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이상한' 이름을 짓다 2

출생신고서에 '강주미루'라는 이름을 적어서 공무원 노동자분께 내밀었습니다.

 

속에서는 이런 생각이 막 지나갔습니다.

'이름 이상하다고 하면 어쩌지?'

 

하지만, 출생신고서를 받아든 공무원은 지극히 사무적인 태도로 저를 안심시켰습니다.

 

6시가 2분 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굉장히 빠른 손놀림으로 이름이랑 생일 같은 것들을 컴퓨터에 입력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다 문득, 제 마음 속에서는 아까 '강주미루'를 적을 때 망설였던 걸 만회하려는 듯...한 가지 생각이 불쑥 떠올랐습니다.

 

"저기...성은 '강'으로만 입력되죠?"

"네.."

"사실 이름은 주미루가 아니라 미루이고, 주는 엄마 성인데요.."

"네.."

"'주'자를 성 입력하는 란에 써주시면 안될까요?"

"그건, 안되는데요.."

"(역시) 그렇죠?"

 

..

 

"그럼, '미루'는 그냥 한글이고, '주'는 한문인데요...이름 쓰시는 란에 '주미루'를 쓰실 때, '주'는 한문으로 입력해주시면 안되나요?"

 

어떻게든 '주'가 성이라는 걸 드러내는 것이 올바른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것입니다.

 

저의 어려운 요구에,일하시는 분은 처음 들어보는 요구라 될지 안될지 모르겠다면서 구청에 전화를 하셨습니다. 구청에는 좀 더 많이 아는 분이 일하고 계셨나보죠.

 

한참 동안 전화를 한 후 ..

 

"안된다는대요"

...

 

"법에 '이름은 모두 한글이름이거나 한자 이름이어야 한다'라고 되어 있나요?"

갑자기 1년에 한두번쯤 발동하는 저의 '꼼꼼하게 따져묻기'가 발동했습니다.

 

"그건 잘 모르겠는데, 하여튼 안된다네요"

 

"출생신고서 뒷쪽에 보니까 이름은 5자 이내로 쓰라고 되어 있는데, 그럼 최대 5자로 이름을 지어도 모두 한글이거나 모두 한자이거나 그래야 겠네요"

 

"..그런 것..같은대요?"

 

"좀 말이 안되는 것 같지 않나요?"

 

"암튼 여기 (컴퓨터) 프로그램에서는 그런 식으로 입력은 안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럼, 그건 프로그램 만든 사람 잘못이거나 정부 잘못인 것 같은데요?"

 

"구청에 물어보시죠"

 

"네.."

 

타고난 천성이 고분고분한 저는,

결국 구청에 물어봐서 의문점을 해결하기로 하고 동사무소를 나왔습니다.

 

이름 등록한 게 16일이고 지금이 23일이니까 벌써 일주일이 지났네요.

아직 구청에 전화를 하진 못했습니다.

평소 저 하는 걸로 봐서 아마 전화를 안 할 것 같습니다.

 

아..이거, 참.

뭘 해도 오래 못하는 거, 이거 언제 고쳐질 지 모르겠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