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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이름을 짓다 1

애 이름을 지었습니다.

 

태어나고 한달 내에 출생신고 해야지 안그러면 과태료 낸다고 하고,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애 이름이 필요했거든요.

 

애 이름은 '미루'.  인도철학에서 '세상의 중심'이란 뜻입니다.

 

"너 혼자 잘 나게 살아라." 그런 뜻은 아니구요.

사람 마다 '세상'에 대한 해석이 다 다를텐데, 주선생님과 논의한 바에 따르면 '세상'이란 민중이 살아가는 세상입니다.

 

이 이름을 듣는 사람들은 아마도 첫반응이 '뭘 미뤄?' 일 것 같습니다. 주선생님 어머니께서 그러셨거든요.

 

동사무소에서 출생신고 하면서 갈등이 심했습니다.

 

이름 짓기 전부터 제 성과 주선생님의 성을 동시에 쓰는 데 아무 이견이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애기의 성은 '강주'가 되는 것이죠.

그런데, 막상 동사무소에서 이름을 적어내려고 하니까 머릿속에서 오만가지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등록은 '강'으로 하고 부를 때만 '강주'라고 부르면 안되나?'

'어차피 현재 시스템상 성은 '강'으로만 등록될 거 아냐..그러면 이름이 '주미루'가 되는 건데.. 이상하잖아'

'왜 성이 하필이면 '강'하고 '주'지? '강주'...느낌이 별로 안 좋아. 입에 착 안 달라붙잖아'

.

.

.

.

 

주선생님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성이 '강주'가 되는 거지?"

 

주선생님께서 대답했습니다.

"어.."

 

이 대답에는 제가 도저히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무게감이 실려 있었습니다.

'...결국 '강주'로 쓰는 것인가?'

 

'람들이 '강주미루'가 사람이름 맞냐고 하면 어쩌지? 애가 평생 놀림받을텐데..'

'마, 별명은 '조미료'가 될 거야..'

 

...

 

저는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시계를 보니까 공무원 퇴근하는 6시에 2분 밖에 안 남은 5시 58분이었거든요.

 

과감하게 '강주미루'라고 적었습니다.

한자 한자에서 작은 떨림이 계속 됐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루'자를 다 적은 다음 스스로 외쳤습니다.

'너 한테 실망이다. 알고보니까 하나도 진보적이지 않잖아.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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