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광, [현대자동차 노조의 조직이기주의]에 관하여.

 

 

철수:  윗글 내용에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다만 현대차 정규직 노조의 이번 단협안 속 문제의 내용들이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를 분석하는 데 있어서, 이런 식으로 한국 사회의 구조에 대한 비판을 하는 것은 결국 뻔한 결론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노조가 역으로 가장 이기적일 수 있는 선택을 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이미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한국 사회의 신자유주의적 분위기가 이들의 이기적 선택에 여러 모로 영향을 미쳤을 수는 있지만, 그런 사회적 흐름을 노조 차원에서 어떻게 깰지 전혀 고민하는 것 같지 않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것이 현대차 노조뿐 아니라 한국의 힘 있는 노조 전반의 분위기와도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노조들 역시 무언가 새로운 방향성을 찾아야 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문제는 힘이 세면 셀수록 그런 고민을 별로 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는 점이죠.

 

 

영희: 제 생각엔, 가장 강력하다고들 알려진 그 힘을, 자본축적의 매트릭스에서 노동자들이 맺어야 하는 "계급적 힘관계" 속에서 보지 않고선, 말씀하신 타당한 지적도 결국 자족적 훈계에 그치잖을까 걱정이네요. 비록 현대차 노조에 초점을 맞추더라도 "광의의 노동자조직" 내지 결사체들이 사회정치적으로 그렇게나 강력한 힘 내지 응집력을 가지고 또 발휘할 수 있었다면, "우리 애들만이라도 어떻게든 끼워달라"는 옹색하기 짝이 없는 요구안 따위가 과연 나왔겠는지 '우리 모두' 자문해 보잔 거죠.

물론 여기서 말하는 강력한 힘이란 뭐, 가령 재능교육이나 삼성반도체,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 롯데손해보험 출신 내지 소속인 산재+해고+불안정 노동자들을 둘러싼 상황을 중지, 타파, 봉인할 수 있는 상호부조적 연대와 "계급 형성"의 능력을 뜻한다고 해야 할 텐데요.. 근데 가만 보면, 이런 능력을 키울 궁리들은 안 하고 이런 능력이 고르게 커지는 덴 깽판을 놓는 권력의 매트릭스 안에서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려 용쓰고 있죠. 가령 자유민주주의의 '브랜드가치'를 복원하기 위해, 둥글고 무난한 '대연합'의 정치로 2011/12년을 '승리의 해'로 만들겠다면서들 말예요. 현대차 노조를 위시한 이른바 대(혹은 이른바 상급)단위 노조 지도부도, 사실상 정파 불문하고, 이렇게 해야 자신들이 "힘"이 커질 수 있다는 착각 속에 꽤 오래 전부터 헤맸다고 해야잖을지.

전, 현대차 이경훈 류가 내는 (따지고 보면 애국애족적 지향과 동심원 관계에 있을) 이른바 실용적이고 "애사적"인 목소리가, 흔한 비유로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개 같은 상황과 엇비슷하다고 해얄 것 같거든요. 얼핏 사납게 개소릴 내니 쟤들 힘 좀 깨나 쓰나보다 하겠으나, 실은 정 반대로 두려운 나머지 일단 뭔 소리라도 짖고 봐야 하는 상황. 저마다 "긍정의 힘"을 신앙하며 슈퍼맨이라 자부 혹은 자위하나, 실상은 우루사를, 컨디션을 먹어도 피곤은 가실 줄 모르는 상황, 혹은 우리. 그런 의미에선 이게 결코 남의 일이 아닌 걸 테죠 사실.

그래서 제가 보기에 더 긴장하고 정말 두려워해야 할 대목은, 실은 우리 모두 잠재적으론 이런 자기파괴적인 덫에 스스로 갇히고, 심지어 서로 덫을 칠 수 있다는 점이겠다고 할까요. 언제부턴가 "민주화" 혹은 민주개혁적 진보 좀 됐답시고 죽은 개 취급이나 받던, 상호부조적 연대와 계급적 주체형성 능력을 확장, 강화하지 않는 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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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23 21:07 2011/04/23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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