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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3/23
    신자유주의, 인민주의, 태국의 정세(1)
    겨울철쭉
  2. 2006/03/19
    주빌리사우스 노동자총회준비회의를 다녀와서 생각하게된 몇가지(1)(1)
    겨울철쭉

신자유주의, 인민주의, 태국의 정세

주빌리사우스 노동자총회준비회의를 다녀와서 생각하게된 몇가지(1) 에서 연결된 글


지난 번에 쓴 글에서는 주빌리사우스의 시도와 같은 것이 노동자운동이 대안세계화 운동을 의제로 사회운동과 결합할 수 있는 의미있는 조직화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주빌리사우스의 시도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고, 세계사회포럼 등 다양한 연대운동에서 노동자들의 투쟁과제가 함께 논의될 수 있도록 조직하는 여러가지 활동이 같은 의미를 가질 것입니다.


이번에 진행되었던 회의 중에서 세계사회포럼 동남/동아시아 다중심포럼 준비를 위한 지역 워크샵 (WSF Regional Workshop to prepare for the Southeast/East Asia WSF in Thailand October 2006) 은 사실 논의가 잘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처음 논의가 시작되었다는 사정도 있겠지만 태국의 정치상황과 관련된 논쟁이 외삽되었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 올해 각 지역의 다중심포럼 중 가장 늦게 준비된다는 점에서 동아시아의 국제연대운동이 가지는 취약성을 반영하기도 하겠죠.

여튼, 논란이 되었던 부분은 회의 기간 내내 진행되었던 탁신총리 하야 집회에 참석해야할 것이냐, 회의를 하고 있어야할 것이냐는 논쟁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상황을 봐도 예상할 수 있는 것이기는 한데, '밖에서 큰 투쟁이 전개되는 중인데 회의나 하고 있어서 되겠냐' 뭐 이런 거죠. IS 계열의 조직인 '노동자민주주의'라는 단체의 활동가들이 계속 발언하면서 이 문제를 제기하더군요. 어떤 입장이 맞는지 굳이 코멘트할 것은 없겠지만, 당일 방콕에서는 10만명이 결집한 대규모 밤샘시위가 벌어졌습니다.(지금도 대규모 시위가 연일 끊이지 않고 있고, 탁신 총리 측은 의회해산, 재선거 공고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태국 총리 퇴진 요구 시위
▲ 26일(일) 밤 10만명이 결집한 시위 장면


신자유주의와 인민주의, 탁신의 위기

태국의 정치위기는 표면적으로는 탁신총리의 가족 비리 때문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신자유주의 정책이 강제하는 민중생활의 위기, 그리고 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인민주의 정치의 취약성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런 사정은 필리핀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우리나라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면, 동아시아 반주변 국가들에서 유사한 방식의 정치위기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중남미와는 또 다른 양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죠.
 


