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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끝에 달렸으면 좋겠다

어릴 때 소원 중에 하나는 손가락 끝에 눈이 달렸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눈이 얼굴에 달려 있어서 불편한 게 참 많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손가락 끝에 눈이 달려 있으면, 여기 저기 구석도 손가락 넣어서 볼 수 있고,

뒤통수도 쉽게 보고 그럴텐데...이런 생각을 했었죠.

 

물론 손가락 끝에 눈이 달려 있으면 코팔 때 드러운게 다 보인다는 둥, 눈 안 달린 손가락으로 파면 된다는 둥의 논쟁도 친구들 사이에서 있었습니다.

 

...

 

오늘 아침에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한 시간 혹은 30-40분 마다 한번씩 애한테 젖을 주면서

문득 주선생님이 꺼낸 이야기입니다.

 

"젖꼭지가 손가락 끝에 달려 있으면 좋겠다~!"

 

듣고 보니 너무 너무 좋은 대안입니다.

 

뭐에 대한 대안이냐면, 지금 모유수유하느라고 너무 힘든데,

그 힘든 점들을 한방에 다 해결할 수 있는 대안입니다.

 

원래 3.4키로로 태어난 애가 지금은 5키로 가까이 나가고 있습니다.

 

근데, 젖을 먹이려고 하다 보니까 그냥 자세가 편하게 안 나오고 ..어찌어찌해서 손목이 굉장히 아픕니다. 양쪽 손목이 "끊어질 것" 같답니다.

 

한 시간 걸러 한번씩 30분 정도 5키로 그램 쯤 되는 물건을

손목 힘만으로 들고 있으라고 하면, 하루나 이틀은 해도 한달, 두달 씩 할 수는 없습니다.

주선생님 지금 그걸 하고 계십니다.

 

저는 시간 날 때마다 손목을 열심히 주무르고, 손목 주변도 막 주무릅니다.

 

손목만 아프면 모르겠는데, 등이랑 허리는 무슨 철심을 박아놓은 것처럼 경직되어 있습니다.

등, 허리는 항상 주물러 주지는 못하고 도저히 안되겠다 싶을 때만 한번씩 주무릅니다.

 

또, 안 그래도 더워 죽겠는데, 애한테서 열이 풀풀 나서 죽을 지경이랍니다.

 

하기야, 요즘 같은 때에 한 시간에 한번씩, 한번 하면 30분 넘게 누구와 붙어 있으라고 하면 정말 매우 매우 더울 것 같습니다. 젖을 먹이는 엄마나 먹는 애기나 다 얼굴이 벌겋습니다.

저는 옆에서 연신 부채를 부쳐줍니다. 이렇게 안 하면 금새 땀띠가 돋습니다.

 

모유수유는 참말로 힘듭니다. 산후 조리...이런 거 애당초 불가능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세 가지 대안을 이야기 했습니다.

 

하나는 착탈식 젖꼭지를 만드는 것.  

두번째는 가제트 젖꼭지를 만드는 것

세번째는 젖꼭지가 손가락 끝에 달리는 것..

 

세번째가 제일 맘에 듭니다.

애가 울면 입속에 손가락만 푹 집어넣으면 되니까 얼마나 좋습니까. 문득 주유소가 생각이 나네요.

 

지금 우리는 이런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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