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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대학생의 라이프스타일을 갖게 되다.

지난 일주일간 우리의 과업은 '모유수유'였습니다.

 

누구나 다 먹이는 모유, 그게 뭐 그렇게 어려울까 싶었는데..이게 장난이 아니네요.

 

우선, 가장 큰 어려움.

엄마 젖꼭지가 너무 아프다는 겁니다.

 

애기가 인정사정 없이 젖꼭지를 깨뭅니다.

 

참다 참다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워진 주선생님께서는

병원의 모유수유상담센터에 전화를 했고,

'작전상후퇴'를 하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며칠 분유를 먹이고 그 사이에 약 바르고, 젖꼭지를  좀 쉬게 한 다음

다시 시도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뭐, 아는 게 없는 우리는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물론, 그냥 젖병 말고,

먹이는 부분이 숟가락 형태로 된 '스푼형 젖병'이 있는데 이걸 사용했습니다.

이걸 써야, 나중에 애기가 '유두혼돈'이 안 온다고 하더군요.

 

그냥 젖병 썼다가는 엄마 젖을 아예 물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스푼형 젖꼭지의 특징은

분유가 한번에 많은 양이 마구 애기 입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제가 먹이길 잘 못 먹여서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암튼 그렇습니다.

 

그래서 애기는 한 20분에서 40분 동안에 걸쳐 먹어야 할 엄마 젖하고 비슷한 양의 분유를

5분도 안 돼서 먹어치웠습니다.

 

이렇게 먹고 나서 한 3시간 쯤 잠을 자고,

또 깨면 냅다 분유를 입속에 붓고...이런 식으로 이틀쯤을 했습니다. 이땐 좋았죠.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했습니다.

애가 대학생의 라이프스타일을 갖게 된 것입니다.

 

무슨 얘긴고 하니,

스푼형 젖병으로 분유를 먹다가 엄마 젖을 다시 물렸는데

한 5분 빨다 잠드는 일을 반복하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젖 5분은 그렇게 배부른 양이 아닙니다.

당연히 1시간도 안돼서 배고프다고 울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짓을 밤새...정말 밤새도록 해대고 있습니다.

 

젖먹은 시간 체크하는 우리의 차트에는 예를 들자면 이런 식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12시 직수(직접 수유) 10분

1시 30분 직수 10분

2시 30분 직수 10분

3시 20분 직수 10분

4시 15분 직수 10분

5시 30분 직수 10분, 분유 90cc

8시 30분 직수 10분

 

5시 30분부터 8시30분, 이 시간이 바로 취침시간입니다.

 

밤새 보채다가 해뜰때쯤에야 잠드는 생활.

이것이 대학생의 라이프 스타일 바로 그것 아닙니까.

 

대학생들도 술집에서 밤새 보채다가 해뜨면 집에 들어가잖아요.

 

주선생님 직수하시는데, 옆에서 다리 펴고 널부러져 자기도 뭐하고,

저도 덩달아 한시간 마다 일어나서 이런 저런 보조를 합니다.

 

아...밤에 잠을 못 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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