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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달라보이는 세상

사람은 확실히 처지에 따라서 세상이 달라 보이고, 철학에 따라서 세상을 달리 해석한다.

 

1.

 

예전에 대림동에 살 때 자전거를 산 적이 있었다.

 

겨울이었는데,

날도 추운 데 자전거 타고 다닐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도 그냥 냅다 샀더랬다.

막상 자전거를 타고 거리에 나서자, 세상에..

동네 사람들 중에 웬 자전거 탄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지...

그 전엔 전혀 몰랐었는데, 겨울철에도 정말 자전거 많이 타고 다니더라.

 

 

2.

 

지하철 탈려고 계단에서 뛰다가 다리를 접질린 적이 있었다.

한달 쯤 깁스를 하고 다녔는데,

깁스하고 병원에서 나온 순간, 세상에..

동네 여기 저기에 한쪽 다리, 한쪽 팔, 혹은 양쪽 다리 모두에 깁스를 한 사람들이

정말 많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깁스한 사람들과 스치면서 매번 느끼는 동지적 애정은 꽤 끈끈했다.

 

 

3.

 

같이 사시는 분이 임신을 하고 나서

세상 여자들은 임신한 여자와 임신하지 않은 여자로 나뉘는 것같은 착각에 빠졌다.

불룩 나온 배 때문에 어기적 어기적 걷는 임신부들,

얼굴, 팔다리 퉁퉁 부어서 다니는 임신부들이 동네에 정말 많이 보였다. 

 

 

4.

 

요즘엔 애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예전엔 아이들에 대해 정말 아무 관심이 없었는데,

자전거 처럼, 깁스한 환자 처럼, 임신부 처럼

아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그저 이쁘고, 귀여워서 눈에 들어오는 게 아니라

그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생했을까 하는 생각때문이다.

 

아이들이 눈에 들어오고 곧바로 옆에 늘상 붙어 있는 아이 엄마, 혹은 할머니가 눈에 들어온다.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었을까. 얼마나 지독하게 고생했을까. 아이 아빠는 또 얼마나 무심했을까.

 

요즘 내 눈에 아이들은 엄마와 할머니들의 고생, 노력, 고통, 인내 뭐, 이런 말들의 결정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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