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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16
    대안적인 노조교육 ; 어떤 시도(2)
    겨울철쭉

대안적인 노조교육 ; 어떤 시도

광주에서 공공노조 지역지부의 간부활동가를 대상으로 한 기초 교육을 진행하고 나서 쓴 글입니다.

보다 사회운동적이고 연대지향적이고, 지역운동전략에 기반한 노조운동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러한 운동이념을 대중화하기 위해서는 (간부, 활동가, 조합원에 대한) 노조 교육이 중요하다는 점은 간간히 지적된다.

나도 그러한 측면에 동의한다. 여러 실천이 중요한 만큼, 대중운동 속에서 형성되는 대안적인 이념에 언어를 부여하고 활동가, 조합원들이 이를 인식할 수 있어야 운동이 구체적으로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의 변화는 대중운동의 실천 속에서 어떤 이념을 추출하고 이를 다시 대중의 언어로 돌려주는 과정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 가장 일반적인 경로중 하나는 노조 교육이다. 운동의 혁신을 위해서, 운동의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형성하는 과정이다.

이를 위한 교육의 변화를 위한 노력과 시도는 간간히 있어왔다. 사회진보연대도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교안 구성 혹은 팜플렛 작성을 위한 워크샵 등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은 잠시 중지되어 있지만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주관한 “서울지역 미조직비정규직 전략조직화 사업단”의 중요 사업 중에 하나도 교안구성 사업이었다.

나도 이러한 교안 작성 사업(이라기보다는 시도들)에 함께 했지만, 일부러 교안을 작성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나마 내가 만들었던 몇 개의 교안도 구체적인 교육 요청이 있었을 때 그때 그때 작성할 수는 있었지만, 불연속적.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구체적인 교육대상을 염두에 두어야 교안작성, 교육 준비가 가능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이 글은 14일 쓰기 시작해서 블로그에는 지금 올리는 중) 광주지역 동지들의 요청으로 간부활동가교육을 진행했다. 간부활동가의 자세와 역할, 노동권과 임금/단체교섭이라는 다소 일반적인 제목의 교육. 30명 정도의 간부, 활동가, 열성조합원이 함께 했다.

그러나 이런 기본적인 부분, 노조 교육에서부터 노조의 이념을 혁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광주 동지들이 나에게 요청한 이유도, 요청한 것도 바로 그런 측면일 것이었기 때문에, 그에 걸맞게 만들어보려고 노력했다. (실제 교육은 좀 나았던 것 같지만, 교안은 단어나 표현이 난삽. 옆에 조합원들이 “써논 거는 어렵구만”하는 이야기가 들린다. 읔;;)
여튼, 다른 곳에서도 쓰려면 교안 자체는 표현-구성 등을 더 손볼 필요가 있겠다.

누군가에게 참고가 된다면 ; 교안파일(hwp)

내가 주로 반영하려고 생각했던 것, 그리고 기존의 노조교육 교안들에 대한 비판의 지점은 이렇다.

<간부활동가의 활동론 관련해서>

* 20년 전에나 지금에나 똑같은 내용으로 교육해서는 안 된다. 간부활동론과 같은 ‘기초적인’ 것이라도 노조운동이 처한 현실, 정세를 반영해야한다.

* 노조는 ‘운동’과 ‘조직’의 복합체, ‘조직’은 (물질적) 기구와 공동의 이데올로기로 구성된다.
문제는 ‘운동’을 통해서 조합원의 공동의 이데올로기, 이념을 형성하는 것.
(노조는 ‘운동’없이 존재할 수 없다. 운동을 소진하는 제도화-기구의 강화는 노조‘운동’의 무덤)

* 기구의 측면 ; 노조와 국가기구의 비교. 국가기구는 지배의 비밀을 감추기 위해서 어디에 권력이 있는지를 은폐한다. 그러나 노조는 반대로 투명하게 인식되어야 구성원의 자발성을 지속시킬 수 있다.