이 글 밑에 첨부한 글에서도 보이는 것처럼, 쟁점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탁신은 물, 에너지와 같은 공공서비스의 사유화, FTA 같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공세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의료보험을 도입하고 빈곤층을 위한 경제지원도 병행합니다. 이를 통해서 빈곤층의 정치적 지지를 확보하는 인민주의 정치를 펼치는 것이죠. (따라서 연일 대규모 시위가 벌이지고 있지만 총선을 하게되면 사실상 탁신이 다시 승리할 것이 예상되고, 이 때문에 야당들은 총선을 보이콧하겠다는 경고를 보내는 상황)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도 보이는 것처럼, 이러한 인민주의 정치도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탁신 일가의 부패가 금융투기와 관련된 것이라는 점에서 신자유주의 금융화에 필연적으로 따라오게 되는 모순이 폭발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FTA추진 등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반대도 정권반대 운동이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태국에서도 이러한 인민주의 정치의 위기를 반동적으로 전유하려는 세력이 존재하고 힘을 얻고 있다는 것입니다. 탁신과 경쟁하는 미디어 재벌(사진에 나온 당일 집회에 갔을 때 연설을 하고 있더군요, 황당.)이 탁신반대운동을 주도하고 있고 재정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진에도 보면 있지만 태국 국기와 함께 사람들이 흔들고 있는 노란깃발은 왕실의 깃발입니다. 이러한 정치위기의 해결방법으로 왕실이 나설 것을 요구하는 것이죠. 인민주의 위기에서 정권에 대해서는 함께 반대하지만 그 이후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주장들이 경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건들은 우리나라의 상황과도 너무나 유사합니다. 노무현 정권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철저하게 추진하면서도 사회복지 정책을 일부 실행하면서 '개혁적'이라는 이미지로 자신을 포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소외된 지역과 계층의 지지를 조직하는 것이죠. 정권의 위기가 금융투기와 연관된 비리로 인해 가속화된다는 점도 그렇습니다. 노무현 정권에 대해서, 한나라당과 진보진영이라는 다른 대안이 경합하는 것도 유사한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인민주의 정치에 의해서 추진되더라도 신자유주의 정책이 가지는 모순이 해결되지 못하고 지속적인 정치위기를 낳는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를 대체하는 지배계급의 대안이라는 것은 또 다른 방식의 인민주의 정치로 귀결된다는 것입니다.

그밖에, 아래에 첨부한 글을 보면 태국의 사회운동 안에서는 정권반대투쟁에서 보수파-왕당파들과 연대해야하는가 등의 쟁점이 존재하는 것같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스탈린주의적 좌파의 도구적, 혹은 실용적 정치관, 그리고 자율주의자autonomist들의 무정부주의적 정치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많은 사회운동이 이 투쟁을 전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시위 현장에는 왕당파의 노란깃발도 있었지만, FTA반대 선전물, 공공서비스 사유화 반대를 위한 플랭카드도 많이 눈에 띠었습니다. 공공부문 노조들은 탁신의 물, 에너지 등 사유화정책에 반대하면서 이 투쟁에 결합하고 있습니다. 주빌리사우스회의에서 만난 태국의 노조활동가들은 총파업을 조직하고 있다는 말도 하더군요. 사태의 진실이 어디에 있는지 대중들에게 폭로하기 위한 활동이죠.

태국이 사례도 그렇지만 필리핀도 유사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행사에 오기로 했던 필리핀의 일부 활동가들은 아로요 정권의 탄압 때문에 출국하지못해서 참석을 못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회의가 진행되는 날에는 주빌리사우스 사무국을 경찰이 침탈해서 PC등을 모두 압수해갔다고도 하더군요. 필리핀의 경우에도 신자유주의 정책의 실패가 아로요의 인민주의 정치를 파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다른 방식의 인민주의 정치도 대안으로 가능하지 않을 때, 적나라한 폭력이 재등장한다는 것을 필리핀 사례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동아시아 반주변에서 이런 상황은 라틴아메리카의 최근의 '좌경화'와는 또 다른 경향인 것같습니다.  아직 사회운동이 취약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자본주의 세계체계 안에서 가지는 또 다른 지정학적 요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동아시아 반주변 국가들의 최근 정세는 이런 상황을 변화시켜내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더 많은 고민을 하게 해줍니다. 특히 인민주의 정치의 위기에 마주칠 때, 어떤 이데올로기와 전략이 필요할 것인가의 문제에 대해서 말이죠.


[앞으로 연재할 글 순서]
이번 일정을 보면서 배우고 느낀 것들(3) : 노동의 불안정화, 남한의 독특한 쟁점?
이번 일정을 보면서 배우고 느낀 것들(4) : 운동 조직에 필요한 것은 교육?




