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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좀 안 낳으면 어때?"

분명히 아이를 낳는 게 두려운 최악의 경제 상황 내지는 복지 정책 등에 대해서는 비판을 해야 한다. 기사에서도 분명히 그 지점을 집어내고 있다. 하지만 문제점을 지적하는 부분에서 다음과 같은 걸 제시하고 있다.
 1. 우리나라의 절대인구가 줄어드는 날도 멀지 않은 분위기다.

절대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기사에서는 "절대인구 감소라는 위기"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도대체 어느 지점에서 이게 위기가 되는지는 나와있지 않다. 단순히 "위기"인 것 뿐이다. 이 효과에 대해서는 간단히 살펴보고 싶다면 마이클 무어의 "볼링 포 콜럼바인"이나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등을 봐도 좋다.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푸코를 읽어도 좋다.
이걸 미처 정리하기도 전에 "절대인구 감소라는 위기뿐 아니라,"라고 하면서 다음 이야기로 확대시킨다. "한국경제에 치명적 걸림돌"이라는 어디선가 많이 써먹은 듯한 내용이 바로 흘러나온다. "회생불능의 침몰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엄청난 "위기"다!!!
이 엄청난 위기 앞에서 조금만 오버해보자. 감히 남성과 결혼하지 않겠다고 하는 여성들을 색출해야 한다. 남성과 결혼했으면서도 감히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여성들을 색출해야 한다. 섹스는 즐기면서 피임은 꼬박꼬박하는 악랄한 여성들을 색출해야 한다. 감히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아이를 낳지 못 하는 동성애자를 색출해야 한다. 그들은 "한국경제에 치명적인 걸림돌"이 될 것이다. 이를 방치하면 "회생불능의 침몰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런 문제들은 대중이 접근할 수 없다. "아파트값 거품을 빼고 세계최고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국지도층이 매진해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어디까지나 "지도층"이 이끌어야 한다. 집값 좀 지금보다 싸게 하고 (절대로 무료가 아니다. 경제정의에 따라 정확한 "교환가치"를 끌어내는 것이다?) 사교육비 부담을 좀 줄이고(입시와 학벌은 그대로 두고?) "이제 아이 낳아도 좋은 환경이에요~"라고 "한국지도층"이 말해야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웃긴다.
우리가 진짜로 해야 하는 것은,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을 수 없는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아이를 갖길 원하지 않는(또는 가질 수 없는) 사람을 배제하는 기사의 위기 논리는 도대체 뭔가? 하고 싶어도 하지 못 하는 것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그런 개개인의 소망과 실현에 대한 따스한 마음이 아닌 "위기"를 거론하면 그때부터는 단순한 파시즘에 지나지 않는다. 총제적 위기 앞에서 우리는 박정희 장군을 위대한 "한국지도층"의 대부로 모신 게 아닌가?
아이 좀 안 낳으면 어떤가? 기존의 가족-국가 체제가 붕괴할까봐 위기 운운하는 것인가? 다시 말하지만,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을 수 없는 상황과, 한국에서 일하고 싶어도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이 두려운 상황과, 집에서 살고 싶어도 철거 용역에 시달리는 상황, 그리고 평화롭게 있도 싶어도 군대에 끌려가고 심지어는 이라크로 진출(?)하는 상황 같은 거다. 개개인에 대한 우리의 눈을 가리고 몰상식하게 위기를 거론하는 건 유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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