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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의 평화로운 풍경을 지켜내는 일

 

어제는 평택 평화대행진엘 다녀왔더랬습니다.

낮게 내려앉은 무거운 회색 구름들 사이로 더운 열기가 뻗쳐내리꽂던 날씨였지만

그보다 더 뜨거웠던 만명의 참가자들의 열기 속에 진행된 이 행진이

살수차와 소화기를 총동원한 대열침탈로 인해 이백여명의 부상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마무리되었단 속상한 얘기는 여기선 관두겠습니다.

더불어 미군의 공격형 전쟁기지로의 성격변화 이에 동북아평화를 도모하기 위한 운동의 보루를 일장연설하는 것도 일단 않겠습니다.

 

대추초등학교로 향하던 길

양쪽으로 드넓게 펼쳐진 새파란 논둑길을 걸으며

길 양옆으로 비껴난 평화로운 들풀들 사이로

전해져오던 대추리 주민들의 도란도란한 목소리와

한가로이 퍼져 수선스러운 집회 행렬에조차 도무지 관심없던 동네똥개들의 늘어진 모습들.

 

저는 이년전 부안에 있을때가 생각났습니다.

핵폐기장 반대의 노란색 깃발을 집집이 꽂아놓은 틈으로

빼꼼히 고개내밀던 동네 꼬마들의 꺄르르 웃음소리가

짭짤한 바다냄새에 섞여 들려오던

다정한 마을.

 

그렇게

평화로운 두 마을의 모습이 오버랩되었습니다.

 

마침

그제는 근 20년간 농촌의 현실을 주제로 그림을 그려오고 있는 이종구화가의 전시회를 다녀온 터였습니다.

그 분은 고향인 서산 오지리의 모습을 쌀부대, 비료부대, 농기구등에 사실적으로 그려오는 작업을 하고 계신데요.

그의 그림 속에는 가족의 모습은 물론이거니와 묵묵히 오지리 땅을 지키고 있는 옆집 아저씨, 친구들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었습니다.

정태춘씨 노래에 대추리 도두리의 소재가 가끔 등장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겠지요.

 

조용히 자기의 자리를 지켜내는 보통스러운 사람들에게는 너무 인색한 세상입니다.

새로운 변화와

현대적인 삶의 방식에

여의치 않고 또 관심없는 사람에게 조차

강요하고 내모는 사회.

한발짝 헛디디면 영원히 올라오지 못할

낭떠러지가 바로 코앞인데 말입니다.

 

더디가는 사람에게는 다 이유가 있을겁니다.

뒤돌아서 도무지 앞으로 나올 생각을 않는 사람에게도 그만의 까닭이 있겠지요.

또 어떻습니까, 아무 이유없다면.

자유로운 인간들의 삶이 만들어내는 하모니는

그 자체로 아름다운 음악입니다.

 

평택의 평화로운 풍경을 지켜내는 일은

그래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의 몫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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