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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여름이 갔으면...

여름은 우리 세명 모두에게 참 힘든 계절입니다.

 

일단 저와 미루는

피부와 체질이 같습니다. 땀을 많이 흘립니다.

여름만 되면 하루 종일 몸이 끈적끈적해집니다.

 

미루와 주선생님에게는

모기 문제가 심각합니다.

 

우리는 미루 전용 모기장으로

완벽 방어를 이미 마쳤습니다.

 

일본 뇌염 예방 주사를 돌 이후에

맞히도록 되어 있는 것을 보면

그 전에는 모기에 물려도 괜찮은가 하는 생각도 조금은 있습니다.

 

문제는 주선생님입니다.

어제 밤에도 다섯방을 물린 주선생님은

거의 노이로제에 걸렸습니다.

 

책상에 앉아 있는데

모기가 날라갑니다.

 

두 사람은 마구 날뛰었지만

모기를 놓쳤습니다.

계속되는 노력도 모두 실패합니다.

 

그리고 결국 자야하는 시간이 됐습니다.

 

주선생님은 잔뜩 풀이 죽은 얼굴입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어깨는 쳐진 체로

방으로 들어갑니다.

 

왼손에는 '버물려'가 들려있습니다.

'버물려'는 모기 물렸을 때 바르는 약입니다.

처절합니다.

 

어서 여름이 갔으면 좋겠습니다.

 

근데 사실

여름이 곧 끝날 조짐이 보이긴 합니다.

 

요즘 저는

유난히 주선생님이 이쁩니다.

미루를 낳은 게 정말 대견한 모양입니다.

 

같이 앉아 있다가

괜히 손을 잡았습니다.

마음을 이야기해줘야겠다 싶습니다.

 

"요새 부쩍 이뻐보이네...

왜 그런지 알아?"

 

"알지."

 

"왜 그러는 거 같은데?"

 

주선생님이 대답하셨습니다.

"여름 다 갔잖아...너는 날씨만 선선해지면 나 이뻐해~

더울때는 끈끈하다고 근처에도 못 오게 하잖아. 몰랐어?"

 

확실히 여름이 다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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