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헷갈린다

집안일에 어느정도 연륜이 쌓이다 보니까

사물의 이름이 헷갈립니다.

 

예전에 밖으로 나다닐때는

정확한 용어구사로 정평이 나있다고

혼자 생각했었는데

 

요새는 영 아닙니다.

 

"상구, 미루 자게 준비 좀 해줘"

"응...알았어. 거미줄 쳐달란 말이지?"

 

재빨리 말을 가로챈 주선생님은

바로 저를 비웃어줍니다.

 

"거미줄? 나 참~"

"아~ 거미장~ 아니 모기줄~"

 

모기장 한번 치기 참 어렵습니다.

 

헤매는 저를 주선생님이 비웃긴 했지만,

사실 자기도 저랑 비슷합니다.

 

미루가 하도 보채서

겨우 밥을 먹었을 때였습니다.

 

주선생님이 반찬을 냉장고에 넣어 놓는 사이에

저는 마땅히 식탁을 치워야 했건만

안치우고 딴 짓을 하고 있었습니다.

 

주선생님

한 마디 하십니다.

 

"상구, 빈그릇들 좀 냉장고에 넣지~

아니, 세탁기에~, 아니~"

 

이미 비슷한 상황에서 당한 바 있는 저는

비웃음을 날리는 대신

정중하게 대꾸를 해주었습니다.

 

"그 보다는 싱크대에 놓는 건 어떨까?"

교양이 넘쳐 흐르는 멘트입니다.

 

요즘은 이름까지 헷갈립니다.

 

아픈 주선생님에게

저는 몇차례나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아이구 우리 미루, 많이 아프지..."

 

주선생님도 만만치 않습니다.

 

"상구야~ 약 먹자~ 아~~!"

 

그래도 이름 헷갈리는 건 그냥 봐줄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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