아래는 다중심포럼 준비를 주관하는 태국단체에서 메일로 보내온 글인데, 태국 내의 쟁점이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Thailand:
Anger and Confusion in the Anti-government movement
Giles Ji Ungpakorn

In the past few weeks over a hundred thousand people have demonstrated in the streets of Bangkok and in other provincial cities, calling for the resignation of Prime Minister Thaksin Shinawatra. The issue which unites this opposition to the government, is a disgust against the vast wealth of the Prime Minister and the fact that this wealth fuels the system of “money politics” in Thailand. Thaksin recently sold his shares in Shin Corporation, a vast telecom company, for 70,000 million baht. He did not pay a single baht in tax. This is probably legal. But this has cause immense anger among many who rightly see “corruption” as a moral issue rather than a legal one.

The anti-government movement was initially sparked by a fall out within the business class. Sondhi Limthongkul, a media tycoon, was once a friend of Thaksin. After the fall out he found that some of his programmes were blocked by the government. He then started a conservative royalist campaign to oust Thaksin and to “return power to the King”. Sondhi’s supporters attended rallies in yellow T-shirts, waving yellow monarchist flags. Thailand has had a constitutional monarchy since the 1932 revolution and considering the events in Nepal, the demand to return power to the King is obviously extremely reactionary. Yet Sondhi was able to tap into the anger against the government among people who might not share such conservative views.

 The weakness of the Peoples Movement in Thailand has meant that many sections of the trade union movement and democracy campaigns attached themselves to this conservative royalist movement. The principle reason for this was that they have no faith in the independent strength of the Peoples Movement. As far back as a year ago, just before Thaksin’s landslide victory in the February 2005 General Election, leaders of the Peoples Movement were calling for a united front with conservative royalists. Those still under the influence of Stalinist and Maoist ideas of the now defunct Communist Party are also happy to form cross-class Popular Fronts with business leaders. In the past the Communist Party sought unsuccessfully to form alliances with military dictatorships.

The Thaksin government and the Thai Rak Thai Party enjoy significant support from the urban and rural poor. This is because it is the first government in decades which seeks to improve welfare and the incomes of the poor. The government introduced a universal health care system and other measures to stimulate the economy at grass roots level, all of which were attacked by neo-liberal academics and opposition parties. Of course, these “populist” policies were not paid for by progressive taxation of the rich. The government also pushed ahead with privatisation and neo-liberal Free-trade agreements. This government has also committed gross human rights abuses in the Muslim South and in its “war on drugs”.

Rather than calling for an anti-government movement which goes beyond Thaksin’s populism in order to create real income equality and a welfare state, the conservative section of the anti-government movement sees ordinary people who support Thaksin as ignorant, stupid and easily bought by the government. Thaksin has thrown down the gauntlet by dissolving parliament and calling a snap election in early April. He calls this “returning power to the people” in marked contrast to the royalists. The opposition parties have announced a boycott of the election because they know they will lose. Thaksin has responded to this by saying that if more than 50% of those who vote, register an abstention (which is possible on Thai ballot papers), he will step down. But the conservative opposition has dismissed this, claiming that much of the electorate are badly educated.

These events have split the Peoples Movement right down the middle. The more progressive sections of the Peoples Movement are unhappy with the close association with Sondhi and the conservatives. Some have reluctantly joined the demonstrations, while others have stayed at home. We in the Peoples Coalition Party are pushing for a progressive political reform agenda among anti-government forces, both in the demonstrations and in other circles. We are trying to build a new student movement following years of decline.  We need for progressive taxation of the rich in order to fund social welfare and health. State violence and repression is a real issue, which needs to be addressed. The Free Market in all its forms, whether it be Free Trade Agreements, Patent laws on drugs, or Privatisation of public utilities and universities, must be vigorously opposed. We also need to link all these issues with the international situation. In October this year a South-east and East Asian World Social Forum will be held in Bangkok and we shall be looking for dialogue between the Thai social movements and movements in neighbouring countries, especially the Philippines and South Korea.

