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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어떤 점들.

여행의 어떤 점들.

 

이제 기차로 빠리를 떠난다. 예정보다 하루 더 있던 빠리를 아침 기차로 떠나는 이유는 암스테르담에 고흐 미술관이 월요일에는 열지 않는다고 하기 때문이다. 부지런히 가야 오후 반나절을 볼 수 있다.(하지만 정작 와보니 잘 못된 정보였다;; 월요일도 연다.)

 

혼자 여행하기

 

* 좋을 때

 

나의 속도대로 움직일 수 있다. 예를 들어서 루브르박물관에 들라클루아 앞에서 한시간 넘게 보내도 부담이 없고, 페르라세즈 묘지에서 한참을 헤메도 누구에게 미안하지 않다. 기분내키면 빠리에 하루 더 머물수도 있고.

 

내 느낌대로 움직일 수 있다. 런던에서 최근 한국인에게 인기 뮤지컬은 ‘빌리 엘리엇’이나 ‘맘마미아’. 혼자라면 시간이 허락하지 않을 때에도 ‘레미제라블’을 선택할 수 있다.

눈치보지 않고 느낌을 표현할 수 있다. 오르세 미술관, 미술 작품 앞에서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물이 난다면, 그럴 수 있다. 쪽팔려서 감정을 자제할 필요가 없다.

 

셀카 찍는 재미. 특히 야경을 배경으로 타이머로 셀카찍는 재미가 쏠쏠하다. 내가 뭔가 만드는 느낌인데, 정말 재밋다.

혼잣말 하기. 같이 다니면 대화할 사람은 같이 있는 상대방 뿐이다. 하지만 혼자 다니면, 말할 수 있는 상대는 무한정. 나한데 혼잣말을 해도 되고, 누군가 맘에 내키는 상대에게 말할 수도 있다.(물론 들리진 않겠지만;;)

 

배경 음악깔기. 굳이 대화할 필요가 없을 때가 많으므로, 분위기에 적합한 음악을 mp3로 들으면서 다닐 수 있다. 음악을 깔면 주변이 아주 달라보이고, 느낌이 새롭다. 빠리 밤거리에서 쇼팽을, 퐁피두 현대미술관에서 punk rock을 들어보자.

 

대략 스릴있다. 누군가에게도 의존할 수 없고 가끔 실수하기도 하는 긴장과 스릴. 전방위적인 판단을 스스로 할 것을 요구받게 되는데, 단점이자 장점.

 

* 좋지 않을 때

 

Please, Take me a picture.. 라고 말하기 짜증날 때가 있다. 마음씨 좋아보이는 (주로 젊은 여성;;) 외국인을 찾으려고 두리번 거려야하고 귀찮을 때가 있어서 사진은 주로 등장인물 없음.

 

2인분씩 먹는 메뉴는 주문하기 힘들다. 뭐 먹으라면 먹겠지만 돈 아깝다. 중국식당의 딤섬 같은 경우가 그런데, 이런 식이다보니 그냥 샌드위치나 핫도그 먹는게 편하다. 문제는 식사는 부실하고 걷기는 많이 걷다보니 살이 너무 빠진다는 것. (아, 적당한 다이어트에는 좋으니 장점이라고 해야하나?)

 

가끔 한국어가 그립다. 하지만 장기간 유학간 분들이나 이민간 분들에게 비할 바는 아니니 패스.

 

한국에서 투쟁 소식들을 때. 어차피 한국에 있다고 도움되는 형편도 아니지만, 마음이 또 그렇지가 않고 무거워진다. 로밍한 핸드폰으로 집회 안내 문자도 몇 개씩은 오는데, 거참.

 

그밖에 단점은.. 생각보다 많이 없는 것같다. 흠, 더 생각나면 나중에 이야기하자. 나가봐야할 시간됐다.

 

빠리의 인상

 

떠나는 마당에 이야기하자면, 번잡한 대도시이지만 문화적으로 풍성한 곳이라는 것, 그리고
괜히 낭만적인 도시라고 하는게 아니라는 점도.

 

노틀담 성당에서부터 퐁네프 다리, 예술가의 다리, 루브르박물관으로 이어지는 길은 환상적이다.(그에 비해서 유명한 상젤리제 거리 같은 곳은 좀 번잡하다.) 곳곳에 길거리에서 키스하는 연인들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이 전혀 어색해보이지 않는다. 너무나 자연스럽다. ‘빠리의 연인’ 같은 드라마가 나올 만한 분위기라는 건데, 모르는 남녀라도 여기서는 며칠만 붙여놓으면 연인이 될 것같다.

 

* 에펠탑 뒤, 안경너머로 바라본 빠리의 석양

 

Sur le quai

 

Sur le quai, ‘버스, 정류장’의 OST(루시드 폴)이기도 하고, 내 핸드폰에도, 네이트온의 아이디에도 있는 문구다. ‘on the dock'이라는 뜻의 불어라고 하는데, ’on the platform'이라고 새길 수도 있다.

 

빠리의 역에는 quai 1, quai 2, quai 3.. 이렇게 플랫폼을 표시한다. 이제 sur le quai.

 

이 문구가 노래 가사에 나온 적이 있는데, 영화 “셀부르의 우산” 주제가에 이 문구가 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더욱 아련할. 잊을 수 없는 영화와 그 음악이다.
http://blog.naver.com/ydiana?Redirect=Log&logNo=80033815735

 

Ils se sont separes sur le quai d'un gare
Ils se sont eloignes dans un dernier regard
어느 역 플랫폼에서 그들은 서로 헤어졌답니다.
그들은 마지막 눈길을 건네며 서로 멀어져 갔답니다.

 

이렇게 이어진다.
빠리, 안녕.

 

 

* 좀 서둘러 가느라 빠리에서 들렸던 중요한 곳들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하지 못했다. 루브르 박물관--오르세 미술관--퐁피두 현대미술관과 프랑스 공화주의의 기념물인 팡테온 사원 등에 대한 것. 일단 여기 암스테르담을 뜨면서 정리해보자. 인터넷 환경이 너무 좋지 않은데, 그건 베를린도 만만치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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