은 인도적 도움이 필요한 수백만 명의 북한 주민을 생각할 때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제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프론코프 대사는 중국이 주장한 쌍중단(雙中斷·북한 핵과 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동시 중단)에 관해 지지 입장을 표명하면서 "모든 국가는 전쟁을 야기하는 도발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사적 수단은 배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언에 나선 류제이 유엔주재 중국 대사도 "대북 군사 수단은 옵션이 아니다"라고 헤일리 미 대사의 발언을 일축했다. 류제이 대사는 거듭 '쌍중단'을 문제 해결책으로 제시하며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국 배치 철회를 요구했다. 류제이 대사는 "사드는 지역의 전략적 안전을 해치고, 비핵화와 평화적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사드 철회를 거듭 주장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같은 입장으로 미국의 제안에 강력하게 반대하자, 흥분한 헤일리 미국 대사는 "그들(북한)은 당신들이 말한 것이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서 "우리가 함께 해야 하고 행동을 늦출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헤일리 대사는 감정을 이기지 못한 듯 "만약 북한의 행동에도 즐겁다거나, 북한과 친구가 되기를 원한다면, 앉아서 제재에 반대하거나 새로운 (제재) 결의안에 비토(Veto,거부권)를 행사하면 된다"면서 중국과 러시아에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안보리에서 미국과 미국을 지지하는 서방측과 중국과 러시아 측이 정면충돌함에 따라 유엔의 추가 대북제재는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중국과 러시아 정상이 한반도 문제에 관해 '대화'를 우선시하는 공동 입장을 표명함에 따라, 북한의 ICBM 발사에도 불구하고 유엔 안보리의 추가적인 제재 결의안 채택은 난항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원식 전문기자

국제전문 기자입니다. 외교, 안보,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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