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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F]노동운동과 사회운동, 1차 워크샵

지난 6월 19일에는 사회운동포럼의 '열쇠말keyword" 주제의 하나인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의 1차 사전워크샵으로 '노동운동 진단과 평가' 라는 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관련된 자료와 토론 전체 내용은 아래 링크 참조
http://www.pssp.org/bbs/view.php?board=document&id=1423
 
노동운동을 사회운동적인 시각에서 평가해보자는 것이 1차 토론의 목표이기는 했는데, 썩 잘 된 것같지는 않습니다. 주발제는 노동자운동 좌파-현장파의 입장에서 평가(노동전선)이었고, 토론자들은 문제를 제기하기는 했는데, 쟁점을 뚜렷히 부각하는 논쟁이 되지는 못했던 것같습니다.

다만, 몇가지 앞으로도 쟁점이 될 수 있는 몇가지 문제는 드러났습니다.
대표적으로 '사회운동'이라는 것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 노동자운동과 어떤 관계로 볼 것인가 문제.

사실 '사회운동'의 사전적 의미는 명확합니다.
"구체적인 사회 문제를 해결하거나 현존 사회 체제를 근본적으로 변혁하기 위하여 대중이 자발적으로 하는, 조직적이고 집단적이며 지속적인 행위. 노동 운동, 농촌 운동, 학생 운동, 혁명 운동 따위가 있다."(네이버 국어사전)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노동자운동과 사회운동의 분리가 장기화되면서, 노동자운동이 노조운동을 중심으로, 경제주의 투쟁에만 몰두하면서, 마치 노동자운동은 사회운동이 아닌 것처럼, 사회운동은 "사회운동단체"라는 것들이 하는 특수한 것으로 이해되기 시작한다는 것이죠. 이것은 정당운동의 입장에서는 노조-당-사회운동을 삼분하는 사고(전진)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런 인식에는 다른 판본도 존재하는데, 노동자운동의 현장파들의 생각입니다. 이날 발제에서 노동전선(활동가조직) 김태연 집행위원장은, 노동운동이 잘 하면 사회운동의 의제라고 이야기되는 교육, 의료, 반전 운동 등도 모두 할 수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변혁운동에서 노동운동 중심성이라는 것을 (부당)전제하기 때문에 나온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식으로 말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노동운동이 아니라 노동자운동이, 스스로 발전하면서 그런 사회운동 과제들을 자신의 운동과제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는 말로 바꾸어 이야기할 수는 있겠죠.(그렇게 같은 취지로 이해하자는 제안이 정영섭 동지의 발언이었던 것같은데 맞나?;;) 하지만 그것은 현재의 노동자운동, 그것이 좌파라하더라도 해온 투쟁의 역사를 볼 때, 좀 심하게 말하면 "듣기좋은 말"일 뿐이라는 생각입니다. 게다가 그러한 주장은 노동자운동"만" 있어도 된다는 사고를 전제합니다. 운동들간의 교통을 위해서도 별로 좋지않은 다소 '무례한' 입장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토론과정에서 느낀 것은 노동자운동이 자신을 사회운동의 "하나의" 부분으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사회운동포럼을 거치면서, 다른 운동들과의 대화과 교통의 과정에서 그러한 인식을 확인할 필요도 있을 것같습니다. 물론 이 말이 노동자운동이 "노동의제"라고 불리는 것들을 하나의 부문운동으로 수행해야한다는 의미도 아니고, "노동의제"라고 불리는 것들이 부문운동의 의제라고 말하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하나의 ─그러나 가장 중요한, 그러나 유일하지 않은─ 운동주체로서 노동자운동이 사회운동의 일환으로 자신을 위치지워야한다는 말이겠죠.

그렇게 보면, 이탈리아 공산주의재건당의 베르티노티가 쓴 <공산주의 재건과 대안좌파의 건설>이라는 글을 꼭 권하고 싶습니다.(<마르크스의 '경제학 비판'과 대안세계화운동>, 윤소영 엮음/공감 2003에 실림) 몇 부분만 인용하면,

사회운동들의 다원적 성격은 '또 다른 세계'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그들과 변증법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그 자신이 새로이 구성된 정치적 주체를 요구한다. 정치의 위기는 좌파정치, 사회갈등, 시민사회 사이의 관계를 새로이 재정립함으로써 위기로부터 탈출할 것을 요구한다. 공산주의 재건은 이런 재정립의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이다.
...
우선적으로 대안좌파는 대안적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투쟁하는 사회운동들과 교류한다. 대안좌파의 존재이유는 집단적 행동을 또 다시 유효하게 만듦으로서 정치 자체를 부활시킨다는 의미에서 정치의 개혁에 있다. 이 때문에 새로운 정치적 주체는 당과는 다른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조직들이 당과 평등하게 공존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70쪽)
 
