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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5/04
    전화 통화(4)
    너나나나
  2. 2007/05/04
    자다 일어나더니(2)
    너나나나

전화 통화

"미루 어딨냐?"

 

어머니는 미루랑 통화하는 걸

좋아하십니다.

 

주로 어머니는 "미루야~미루야~"를 외치시고

미루는 딴 짓을 합니다.

 

딴 짓 하기 몇 달 만에

그래도 요즘은 미루가 어머니 목소리에 반응을 보입니다.

 

"응..에..헤에"

 

이 정도의 대꾸만으로도

어머니는 아주 좋아하십니다.

뭘 대화도 안 되는 데 그렇게 좋아하시나 싶습니다.

 

어쩌다가 미루랑 떨어져 있게 됐습니다.

 

"상구~미루 바꿔줄께~"

 

저랑 통화하던 주선생님은

미루를 바꿔줬습니다.

 

가만히 기다렸습니다.

조용합니다.

계속 기다렸습니다.

 

"왜 암말도 안 해?"

"응?"

"상구가 얘기해야 미루가 반응을 보이든가 하지"

 

건너편에서 먼저 "여보세요"를 안 해서

바꿔준 줄 몰랐습니다.

 

"알았어...미루야~~미루~"

 

반응이 없습니다.

 

"미루야~아빠야, 아빠~~미루야~안녕~"

 

무반응입니다.

어머니는 왜 이런 걸 좋아하시는 지 모르겠습니다.

 

더욱 열심히 했습니다.

"미루야~아빠, 아빠. 쿵쿵작작쿵작작"

 

어떤 핸드폰 CF에 나오는 음을 흉내냈습니다.

평소에 이걸 하면 미루가 춤을 춥니다.

 

"쿵쿵작작~쿵작작"

 

다른 지하철 승객들이 집단적으로

저를 쳐다보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지하철에서 통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계속 큰 소리를 냈습니다.

 

"쿵쿵작작~쿵작작"

 

멀리서 드디어 기다리던 소식이 왔습니다.

 

"미루가 막 손뼉 치고 좋아해~"

 

얼마나 기다리던 소식인가.

공공장소에서의 시민윤리를 져버리고

막 소리를 낸 보람이 있습니다.

 

어머니도 이 맛에

미루하고 통화를 하시는가 봅니다.

 

주선생님도 제 기분을 알았던지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또 해 봐~~"

 

안 한다고 하면 변덕이 심한 아빠로 찍힐까봐

그냥 다시 아까 그 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몇 번을 더 했을까

주선생님 목소리가 들립니다.

 

"으악~미루가 자꾸 입 속에 손 넣어서 통화 더 못 하겠어. 끊을께~"

 

마지막 몇 번은

안 하는 게 좋을 뻔 했습니다.

괜히 얼굴만 화끈거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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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 일어나더니

미루가 잠이 드는

저녁 8시 이후는 우리의 자유시간입니다.

 

근데 요새는 미루가 자다 깨는 날이 많아서

별로 자유롭지 않습니다.

 

"끼잉~" 소리가 들리면

곧바로 달려가느라고

항상 대기 상태입니다.

 

두 달 전 일입니다.

 

"끼잉~"

"미루 깼다"

 

젖 먹을 시간은 아니고

토닥 거리면 금방 잠 들 것 같을 때는

제가 달려갑니다.

 

문을 열었습니다.

 

미루가 박수를 치고 있습니다.

졸려서 눈은 못 뜨는 게

두 손을 열심히 부딪힙니다.

 

"현숙아~미루가 일어나서 박수 쳐..."

"히히. 정말? 어디어디"

 

주선생님은 좋은 구경거리 났다고 좋아하고

미루는 인상을 쓰면서 계속 박수를 쳤습니다.

 

한 달 전 일입니다.

 

"미루 깼다"

 

달려가서 문을 열었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미루가 방에서 기어 나오고 있습니다.

눈은 여전히 감고 있습니다.

 

보름 전쯤 일입니다.

 

"미루 깬 거 같애"

"현숙아 문 조심해서 열어"

 

주선생님이 달려 갔습니다.

문을 조심 조심 엽니다.

미루가 기어 오다가 부딪히면 큰 일 납니다.

 

문을 열던 주선생님이

깜짝 놀랍니다.

 

미루는 진작에 다 기어와서

문을 잡고 서서 문을 긁고 있었습니다.

탈출을 시도했던 겁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미루가 자다가 깨서 하는 짓은 모두

그 시기에 한참 재미 붙인 것들입니다.

 

한참 박수 칠 때는 자다가 일어나서 박수 치고

한참 길 때는 자다 일어나서 깁니다.

 

열흘 쯤 전에는

미루가 깨서 갔더니

침대를 잡고 서서 울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상구~미루 봐~"

 

주선생님의 외침에 안방에 달려간 저는

눈은 감고, 입은 울면서

침대에 막 올라가고 있는 미루를 발견했습니다.

 

눈 뜨고도 한참 용을 써야 올라가는 침대를

눈 감고 올라가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한발은 침대에 걸치고 있습니다.

 

나중에 걷기 시작했을 때

잠결에 막 걸어다니면 어쩌나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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