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경계 넘기

배밀이를 향해 급속도로 진보하던 미루가

드디어 배밀이는 안 하고, 뒤로만 갑니다.

 

물론 뒤로 갈 때도 배가 바닥에 밀리긴 합니다.

아까 봤더니 배 피부가 아주 거칠어져 있습니다.

 

어쨌거나 기동성이 확보가 되자

미루는 끊임없이 경계 밖으로 탈출을 시도합니다.

 

첫 시도 장면이 목격됐습니다.

 

팔만 요 밖으로 쭈욱 내민 미루는

거실 바닥을 손으로 툭툭 쳐 봅니다.

한참을 칩니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던

고등학교 때 선생님의 잔소리가 떠오르는 순간입니다.

 

두 번째 시도는 과감했습니다.

 

바닥의 재질을 이미 파악한 미루는

요와 바닥의 경계선에서 되뒤집기를 감행했습니다.

 

미루가 넘.어.갑.니.다.

 

"쿠웅..."

 

아, 이런

머리가 바닥에 그대로 떨어집니다.

저렇게 세게 떨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마침 와 계시던 장모님이

셋 중에 가장 날렵하게 미루한테 달려가셨습니다.

 

전, 정지화면이 돼서 미루를 쳐다봤습니다.

주선생님은 막 웃습니다.

 

세번째 시도는 침대위에서 있었습니다.

 

졸려하는 것 같아서 눕혀 놨더니

곧바로 뒤집고, 맹렬하게 뒤로 갑니다.

침대와 벽 사이의 틈에 왼쪽다리와 왼쪽 팔이 빠졌습니다.

못 나옵니다.

 

번쩍 들어서 빼줬는데, 분한 얼굴입니다.

 

네번째 시도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상황이 종료된 후였습니다.

 

미루가 요 바로 옆쪽 바닥에 누워서 팔다리를 버둥거리고 있습니다.

근데 이번엔 쿵 소리가 안 난 게, 사뿐하게 착지했나 봅니다.

 

다섯번째부터는 기억도 안 납니다.

눈만 뜨면 요와 바닥의 경계를 배회하고,

침대 옆 벽을 발로 밀어내려고 낑낑거립니다.

 

엎드려 있을 때 다리쪽에 베개를 놓아주면

두 다리로 뻥뻥 차면서 후진을 합니다.

콧잔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힙니다.

 

"자~우리 미루 얼마나 빨리 가는 지 볼까?

자, 여기 베개...그럼 출발이다~~~미루야 달려~달려~"

 

주선생님이 엎드려 있는 미루 다리쪽으로 베개를 놓더니

얼마나 빨리 요 밖으로 나가나 시간을 잽니다.

 

"1초, 2초, 3초~더 빨리, 미루야~더 빨리~"

 

주선생님은 아이가 잘 하는 걸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사상의 소유자입니다.

 

미루가 언제 앞으로 갈 지는 잘 모르겠지만

뒤로 가는 속도 만큼은 세계 최고가 돼가고 있습니다.

 

그 영광의 뒤엔 주코치님이 계십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