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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 본문의 내용은 정구미/김미정의 <오사카 고베 교토>를 상당부분 참조했음을 알립니다.
이틀째는 교토를 돌아보았다. 지난 번 교토 여행은 계절도 겨울이고 해서 버스를 타고 많이 알려진 곳을 중심으로 다녔다면, 이번 교토 여행은 도보로 다니며 교토의 산책길을 느껴보기로 했다.
사실 교토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관광지인데다가 니죠성(二條城, 니죠죠)이나 금각사(金閣寺, 킨카쿠지), 청수사(淸水寺, 기요미즈데라) 등의 명승지로 알려진 곳이라, 전반적으로 화려한 곳이란 인상이 있었다. 하지만 교토를 도보로 돌아보게 되면 그런 화려함의 이면에 있는 조용하고 소박한 멋을 볼 수 있는 것 같아 매우 좋았다. 개인적으론 버스를 타고 하루만에 교토 시내를 돌아보는 것보다 3-4일 정도 일정으로 이곳저곳을 걸어다니는 것이 더 괜찮은 여행 방법이란 생각이다.
일단 우메다에서 한큐(阪急)전철로 종점인 가와라마치(河原町)역까지 간다. 가와라마치는 교토 시내의 최대 번화가로 역 밖으로 나오면 백화점들과 상점들이 주위를 압박한다. 시죠도리(四條通り)를 따라 다이마루(大丸), 한큐(阪急) 등의 백화점들이 늘어서 있어 여느 쇼핑가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일단 복잡한 시내를 빠져나오기 위해 기온(祇園) 방면으로 탈출을 시도해 보자.
가모가와(鴨川)를 건너면 바로 기온 거리가 나온다. 여기까지 오면 높은 건물들은 어느덧 사라지고 낮고 고풍스런 건물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사진은 기온에서 가와라마치 방면을 찍은 것이다)
오래된 가부키 극장인 미나마자(南座)의 정면 모습이다. 미나미자는 2차대전 중에도 공연을 멈추지 않았다고 하는 전통의 극장이다. 시간적인 여유가 된다면 공연도 한 번 보고 싶었으나, 지금 공연을 하는 건지 안하는 건지도 모르겠어서-_- 사진만 찍고 지나쳤다.
교토의 화장품 가게 요지야(よじや)다. 요지야는 100년 전통을 가진 화장품 가게다. 원래는 요지(이쑤시개) 등 생활 잡화를 생산하는 가게였기 때문에 이름이 좀 그렇지만, 여성분들(+일부 남성분들)의 필수품인 기름종이를 처음으로 생산해서 히트를 쳤다. 이 기름종이를 책처럼 묶어 판매하는데, 써 본 사람의 말로는 정말 잘 닦인다고 한다-_- 가게 안에는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기념품을 사가려고 하는지 북적북적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교토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은 외국인(특히 서양인)과 학생들이었다. 5월에 가서 그런지 유난히 수학여행 온 듯한 학생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기온에서 매우 가까운 곳에 위치한 야사카신사(八坂神社, 야사카진자)다. 야사카신사는 교토 최고(最古)의 신사로서, 일본의 3대 축제라 불리는 교토의 기온마츠리(祇園祭)의 무대가 되는 곳이다.
신라신을 모시는 곳이라 한국과도 약간의 인연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신사는 일본 전통 종교인 신도(神道)의 사당이다. 여기엔 특정한 신을 모시는 것이 아니라, 창조신, 자연신, 조상 등, 신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신(神, 가미)을 모셔놓고 섬기는데, 모셔놓은 신이 어떤 성격이냐에 따라 신사의 성격이 나타난다. 그래서 신사 중에는 독특한 특징을 가진 신사들이 꽤 있는데, 이것이 약간의 장사속과 합쳐져서 관광객들을 끌곤 한다.
야사카신사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신라신보다는 아름다움의 신을 모시는 사당(美御前社, 우츠쿠시고젠샤)이었다. 앞엔 뭐라뭐라 설명이 써 있는 푯말이 있긴 했지만..가뜩이나 읽기 힘든 한자를 휘갈겨 놓았다-_-
사당 옆에는 플라스틱 파이프에서 샘물이 나오고 간판에 미용수라 써 있다. 이 물을 바르거나 마시면 아름다움을 지켜준다고 하지만, 내가 갔을 땐 웬 아저씨가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있는 설득력 없는 상황이었다.
