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가을 경,
딴지일보에다 기자응모용 샘플로 냈던 가상 성명서.
삼성그룹이 자랑한다는 네트워킹 능력의 속살을 보여준
이른바 '이상호 X파일'로 세간이 '술렁'대던 때였다.
그네들의 구린 돈뭉치를 일러 "떡값"이라 칭하는 상황에서,
떡 장사로 벌이하시는 분덜께 보내는 위로글이라고나 할까.
근데, 포섭용 구린 돈을 떡값이라고 한 건 언제부터였을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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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값', 그 쓰임새에 대한 우리의 입장
토착먹거리의 값어치를 희롱하는 작금의 언어현실에 즈음하여
삼성그룹의 대가성 대선자금 지원논의 녹취록('이상호 X파일') 공개파문을 계기로 한국 거대기업집단, 이른바 '재벌'의 역사적 위상 및 성격에 대한 진단과 평가가 가리늦게나마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물론, 거대기업집단을 둘러싼 이해당사자들의 당당한 추태와 삼중철갑안면보안술의 가공할 수준,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개버릇 남주냔 격언을 염두에 둘 때, 이들이 알아서 수습하길 바라는 건 그루터기에서 횟거리 찾는 격이다.
정작 문제는, 비록 당위적 지적이라고는 해도, 이들과 맞짱을 떠야할 언론/방송의 안이하고 미적지근한 보도행태이다. 심지어 초록은 동색임을 우회적으로 자인하기라도 하려는 듯 언론/방송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랍시고 된장과 똥, 오줌과 맥주를 가름하는 일조차 어렵게 만드는 데 일조해대는 상황이다.
이들이 얼마나 관성의 무게에 짓눌려 있는가를 우리 업계종사자들은, '떡값'이라는, 실로 가당찮은 용법이 무비판적으로 쓰이고 있다는 데서 새삼 확인하는 바이다. '떡값'의 용법이 업계의 매출신장 및 시장확보와 관련해 쓰여도 시언찮을 판에, 외려 떡에 대한 숭악한 이미지를 남발·확대재생산하는 데 대해 우리 연합회 소속 회원들은 개탄과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떡이라는 토착먹거리가 민초들의 피와 살은 물론 우리네 문화의 피와 살을 이뤄왔다는 점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럭셔리한 로얄 패밀리들의 퀴퀴한 똥꾸녁 및 괄약근 관리에 쓰이는 오물처리비를 '떡값'이라 칭함은 오랜 성숙의 나이테를 늘려온 먹거리문화에 대한 대담한 패륜이자, 우리 떡제조/판매업종사자들의 존엄마저 짓밟는 가공할 언어적 폭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가뜩이나 예전과 달리 기호품으로서의 오지랖이 크게 줄어든 판에, 언론/방송이 떡먹거리 문화의 고양과 진작에 앞장서진 않을지언정 이같은 안이한 오·남용의 향연에 앞장서는 데 대해 관련업계종사자들은 실로 착잡하고 통탄한 맘으루두 모자라, 열받음의 불덩이를 토하고픈 심정이다.
이에, 우리 연합회에서는 언론/방송이 '떡값'이란 당치도 않은 용법 대신, '호박씨' 사용을 활성화할 것―이를테면 "이건희가 홍석조 주라고 깐 호박씨 삼천, 홍석현이가 중간에 낼름 삼켰다매?"하는 식으로―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우리 떡제조/판매인연합회는 앞으로도 언론/방송매체에서 보이는 언어적 용법의 가치전도가 현실에 대한 비판적 감수성의 예봉이 무뎌질대로 무뎌진 데 따른 필연적 결과임에 주목하면서, '떡'이라는 지시대상과 지시어 사이에 패일대로 패인 골깊은 괴리가 어떻게 메워질지 예의주시할 것이다.
2005년 9월 4일
전국 떡제조/판매인연합회 회원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