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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몸살

미루한테 젖을 먹이는데

통 먹질 않고 계속 울더니 숨이 넘어갑니다.

 

주선생님도 당황하고 저도 당황했습니다.

안아서 달래주기를 수차례

 

'혹시 어디 아픈지도 몰라'

 

주선생님과 저는 동시에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미루를 안고 이리 달래고 저리 달래는데 보니까

주선생님, 완전히 멍해져서 쇼파에 앉아 있습니다.

 

"현숙아, 이럴 때

우리가 정신 놓으면 안돼.."

 

이 말이 그 상황에서는 상당히 감동적이어서

지가 한 말에 지가 울컥해진 저는

갑자기 눈물이 솟구치는 걸 참았습니다.

누군가 옆에서 바늘로 제 얼굴을 아무데나 찔렀다면

그 구멍으로 눈물이 뿜어져 나왔을 겁니다.

 

미루를 겨우 진정시키고 젖을 먹였는데

이번에는 주선생님이 힘들어 합니다.

 

"나, 이상하게 온몸이 쑤셔..몸살난 것 같애.."

 

여기저기 안마를 해줬지만

주선생님은 여전히 침대에서 일어설 줄 모릅니다.

 

그러기를 2시간 쯤..

 

"상구, 나 젖 좀 짜줘..아무래도 이상해.."

 

아.. 혹시나 했는데

주선생님께서 그 무서운 젖몸살이 났습니다.

 

누워있는데, 입은 앙 다물어져 있고

얼굴은 경직돼 있습니다.

웃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한 주선생님은

평소에 이런 표정 절대 안 짓습니다.

죽어라 아픈 걸 참을 때만 이럽니다.

 

저는, 완전히 긴장한 상태로

하지만 지난 번 처럼 그렇게 당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젖을 짜내기 시작했습니다.

그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이 다 발휘됐습니다.

막혔던 유선 안의 젖이 분수처럼 솟아올랐습니다.

 

40분쯤 그렇게 젖을 짜내고

해열제를 먹였습니다.

일전에 신세 졌던 미루의 타이레놀 시럽 두컵을 또 마시게 했습니다.

이건 사다 놓고 주선생님이 다 먹습니다.

 

전기요 위에서 몸을 지졌습니다.

열이 좀 가라앉자, 이번에는

얼음팩으로 가슴을 식혔습니다. 이렇게 하면 아픔이 좀 덜해집니다.

 

2시간 정도의 노력으로

주선생님의 젖몸살은 많이 나아졌습니다.

 

그 2시간 동안 저는

단 한 순간도 쉬지 않았습니다.

 

젖몸살이 난 건, 지난 밤에 제가 주선생님을 안 깨우는 바람에

유선 안에 젖이 고인 게 제대로 빠지지 않아서 였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주선생님은 다시 냉찜질을 하면서 잠깐 잠이 들었습니다.

 

한 시간쯤 후에,

씻어서 냉장고에 넣어놓은 양배추를 붙일 생각입니다.

이렇게 하면 젖량도 줄고, 아픔도 많이 사라질 겁니다.

 

완전히 나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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