야사카신사의 뒷문으로 나가면 마루야마공원(円山公園, 마루야마코엔)이 나온다. 봄에는 벚꽃이 절경이고 가을엔 단풍이 절경이라는 곳인데, 물론 내가 갔을 땐 벚꽃은 다 지고 없었다. 훗 벚꽃따위 ( -_-)y-~ 그래도 나무가 많고 시원해서 꽤 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휴식을 취하기 좋은 장소이다. 역시 여기에도 학생들이 우글거렸다-_-
1차 목적지인 지온인(知恩院)의 산몬(三門)이다. 일본의 절은 위와 같이 세 개의 문이 입구를 지키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세 가지 번뇌(탐욕, 분노, 어리석음)을 벗어나 해탈하는 과정을 나타낸다고 한다. 지온인은
정토종의 사원으로, 정토종이 절실한 신앙심만 있으면 누구나 극락에 갈 수 있다고 하는 종파인만큼, 지온인은 서민들과 친밀한 사원이라 한다. 일본 최대라고 하는 거대한 산몬이 당시 사원의 위세를 보여주는 것 같다.
산몬을 통과하면 높다란 언덕이 나온다. 이 언덕을 올라가는 두 갈래 길이 있는데, 짧고 굵게 가는 길과 약간 길지만 좀 편하게 가는 길이다. 전자를 남자언덕(男坂, 오토코자카), 후자를 여자언덕(女坂, 온나자카)이라 부른다. 난 물론 여자언덕으로 올라갔다-_-
지온인의 본당이다. 신발은 벗어서 비닐봉지에 담아 올라가야 한다. 본당 안에는 여느 사찰처럼 큰 불상이 있고 불공을 드리는 사람들이 여럿 보인다. 뭐 당연하지만 경내는 촬영 금지다.
본당의 지붕 위를 자세히 보면 벽돌 두 개가 나란히 올려져 있다. 이 벽돌은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표시하기 위함이라 한다. 지온인이 영원히 공사중인 이유는 워낙 거대한 건축물이라서 완성되었다가는 큰 일이 날 것 같아서..라는 설이 있는가 하면, 지온인을 건설하게 한 도쿠가와(德川) 가문에서 건설비를 더 뜯어내려 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_-
지온인의 본당은 걸으면 휘파람새 소리가 나는 복도, 천장 위에 숨겨져 있는 우산과 밥주걱 등의 7가지 불가사의가 있다고 한다. 일본의 유적은 뭐랄까...별 것 아닌 것에도 사연을 잘 붙이는 것이 일종의 마케팅이 아닌가 싶다.
본당 앞마당에 구석진 곳에 다리가 있다. 다리를 건너가면 진한 향냄새와 함께 납골당이 나오는데, 참배하러 온 사람들이 가져온 꽃과 향등이 있다. 여기에 특이하게도 무간도에 나오는 것처럼 음료수 캔 위에 담배를 올려놓은 흔적이 있었다. 장발을 뒤로 묶은 야쿠자 필 나는 아저씨가 두목의 명복을 비는 것처럼 보이길래 사진은 찍지 못했다-_-
다리 옆에 위로 올라가는 길이 있길래 가 봤더니 거대한 종루가 덩그러니 있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 조용한 분위기라 한 번 쳐 볼까 했지만, 야쿠자 아저씨의 보복이 두려워 사진만 찍고 내려왔다.
지온인은 매우 큰 사찰이다. 본당 뒤로 연결되어 있는 건물은 수리중이라 들어가지 못했는데, 그것 외에도 여기저기 볼만한 것들이 꽤 많다. 산 밑자락에 있어 꽤 시원하고 특히 본당은 목조 건물이라 그늘진 곳은 서늘하기까지 했다. 시간만 충분하다면 쉬엄쉬엄 둘러봐도 좋을 듯 하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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