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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인민주의, 태국의 정세

주빌리사우스 노동자총회준비회의를 다녀와서 생각하게된 몇가지(1) 에서 연결된 글


지난 번에 쓴 글에서는 주빌리사우스의 시도와 같은 것이 노동자운동이 대안세계화 운동을 의제로 사회운동과 결합할 수 있는 의미있는 조직화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주빌리사우스의 시도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고, 세계사회포럼 등 다양한 연대운동에서 노동자들의 투쟁과제가 함께 논의될 수 있도록 조직하는 여러가지 활동이 같은 의미를 가질 것입니다.


이번에 진행되었던 회의 중에서 세계사회포럼 동남/동아시아 다중심포럼 준비를 위한 지역 워크샵 (WSF Regional Workshop to prepare for the Southeast/East Asia WSF in Thailand October 2006) 은 사실 논의가 잘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처음 논의가 시작되었다는 사정도 있겠지만 태국의 정치상황과 관련된 논쟁이 외삽되었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 올해 각 지역의 다중심포럼 중 가장 늦게 준비된다는 점에서 동아시아의 국제연대운동이 가지는 취약성을 반영하기도 하겠죠.

여튼, 논란이 되었던 부분은 회의 기간 내내 진행되었던 탁신총리 하야 집회에 참석해야할 것이냐, 회의를 하고 있어야할 것이냐는 논쟁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상황을 봐도 예상할 수 있는 것이기는 한데, '밖에서 큰 투쟁이 전개되는 중인데 회의나 하고 있어서 되겠냐' 뭐 이런 거죠. IS 계열의 조직인 '노동자민주주의'라는 단체의 활동가들이 계속 발언하면서 이 문제를 제기하더군요. 어떤 입장이 맞는지 굳이 코멘트할 것은 없겠지만, 당일 방콕에서는 10만명이 결집한 대규모 밤샘시위가 벌어졌습니다.(지금도 대규모 시위가 연일 끊이지 않고 있고, 탁신 총리 측은 의회해산, 재선거 공고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태국 총리 퇴진 요구 시위
▲ 26일(일) 밤 10만명이 결집한 시위 장면


신자유주의와 인민주의, 탁신의 위기

태국의 정치위기는 표면적으로는 탁신총리의 가족 비리 때문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신자유주의 정책이 강제하는 민중생활의 위기, 그리고 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인민주의 정치의 취약성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런 사정은 필리핀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우리나라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면, 동아시아 반주변 국가들에서 유사한 방식의 정치위기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중남미와는 또 다른 양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죠.
 


이 글 밑에 첨부한 글에서도 보이는 것처럼, 쟁점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탁신은 물, 에너지와 같은 공공서비스의 사유화, FTA 같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공세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의료보험을 도입하고 빈곤층을 위한 경제지원도 병행합니다. 이를 통해서 빈곤층의 정치적 지지를 확보하는 인민주의 정치를 펼치는 것이죠. (따라서 연일 대규모 시위가 벌이지고 있지만 총선을 하게되면 사실상 탁신이 다시 승리할 것이 예상되고, 이 때문에 야당들은 총선을 보이콧하겠다는 경고를 보내는 상황)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도 보이는 것처럼, 이러한 인민주의 정치도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탁신 일가의 부패가 금융투기와 관련된 것이라는 점에서 신자유주의 금융화에 필연적으로 따라오게 되는 모순이 폭발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FTA추진 등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반대도 정권반대 운동이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태국에서도 이러한 인민주의 정치의 위기를 반동적으로 전유하려는 세력이 존재하고 힘을 얻고 있다는 것입니다. 탁신과 경쟁하는 미디어 재벌(사진에 나온 당일 집회에 갔을 때 연설을 하고 있더군요, 황당.)이 탁신반대운동을 주도하고 있고 재정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진에도 보면 있지만 태국 국기와 함께 사람들이 흔들고 있는 노란깃발은 왕실의 깃발입니다. 이러한 정치위기의 해결방법으로 왕실이 나설 것을 요구하는 것이죠. 인민주의 위기에서 정권에 대해서는 함께 반대하지만 그 이후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주장들이 경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건들은 우리나라의 상황과도 너무나 유사합니다. 노무현 정권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철저하게 추진하면서도 사회복지 정책을 일부 실행하면서 '개혁적'이라는 이미지로 자신을 포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소외된 지역과 계층의 지지를 조직하는 것이죠. 정권의 위기가 금융투기와 연관된 비리로 인해 가속화된다는 점도 그렇습니다. 노무현 정권에 대해서, 한나라당과 진보진영이라는 다른 대안이 경합하는 것도 유사한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인민주의 정치에 의해서 추진되더라도 신자유주의 정책이 가지는 모순이 해결되지 못하고 지속적인 정치위기를 낳는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를 대체하는 지배계급의 대안이라는 것은 또 다른 방식의 인민주의 정치로 귀결된다는 것입니다.

그밖에, 아래에 첨부한 글을 보면 태국의 사회운동 안에서는 정권반대투쟁에서 보수파-왕당파들과 연대해야하는가 등의 쟁점이 존재하는 것같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스탈린주의적 좌파의 도구적, 혹은 실용적 정치관, 그리고 자율주의자autonomist들의 무정부주의적 정치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많은 사회운동이 이 투쟁을 전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시위 현장에는 왕당파의 노란깃발도 있었지만, FTA반대 선전물, 공공서비스 사유화 반대를 위한 플랭카드도 많이 눈에 띠었습니다. 공공부문 노조들은 탁신의 물, 에너지 등 사유화정책에 반대하면서 이 투쟁에 결합하고 있습니다. 주빌리사우스회의에서 만난 태국의 노조활동가들은 총파업을 조직하고 있다는 말도 하더군요. 사태의 진실이 어디에 있는지 대중들에게 폭로하기 위한 활동이죠.

