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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감 2

미루가 오늘 또 아팠습니다.

아침부터 열이 나서

병원에 데려갔더니 감기였습니다.

 

하루 종일 '병간호'를 하면서

줄곧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잘 하고 있나?"

 

사실 이건 육아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계속해서 드는 생각입니다.

 

어차피 인생이 배우면서, 부딪히면서 사는 거지만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해서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이

뭔가를 불안하게 해온 경우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여튼 육아의 길은 멀고 험합니다.

 

주선생님 역시 비슷한 고민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하고 표현은 좀 다릅니다.

 

"난 모성애가 부족한 것 같애.."

 

근데 제가 매우 과학적으로 분석해보면

모든 산모들이 이런 말을 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너무 힘들어서

이런 상황에서 무한한 사랑을 베풀 수 있는 사람은

원더우먼이나 슈퍼맨 뿐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사회가 워낙에 '모성애'를 심하게 강조합니다.

 

며칠 전에 감자부침가루를 샀는데  

포장지에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정성으로 만들었습니다"

 

열심히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어느 죽 집 젓가락 포장지에는

'진짜 맛있게 만들었습니다'를 이렇게 써놨습니다.

"어머니의 정성으로 맛을 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새로 엄마가 된 사람들이 애 낳기 전에 스스로

"엄마는 무릇 이래야 해~"하면서 생각한 게 있을 텐데

 

자기가 막상 엄마가 되고 나서보니까

이게 잘 안되는 겁니다. 

모성애가 부족하다는 말이 나올 법 합니다.

하지만, 이건 엄마들 잘못이 아닙니다.

 

암튼 이런 상황 속에서도

할 일은 해야 합니다.

 

우선 저의 과제는 미루를 아프지 않게 하는 것

그리고, 머리 모양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이런 걸 잘 해내면

'내가 잘 하고 있나' 하는 불안감은 없어질 것입니다.

 

미루 열이 좀 내렸을 때

전 두 번째 과제를 잊지 않기 위해

고개를 힘차게 왼쪽으로 돌리면서 외쳤습니다.

 

"지금부터 잠은 무조건 왼쪽으로~~!"

 

 

이 모습을 보고 주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상구~그건 오른쪽이야~"

 

 

음...제가 정말 잘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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