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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RSS넷의 문제

RSS는 현재 웹에서 가장 "뜨고 있는" 컨텐츠 배포 방식이다. 개인 미디어로서 블로그의 확산과 더불어 RSS도 널리 사용되게 되었지만, 지금의 RSS는 블로그의 컨텐츠 배포 수단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현재는 RSS 구독자들이 가지고 있는 피드들은 대부분 블로그이기는 하지만, 반드시 블로그가 아니더라도 RSS 서비스를 하고 있는 곳도 많으며 이러한 추세는 분명 계속될 것이다.

 

(상당히 오래전이지만-_-)가디록 님은 다음 RSS넷의 성공(?) 요인을 사용자의 귀차니즘을 잘 이해한 결과라고 분석하신 바가 있는데, 개인적으로 RSS의 "편리성"이 RSS의 확산에 중요하게 작용한 점이라는 것에 대해 동의한다. RSS는 컨텐츠 배포자와 컨텐츠 수용자에게 있어 서로 다른 장점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앞에서 말한 대로 컨텐츠 수용자에게 있어 RSS는 매우 편리한 컨텐츠 수집 방법이다. 웬만한 RSS 리더기는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이던, 웹리더던 간에) 거의 실시간으로 새로운 컨텐츠를 알려주고, 컨텐츠가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범주화시키고 원하는 방식으로 정렬해서 보여준다. 만약 특정 블로그나 사이트의 "컨텐츠에만"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일일히 브라우저에서 URL을 치고 들어가는 것보다 한 번에 모든 컨텐츠를 모아서 볼 수 있는 RSS 리더를 선호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또한 컨텐츠 제공자에게 있어 RSS는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컨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수단이다. 자신이 제공하는 컨텐츠를 재편집해서 새로운 컨텐츠의 집합을 만들 수도 있고, 다른 RSS 제공자와 연합하여 또 다른 의미의 컨텐츠 집합을 만들 수 있다. 이는 RSS-XML이라는 표준적인 컨텐츠 배포 형식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인데, 이는 달군이 말한 재밍과 통하는 의미일지는 잘 모르겠지만-_- 개별적인 미디어들이 모여 또다른 의미를 생산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재밍의 한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RSS의 장점을 잘 이용한 서비스가 다음의 RSS넷이다. RSS넷은 (지금 많이 사용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시작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서비스임이 틀림없다. 기억하기로는 컨텐츠를 보여주는 방식에 대한 문제부터 시작해, 책임질 수 없는 범위로 피드가 확산되는 문제, 그리고 지금 내가 제기하려는 문제까지, 하나의 웹기반 RSS 리더라고 하기에 문제제기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일단 개인적으로 거의 사용하지 않는 다음검색의 결과를 보면, 내 포스트가 RSS 검색 결과로 나와 있다. 내 블로그를 RSS넷에서 구독하는 사람이 있는 줄 몰랐는데, 이 결과를 보니 아마 있나보다 싶었다. (확인해보니 세 명-_-의 구독자가 있더군) 뭐 RSS 웹리더에서 내 피드를 등록해 보는 것은 자유니까 그건 전혀 상관이 없다. RSS의 특성상 확산이 쉽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내 피드를 구독하는지는 알 수도 없거니와 구독자 개인의 문제이기 때문에 내가 막을 수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타인이 등록한 피드를 자기 회사의 서비스의 하나인 검색에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내 블로그의 컨텐츠는 정보공유라이선스의 영리불허 개작허용을 따르고 있는데, 검색을 위해 인덱싱하는 행위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잘라 얘기하기는 힘들지만 동시에 무관하다고 얘기하기도 힘들다고 생각한다. 또한 내가 능동적으로 배포를 위해 RSS 주소를 등록한 것이 아니고 이를 검색에 사용해도 좋다고 허용한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떤 설명도 없이 무작정 컨텐츠를 인덱싱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다음의 서비스 마인드가 어떤 것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리 다음 블로그가 정보공유라이선스를 채택하게 한다고 할 지라도, 결국 수집한 개인정보를 어떠한 동의 지반에서 사용해도 좋고 사용하면 안 되는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매우 대비되는 자세를 보여주는 곳은 올블로그이다. 올블의 경우 자신의 피드를 자신이 능동적으로 등록하는 시스템임에도 불구하고, "수집거부"나 "검색거부"라는 키워드가 있으면 특정 포스트를 수집하거나 검색하지 않는다. 물론 올블은 메타블로그이기 때문에 다음의 RSS넷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서비스 기획자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마인드이고, 다음의 서비스는 이런 점에 있어 분명히 낙후되어 있음이 분명하다.

 

결국 RSS넷을 거쳐 다음 검색에 등록되어버린 내 컨텐츠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다음 측에 인덱싱한 결과에서 이를 빼달라고 요청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매우 귀찮은 과정이고 앞으로도 일일히 이런 식으로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금 생각으로는 RSS넷을 통해 들어오는 RSS 수집 요청에 대해 진보블로그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이를 거부할 수도 있는 기능을 넣었으면 한다. 물론 논의를 좀 더 진행해 본 후에 결정될 사항이지만.

 

기껏 검색엔진의 접근을 막아놨더니만 이게 뭐야-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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