태국이 사례도 그렇지만 필리핀도 유사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행사에 오기로 했던 필리핀의 일부 활동가들은 아로요 정권의 탄압 때문에 출국하지못해서 참석을 못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회의가 진행되는 날에는 주빌리사우스 사무국을 경찰이 침탈해서 PC등을 모두 압수해갔다고도 하더군요. 필리핀의 경우에도 신자유주의 정책의 실패가 아로요의 인민주의 정치를 파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다른 방식의 인민주의 정치도 대안으로 가능하지 않을 때, 적나라한 폭력이 재등장한다는 것을 필리핀 사례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동아시아 반주변에서 이런 상황은 라틴아메리카의 최근의 '좌경화'와는 또 다른 경향인 것같습니다.  아직 사회운동이 취약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자본주의 세계체계 안에서 가지는 또 다른 지정학적 요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동아시아 반주변 국가들의 최근 정세는 이런 상황을 변화시켜내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더 많은 고민을 하게 해줍니다. 특히 인민주의 정치의 위기에 마주칠 때, 어떤 이데올로기와 전략이 필요할 것인가의 문제에 대해서 말이죠.


[앞으로 연재할 글 순서]
이번 일정을 보면서 배우고 느낀 것들(3) : 노동의 불안정화, 남한의 독특한 쟁점?
이번 일정을 보면서 배우고 느낀 것들(4) : 운동 조직에 필요한 것은 교육?




아래는 다중심포럼 준비를 주관하는 태국단체에서 메일로 보내온 글인데, 태국 내의 쟁점이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Thailand:
Anger and Confusion in the Anti-government movement
Giles Ji Ungpakorn

In the past few weeks over a hundred thousand people have demonstrated in the streets of Bangkok and in other provincial cities, calling for the resignation of Prime Minister Thaksin Shinawatra. The issue which unites this opposition to the government, is a disgust against the vast wealth of the Prime Minister and the fact that this wealth fuels the system of “money politics” in Thailand. Thaksin recently sold his shares in Shin Corporation, a vast telecom company, for 70,000 million baht. He did not pay a single baht in tax. This is probably legal. But this has cause immense anger among many who rightly see “corruption” as a moral issue rather than a legal one.

The anti-government movement was initially sparked by a fall out within the business class. Sondhi Limthongkul, a media tycoon, was once a friend of Thaksin. After the fall out he found that some of his programmes were blocked by the government. He then started a conservative royalist campaign to oust Thaksin and to “return power to the King”. Sondhi’s supporters attended rallies in yellow T-shirts, waving yellow monarchist flags. Thailand has had a constitutional monarchy since the 1932 revolution and considering the events in Nepal, the demand to return power to the King is obviously extremely reactionary. Yet Sondhi was able to tap into the anger against the government among people who might not share such conservative views.

 The weakness of the Peoples Movement in Thailand has meant that many sections of the trade union movement and democracy campaigns attached themselves to this conservative royalist movement. The principle reason for this was that they have no faith in the independent strength of the Peoples Movement. As far back as a year ago, just before Thaksin’s landslide victory in the February 2005 General Election, leaders of the Peoples Movement were calling for a united front with conservative royalists. Those still under the influence of Stalinist and Maoist ideas of the now defunct Communist Party are also happy to form cross-class Popular Fronts with business leaders. In the past the Communist Party sought unsuccessfully to form alliances with military dictatorships.

The Thaksin government and the Thai Rak Thai Party enjoy significant support from the urban and rural poor. This is because it is the first government in decades which seeks to improve welfare and the incomes of the poor. The government introduced a universal health care system and other measures to stimulate the economy at grass roots level, all of which were attacked by neo-liberal academics and opposition parties. Of course, these “populist” policies were not paid for by progressive taxation of the rich. The government also pushed ahead with privatisation and neo-liberal Free-trade agreements. This government has also committed gross human rights abuses in the Muslim South and in its “war on drugs”.

Rather than calling for an anti-government movement which goes beyond Thaksin’s populism in order to create real income equality and a welfare state, the conservative section of the anti-government movement sees ordinary people who support Thaksin as ignorant, stupid and easily bought by the government. Thaksin has thrown down the gauntlet by dissolving parliament and calling a snap election in early April. He calls this “returning power to the people” in marked contrast to the royalists. The opposition parties have announced a boycott of the election because they know they will lose. Thaksin has responded to this by saying that if more than 50% of those who vote, register an abstention (which is possible on Thai ballot papers), he will step down. But the conservative opposition has dismissed this, claiming that much of the electorate are badly educated.

These events have split the Peoples Movement right down the middle. The more progressive sections of the Peoples Movement are unhappy with the close association with Sondhi and the conservatives. Some have reluctantly joined the demonstrations, while others have stayed at home. We in the Peoples Coalition Party are pushing for a progressive political reform agenda among anti-government forces, both in the demonstrations and in other circles. We are trying to build a new student movement following years of decline.  We need for progressive taxation of the rich in order to fund social welfare and health. State violence and repression is a real issue, which needs to be addressed. The Free Market in all its forms, whether it be Free Trade Agreements, Patent laws on drugs, or Privatisation of public utilities and universities, must be vigorously opposed. We also need to link all these issues with the international situation. In October this year a South-east and East Asian World Social Forum will be held in Bangkok and we shall be looking for dialogue between the Thai social movements and movements in neighbouring countries, especially the Philippines and South Korea.

The mainstream in the Peoples Movement has long taken the Autonomist view that we don’t need our own political representation or theory and that loose networks of social movements are enough. Events are proving this to be a mistaken strate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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