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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침해

아무리 생각해도 애를 키우기 위해서는 최소 3사람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1번 선수는 애를 먹여야 합니다. 모유수유를 한다고 했을 때, 이건 산모가 하면 되죠. 

모유수유..이거 보통 힘든 게 아닙니다. 산모는 그냥 이거에 집중, 또 집중!

 

2번 선수는 가사노동을 해야 합니다. 밥하고, 설거지 하고, 빨래하기..이건 물론 온전히 한 사람 몫의 일이지요.

 

3번 선수는 아이와 산모를 챙겨줘야 합니다.

아이는 하루에도 트럭 한대분의 기저귀를 생산하니까 이걸 갈아줘야 합니다.

목욕도 시켜줘야 합니다.

안 자면 재워야 합니다.

천 기저귀 쓰면 빨래감이 두배가 되는데 이건 직접 하거나 2번 선수에게 미루면 되겠죠.

또, 산모의 산후조리를 신경 써줘야 합니다.

모유수유하는 산모 팔, 허리 등도 주물러 주고, 체조 같은 것도 좀 시키고, 철분제도 매일 챙겨줘야 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3명이 해야 할 일을 산모 혼자서 하는 경우가 무지하게 많습니다.

저희보다 몇 달 빨리 애를 낳은 처제도 혼자 하고 있습니다.

사무실에서 그 동안 애를 낳았던 여자 동료들 중 대다수가 혼자 애를 키웠었습니다.

 

3명이 해야 할 일을 혼자 시키는 것, 그것도 방금 애 낳은 사람한테 다 하라고 하는 것..

이런 걸 뭐라고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좋은 말이 떠올랐습니다.

 

'인 권 침 해'

 

그렇습니다. 이건 인권침해입니다.

 

전에 사무실에서 일하던 친구 중에 하나가 애를 낳고 육아휴직을 쓰는데

저한테 가끔 전화를 했었습니다.

전화를 할 때 마다 저한테 화풀이를 했습니다.

물론 저는 잘못한 게 없었지만 그 화를 다 받아줬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이게 미쳤나~"

 

그런데 인제는 그 심정을 알 것 같습니다.

아마 혼자 애 키우게 되는 사람들은 우울증, 신경쇠약..뭐, 이런 종류의 증상에 시달릴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사실 저도 오늘 낮에 아주 잠깐 저를 찾아온 손님을 만나러 밖에 나갔다 왔었는데

처음 본 사람한테 아주 짜증스럽게 굴었습니다.

돌아오면서 생각해보니, 이게 산후우울증과 유사한 증상이 아니었나 싶더라구요.

 

저출산이니까 애 많이 나으라면서,

낳았으면 2번 선수와 3번 선수는 정부나 사회가 책임졌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애를 낳으면 동사무소나 구청 아니면 보건소나 기타 등등 어디에서라도 산후도우미를 파견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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