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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은 힘들어

두 명이었다 세 명이 되고 나서는

어디 한번 나가는게

완전히 일입니다.

 

나갈땐 한 명만 나가거나

아니면 세 명이 같이 나갑니다.

저와 주선생님 둘이서만 집밖에 나갔던건

미루 낳던 날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오늘은 미루 마사지강좌를 들으러 가는 날이었습니다.

어쩌다가 이런 것도 듣습니다.

 

10시 시작 시간에 맞추려면

새벽부터 정신이 없습니다.

 

"거즈 챙겼어~?"

"응..."

"비닐봉지는?"

"챙겼어~"

"거즈, 비닐봉지, 물티슈, 기저귀, 마사지 오일, 로션, 큰수건...다 챙긴거지?"

 

예전에 몸만 달랑 나가던 시절에는

상상도 못하던 많은 물건들이

'이동시 기본물품'이 됐습니다.

 

자기짐은 자기가 들어야되지만

미루는 불쌍하니까 봐주고

그 많은 짐을 또 두사람이 듭니다.

 

오늘은

맨날 부시시한 미루 머리를

꽃미남형으로 만들어서 갈 생각으로

목욕까지 시켰습니다.

 

강의실에 도착할 때쯤 보니까

미루 머리는 평소와 똑같았습니다.

괜히 목욕시켰습니다.

 

이래저래,

준비하는 시간, 이동하는 시간이 두배는 들고

힘은 세배나 네배쯤 더 듭니다.

 

외출이 힘드니, 집에 돌아오면

꼭 쓰러져서 잠을 잡니다.

 

미루도 나름대로 힘들어서

한바탕 보챈 다음 자고

우리는 그것 땜에 더 힘들어서

완전히 뻗어버립니다.

 

한참 자는데

주선생님이 말씀하십니다.

 

"나 배고파~"

"그래? 간식 먹어야겠네"

"자장면 같은 거 시켜 먹자"

"그러자"

 

저는 계속 잡니다.

 

"자장면 시켜먹자아~"

"그냥 조금만 더 자고 먹으면 안돼?"

 

계속 잠만 자는 저에게

주선생님은 매우 적절한 비유로

일격을 가합니다.

 

"너, 배고픈데 자꾸 자라고 하면

미루가 어떻게 하지?"

 

한 살이나 어리면서 맨날 반말입니다.

 

"막 울지..."

"거봐, 근데 나한텐 왜 그래?!

내가 막 안 우는 걸 다행으로 알아~"

 

괜히 기분이 살짝 나빠질려고 했습니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중국집 전화번호가 적힌 종이를 찾긴 했지만

순순히 자장면을 시킬 수는 없었습니다.

나도 자존심이 있지, 할 말은 좀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얘기는 생각날때 해야지

참으면 두고 두고 후회합니다.

 

주선생님한테 다가가서 말했습니다.

 

 

"니가 시켜~"

 

...

 

 

자장면 하나 시키는 것도 참 힘듭니다.

 

이건 다

외출이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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