여기서는 정치운동의 입장에서 말하고 있는 것이지만, 운동들 사이의 관계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에 노동자운동이 사회운동들과 갖는 관계를 돌아보는 데도 좋은 글이죠. 특히 사회운동과 함께 투쟁하는 것이 정치자체의 부활을 가능하게 하기위한 조건이라는 점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또 다른 한편으로 민주노동당과 같은, 혹은 노동자의힘과 같은 당-정치조직들이 사회운동에 어떻게 접근해야할지에 대해서도 시사점을 줄 겁니다. 이번 사회운동포럼에도 이와 유사한 운동들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박래군(사회운동포럼 집행위원장, 인권운동사랑방)님이 쓴 제안서에도 나와있으니 흥미로운 일입니다. 제안서 "새로운 사회운동, 가능합니다" 읽기

그리고 여기서 또 중요한 것은, 이러한 관계의 재정립의 필요조건으로 공산주의 재건을 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운동간의 교통과 교류가 만능이 아니고, 대안세계를 위한 이념적 사상적 지향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것을 공산주의 재건으로 지칭합니다. 이번 사회운동포럼에서도 운동간의 교통과 교류도 중요하겠지만, "공산주의 재건이 필요조건"이라는 점이 공유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혹은 대안세계의 상이 무엇인지, 대안세계화'운동'이 가능하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묻는 방식일 수도 있겠죠.

물론 "공산주의 재건"이 스탈린주의나 김일성주의처럼 구 사회주의국가들을 정당화했던 국가이데올로기의 부활은 전혀 아닐 것이고, 오히려 포스트마르크스적 공산주의이겠지만 말이죠. 그리고 포스트마르크스적, 혹은 네번째 공산주의의 형태와 가능성에 관련해서는 발리바르의 <공산주의 이후에는 어떤 공산주의가 오는가>를 참고해야할 것입니다.(<마르크스의 '경제학 비판'과 소련 사회주의, 윤소영지음, 공감 2002에 실림. 인터넷에서는 http://www.pssp.org/bbs/view.php?board=document&id=1404 에서 볼 수 있습니다.)

말을 더 이어가자면, 발리바르가 지적하는 네번째 공산주의의 핵심적인 요소는 페미니즘과 국제주의입니다. 민족형태 비판이 전제되어야하는 국제주의에 대해서는 그래도 좌파들에게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볼 수 있겠는데, 페미니즘과 관련해서는 좌파들의 인식도 좀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김태연 노동전선 집행위원장의 글에서 노동자운동의 혁신의 과제로 페미니즘 혹은 여성문제와 관련된 부분은 (그것도 관료화에 대한 문제제기 부분에서) 단 한문단이 이렇게 나옵니다.

- 노동운동 내부에도 여전히 전근대적인 성차별․가부장적 조직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이런 조직문화는 노동운동 내에서 동지적 관계를 파탄내기까지 한다. 동지들의 성차별적․가부장적 행태를 농담으로 용인하는 분위기는 이 문제해결을 가로막고 있다. 자본주의 상품문화의 찌꺼기이며, 전근대성의 잔재를 노동운동 내부에서 단호히 척결해야 한다.
 
안타깝죠. 여기에 대해선 구구절절 더 할 말도 없습니다.;;

여튼, 이 날 토론을 하면서 느낀 것은, △ 사회운동포럼이 보다 의미가 있기 위해서는 이념적 대안에 대한 논의까지 진행되거나 혹은 최소한 그것을 사회운동진영들이 공동으로 논의해야한다는 점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점 △ 노동자운동이 경제주의에 경도되면서 사회운동과 분리된 역사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점 △ 특히 (노동자운동과) 페미니즘과의 결합에 관련해서는 전체 사회운동포럼에서 중요한 결의로 취급되어야할 것이라는 점 등입니다. (쓰고 나니 모두 '과제들'이군요. 내가 할 것도 아니면서 이런;;ㅎㅎ)

앞으로 논의가 더 진행되는 만큼 노동자운동과 사회운동 열쇠말 토론에서도 더 많은 이야기가 진행될 수 있겠죠. 어차피 사전토론이라는 것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확산하기 위한 의의도 있었을 텐데, 그런 의의에 맞게 활동가들의 관심 속에서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사회운동포럼 홈페이지가 만들어졌군요 : http://sm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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