* 간부활동가는 공동의 이념을 형성하기 위해서 조합원 상호간의 대화와 소통을 조직하는 사람이다.

* 노조에 필수적인 ‘운동’은 ①사업장 안에서 현장 투쟁, ②사업장을 넘어서는 사회적 투쟁이 모두 필요 ; 특히 ②를 위해서는 간부들의 집단적이고 일상적인 공동학습이 필수적이다. 또한 사회운동과의 열린 토론이 필요. (ex. 사회운동포럼)

* 간부활동가들은 노조라는 조직이 필연적으로 직면하는 조직적 제약을 냉정하게 인식해야한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용인된’ 조직으로서,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로서 가지는 한계. 노조는 소중하지만, 그렇다고 물신화되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그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주의’하기 위한 것일 뿐 아니라, 현존의 노조를 조직 하면서도 그것을 지양하는 운동을 내부에서 도입하기 위한 것이다.

* 결론적으로, 간부활동가의 역할은 “노조(조합원 대중) 안에서 운동을 실현(조직)하는 사람”으로 요약할 수 있다.

* 잘 알려진 기존의 교안 중에도
○ 노조를 “사람”과 같이 [두뇌=위원장, 심장=집행부, 척추=대의원.. 운운]라는 유기체로 비유하거나,(플라톤식 유기체론?)
○ 대의원은 ‘부서의 소대장’ 식의 군사적인 비유,
○ 조합원의 다양성은 자본이 좋아하는 경쟁/갈등의 요소라는 입장..
==> 그러나 노동자 조직은 단결의 긴급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독립적인 주체들의 자발적인 연합으로 사고되어야하고, 노조 안에서도 개인의 소거가 아니라 평등-자유로운 연합이 강조되어야한다.

* 보통의 교안들은 간부의 헌신성, 청렴성 등 도덕적 가치를 강조한다. 그러나 그것은 초등학교 도덕교육에서 배워야할 것들로 사회적 통념을 ‘노조의 용어’로 번안하여 반복하는 것에 불과하다. 노조교육은 사회적 통념의 반복이 아니라 과학적 인식을 확장하는 것이 되어야한다.

* 마찬가지로, 학습의 중요성, 토론의 중요성, 사회적 연대의 중요성 등은 그냥 말하면 되는 “자명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하고, 그것이 어떤 맥락에서 왜 필요한지 이야기해야한다. (‘자명한’ 것으로 그냥 나열하고 말 때, 그것은 정작 현장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공자님말씀이 되고 말 뿐이다.)

<임금, 단체협약과 노동권 관련해서>

* 노동자들의 권리는 노동3권? 그것을 포함하지만 그것은 법적으로 제도화된 시민권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것은 일반적인 노조 교육에서 과대평가되고 있다.)

* 노동자의 권리는 오히려, “노동에 대한 권리”로서 노동권, 그리고 시민권=인권으로 제시되어야한다. (노동3권은 시민권의 한 항목을 법적인 언어로 표현한 것에 불과. 그리고 노동권 개념은 “노동할 권리”라든가 “노동에서의 권리”이라는 해석과 쟁점을 형성)

* 노동권, 시민권=인권은 “의무(댓가) 없는 권리”. 따라서 노동자의 요구는 그것이 어떤 제한없이 정당한 천부적인 권리이다. 노동자들이 이것을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어야한다.

* 노조의 임단협(요구안과 내용)에서도 노동권을 실현하고, 그것에 시민권=인권을 도입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탈리아 CGIL의 150시간 교육시간 확보와 같은 것은 그러한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노조페미니즘이 가능하게 하고, 노동자가 과학과 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 이렇게 노조의 단협, 임협은 단순히 좋은 조항의 나열이 아니라, 정치적인 의미를 갖는다. 임금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장시간-초과 노동을 강요하는 현대자동차의 임금체계는 올바른가와 같은 문제도 제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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