The mainstream in the Peoples Movement has long taken the Autonomist view that we don’t need our own political representation or theory and that loose networks of social movements are enough. Events are proving this to be a mistaken strate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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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빌리사우스 노동자총회준비회의를 다녀와서 생각하게된 몇가지(1)

정말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쓰네요. 썰렁해졌습니다.^^;
오랜만에 글을 쓰려고 보니까 파이어폭스에서도 작동하는 새로운 편집기도 생겨서, 이제는 파이어폭스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기분 좋군요.

***

2월말부터 3월초까지 태국 방콕에 출장으로 다녀올 일이 있었습니다. 주빌리사우스를 중심으로 하는 ‘사유화 반대 아태지역 노동자 총회’ 준비회의와 함께 이 일정에 맞추어 세계사회포럼 동남/동아시아 다중심포럼 워크샵, post-WTO 전략회의가 함께 진행되어 참가했습니다.

공공연맹은 주빌리사우스(아태지역)와 이런저런 사업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주빌리사우스-아시아태평양(APMDD)은 외채 상환거부 운동을 중심으로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반대하는 운동을 전개해왔습니다. 특히 90년대 이후 채권국들이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강제하는 방법으로 ‘외채-주식 전환 debt-equity swap’을 이용하는 데 반대하는 운동을 전개했는데, ‘외채-주식 전환’은 공기업의 사유화를 강제하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특히 문제가 된 물, 전력(에너지) 사유화 반대운동을 조직하였죠.

이러한 운동의 일환으로 작년 한국에서 일련의 국제연대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습니다. o 노동과 환경의 연대를 통한 에너지 체제 전환 국제 심포지움,  o 물 사유화 저지 워크샵,  o 전세계 FTA 현황과 투쟁 워크샵  등이 그것입니다.  작년 한국에서 논의과정에서 ‘사유화 반대 아태지역 노동자 총회’가 제안되었고 , 이번에 이 총회를 준비하기 위한 실무 준비회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일정은 저에게는 매우 운이 좋았던 사건입니다. 국제 사업의 직접적인 담당자가 아니면서도  가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런 것만이 아니라, (물사유화 투쟁 관련해서 공무원노조가 우연히 담당자를 보내지 못하게 되면서 연맹 내에서 관련사업을 했던 제가 가게 되었으니까요.) 주빌리사우스 회의의 의제는 물론이려니와 세계사회포럼(다중심포럼) 준비회의를 참관할 수 있었다는 점이나, 많은 국제 사회운동단체들이 공동으로 주최한  WTO반대투쟁 전략회의에 함께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그만큼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 계기였습니다.

이번에 참가한 세 개의 일정은 모두 공통적으로 국제적인 운동을 건설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놀라웠던 것은 사회운동의 역사와 조건이 모두 상이한 나라들에서 온 활동가들이 공동의 합의를 도출해내는 과정이었습니다. 구체적인 조건은 서로 다르지만, 그러한 조건들의 공동의 원인으로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인식하고 이에 대한 투쟁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주빌리사우스 노동자총회 준비회의는 물론이고, 다중심포럼 준비회의, 특히 WTO 반대투쟁 전략회의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교통을 통해서 조정되는 과정은 인상적이더군요. 물론 이 과정에서 몇몇 ‘선수’들이 활약하기도 하던데, 실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http://member.jinbo.net/maybbs/pds/rudnf/pds/s_S4300510.JPG
△ WTO반대투쟁 전략회의(방콕, 2/28~3/1)

이번에 함께 진행된 일정들
: 세계사회포럼 동남/동아시아 다중심포럼 준비를 위한 지역 워크샵 (WSF Regional Workshop to prepare for the Southeast/East Asia WSF in Thailand October 2006)
: 기본서비스의 사유화에 대한 아태지역 노동자 지역총회 준비위원회 회의 (MEETING of the PREPARATORY COMMITTEE for the ASIA/PACIFIC WORKER'S REGIONAL ASSEMBLY on PRIVATIZATION of BASIC SERVICES) = 주빌리사우스, 노동자총회 준비회의
: 홍콩투쟁에 이은 지역전략회의 (Regional Trade Strategy Meeting, The Battle of Hong Kong continues)

