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빌>과 <말죽거리 잔혹사>.
이 둘의 공통점, 뭘까요?
웬 쌩뚱맞은 질문이냐실 분은, 아마도 없으리라 믿습니다만.
(굳이 답해야 하냐고 할 경우도 있을라나요?^^ 어쨌거나..)
<킬빌>에서 이소룡이 <사망유희>에서 선보인 점프슈트를 입은 우마 서먼. 길다~.(왼쪽) <말죽
거리 잔혹사>에서 와신상담 끝에 '이소룡'의 쌍절곤으로 학교끄나풀인 선도부장(이종혁)을 묵
사발로 만들었던 현수(권상우). 지금봐도 그렇지만, 그의 몸은 정말이지 착실했더랬다.
나ㅓ힝로허;ㅣ와ㅓ
니ㅏ허ㅣ오ㅓㅣ;ㅇㄹ허;ㅣㄴㄹ
그렇죠. 저 둘을 잇는 고리는 바로, 이소룡입니다.
ㅇ라ㅓㅎ
둘 중에선 <말죽거리>를 훨씬 더 재밌어했더랬죠. 못 해도 세 번은 넘게 봤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킬빌>은 뭐랄까, (구미권 사람들 눈으로 보기에) 신기하면서도 강렬했던,
요절한 아시아 배우의 이미지를 그저 차용하고 만 느낌이랄까요.
물론 ‘자신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벌이는 고투의 과정을,
<킬빌>도 <말죽거리>와 마찬가지로 보여주긴 하죠.
다만 적어도 저는 그 과정이 어떤 절박함으로 다가오기보단,
예컨대 이명세의 영화 마냥 ‘스타일’에 크게 기운 느낌이더라구요.
기본플롯이 어떻네 저떻네 해도, <킬빌>은 결국 탐미주의 계열의 영화라는 생각.
이ㅏㅓ힝ㄹ렇
나ㅣ어ㅣㄴ러히
사실 주변에서 <말죽거리>에 대해서는 폭력적이라느니,
마초스럽다느니 하며 불편해하는 경우를 곧잘 봤어요.
아닌 게 아니라 폭력이 선연한 영화인 건 맞는데,
그렇게 '평가'하는 게 과연 맞는지에 대해선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더라구요.
전 외려 <말죽거리>가 구조적·조직적인 일체의 폭력에 대항하는 반反폭력의 기술,
즉 ‘무(예)’에 대한 갈증이 누구한테나 있기 마련임을 보여주는 영화다 싶었거든요.
폭력을 숭배하긴커녕 그런 숭배가 우리를 어떻게 피폐하게 하는지,
그리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자신을 지켜야’ 하는지를 물었던 게 아녔냐는 거죠.
이런 의미에서 그 영화의 주인공인 현수(권상우)가
이소룡을 본보기로 착한 몸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이런저런 핑계로 방치했고 그래서 왜소해진 ‘이 나’와 정직하게 대면하련 과정이었잖나 해요.
어느 평론가의 재미난 우회적 표현마따나 “대한민국 학교, 다 족구하라 그래!”라고 한 현수의
일갈은, 그 과정이 학교라는 폭력의 매트릭스에서 벗어나고픈 열망였음을 보여주고요.
제가 몇 번이나 이 영화를 보게 된 건, 비록 간접적인 것일지언정
이런 과정이 안겨주는 짜릿함이랄까, 후련함 때문이었잖나 싶슴다.
현수(권상우)가 정작 욕망했던 건, 선도부장(이종혁)이 누렸던, 제도화된 폭력이나 마찬가
지였던 학교의 권력이 아니라 그로부터 철저히 자유로워질 수 있는 '힘' 아니었을까? 이 영
화의 명백한 '폭력성'을 이 영화가 던지려 했던 메시지와 혼동해선 곤란한 이유다.
헌데, 이번에 나온 책 <이소룡, 세계와 겨룬 영혼의 승부사>를 보면
권상우가 이소룡을 본보기로 삼은 건 무척이나 잘한 일이었다는 걸 알 수가 있어요.
실제로 이소룡이 추구했던 무예(절권도)란,
저런 반폭력의 기예를 얼마만큼 체화하느냐를 중시했다고 하거든요.
싸움의 기술로서 절권도라는 건, 궁극적으로 싸우지 않고 이기는 데 필요한 기술였다는 거죠.
하지만 이소룡에게 ‘반폭력’이라는 건 싸움을 넘어서라는 뜻이지,
피해가라는 뜻이 아녔다고도 해요.
그에게 투혼이란 자신의 존엄함을 지켜줄 강한 열망, 혹은 그 열망이 만드는 ‘힘’인 셈입니다.
“도로써 길을 찾고 조화에 이르는 일”이 “투혼을 체화하는 일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고 하는 건 그 힘이 결국 ‘이 나’를 (되)찾는 관건이라 그런 걸 테구요.
그래설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한편으로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나에게는 지금 이런 힘이 있는지, 이런 힘이 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그게 그럼 혼자선 가능한 건지, 지금 우리는 어쩌면 ‘적응했다’느니 ‘철들었다’느니 하면서
정작 이런 힘을 발휘하는 덴 완전 젬병이 돼버린 건 아닌지 하고요. ^^;
물론 그렇다고 이소룡이 이 투혼을 체화하는 데 성공적이었다는 건 아닙니다.
그 또한 한 사람으로서그 과정에서 좌절하고 번민하고, 외로워했더라는 얘기가 나오거든요.
그럼에도 스스로 깨어 있고자 애썼던 걸 보고 있노라면 지금 내가 그 힘을 못 쓰는 게,
못 써서 안 쓰게 된 건지 아니면 안 써서 못 쓰게 된 건지만큼은
스스로 곰곰히 곱씹어보게 되지 싶더라구요.
그렇게 애쓰는 시늉이라도 언제 함 해 봤나, 하구요.ㅋ;
정말로 그리 곱씹어보게 될는지 아닐는지야,
제가 미주알고주알 할것없이 실제로 읽어보심 되겠죠?ㅋ
엇, 읽어보고 싶다 -0-
(이멜을 통해) 주소를 대시면 보내드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