이미 많은 동지들이 국제연대활동을 통해서 알고 있는 내용이겠지만, 저도 이번 일정을 통해서 그밖에 몇가지 운동적 쟁점들에 대해서 새롭게 느끼고 사고하게 된 것들이 있습니다. 대안세계화운동을 쟁점으로 하는 사회운동과 노동조합 운동의 결합의 방식이라든가, 노동의 불안정화에 대항하는 투쟁이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에서 가지는 위상 등등에 대해서 말이죠. 몇번에 걸쳐서 글을 써볼까 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주빌리사우스 회의는 ‘기초서비스 사유화에 반대하는 아태지역 노동자 총회’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남한에서는 주로 공공서비스라는 표현을 쓰는데 외국에서는 기초서비스 basic service라는 개념을 쓰더군요. 각각이 함의하는 운동적 쟁점이 있을 텐데 좀더 고민해봐야하는 문제인 것같습니다.) 주빌리사우스 운동 자체가 외채를 매개로 (반)주변부의 자원을 착취하는 금융세계화를 반대하는 운동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이 운동은 또 한편, 이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노동자운동을 조직하고자했고, 그 성과가 작년 서울에서 진행된 일련의 프로그램입니다. 올해에는 이 성과를 더욱 공고하게 하기 위한 ‘노동자총회’ 형태의 프로그램(실제로는 워크샵 형식을 띄지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대안세계화운동의 과제로 노동자운동을 조직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많은 노동자운동이 직접적으로 금융세계화의 피해당사자가 되면서도 단지 ‘구조조정 반대’ 투쟁으로 인식하고 그것을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자체를 문제 삼고 투쟁하지는 못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그것을 통한 국제적인 노동자운동의 연대를 시도하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그런데 주빌리사우스가 조직하고 있는 이 운동은 각국의 (금융세계화가 강요하는) 공공서비스 사유화 반대투쟁의 경험을 공유하고 그것을 국제적인 운동으로 만들어내려 합니다.

중요한 것은 연대의 네트워크에 함께 하는 조직들이 각자의 운동경험을 교통하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이 과정에서 스스로의 운동이 가지는 진정한 의미를 발견해내고 자신의 운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자신의 문제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와 연관이 있다는 인식을 획득하고 이를 통해서 광범위한 대안세계화운동의 과제를 자신의 것으로 하는 노조운동의 전환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번 출장일정에 함께 하기도 했고 지속적으로 주빌리사우스, 세계사회포럼 등에 연대활동을 해온 발전노조의 경우, 선거에 출마한 후보가 (그것이 에너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아직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WTO, FTA반대운동을 하겠다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습니다. 구조조정 문건에 구체적으로 나와야 그 때야 움직일까 말까하는 노조들의 상황을 보면 매우 의미있는 문제의식인 겁니다. (안타깝게도 이번 선거에서 이 후보진영은 낙선하고 말았습니다. 새로 당선된 집행부가 이러한 문제의식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말하자면, 이런 국제적인 운동의 조직화를 통해서 각국의 노동자운동이 자신의 운동을 대안세계화운동이 일부로 재조직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단지 자신의 일자리와 관련된 구조조정의 문제로 사고하는 것을 넘어서 사회운동적인 과제를 제기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죠. 이  운동은 한편으로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반대하는 노동자운동의 국제적인 연대를 조직하고, 또 한편으로는 개별 노동자운동이 (대안세계화 운동을 주제로 하는) 사회운동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앞으로 연재할 글 순서]
이번 일정을 보면서 배우고 느낀 것들(2) : 신자유주의, 인민주의, 태국의 정세
이번 일정을 보면서 배우고 느낀 것들(3) : 노동의 불안정화, 남한의 독특한 쟁점?
이번 일정을 보면서 배우고 느낀 것들(4) : 운동 조직에 필요한 것은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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