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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 어딨냐?"
어머니는 미루랑 통화하는 걸
좋아하십니다.
주로 어머니는 "미루야~미루야~"를 외치시고
미루는 딴 짓을 합니다.
딴 짓 하기 몇 달 만에
그래도 요즘은 미루가 어머니 목소리에 반응을 보입니다.
"응..에..헤에"
이 정도의 대꾸만으로도
어머니는 아주 좋아하십니다.
뭘 대화도 안 되는 데 그렇게 좋아하시나 싶습니다.
어쩌다가 미루랑 떨어져 있게 됐습니다.
"상구~미루 바꿔줄께~"
저랑 통화하던 주선생님은
미루를 바꿔줬습니다.
가만히 기다렸습니다.
조용합니다.
계속 기다렸습니다.
"왜 암말도 안 해?"
"응?"
"상구가 얘기해야 미루가 반응을 보이든가 하지"
건너편에서 먼저 "여보세요"를 안 해서
바꿔준 줄 몰랐습니다.
"알았어...미루야~~미루~"
반응이 없습니다.
"미루야~아빠야, 아빠~~미루야~안녕~"
무반응입니다.
어머니는 왜 이런 걸 좋아하시는 지 모르겠습니다.
더욱 열심히 했습니다.
"미루야~아빠, 아빠. 쿵쿵작작쿵작작"
어떤 핸드폰 CF에 나오는 음을 흉내냈습니다.
평소에 이걸 하면 미루가 춤을 춥니다.
"쿵쿵작작~쿵작작"
다른 지하철 승객들이 집단적으로
저를 쳐다보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지하철에서 통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계속 큰 소리를 냈습니다.
"쿵쿵작작~쿵작작"
멀리서 드디어 기다리던 소식이 왔습니다.
"미루가 막 손뼉 치고 좋아해~"
얼마나 기다리던 소식인가.
공공장소에서의 시민윤리를 져버리고
막 소리를 낸 보람이 있습니다.
어머니도 이 맛에
미루하고 통화를 하시는가 봅니다.
주선생님도 제 기분을 알았던지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또 해 봐~~"
안 한다고 하면 변덕이 심한 아빠로 찍힐까봐
그냥 다시 아까 그 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몇 번을 더 했을까
주선생님 목소리가 들립니다.
"으악~미루가 자꾸 입 속에 손 넣어서 통화 더 못 하겠어. 끊을께~"
마지막 몇 번은
안 하는 게 좋을 뻔 했습니다.
괜히 얼굴만 화끈거렸습니다.
미루가 잠이 드는
저녁 8시 이후는 우리의 자유시간입니다.
근데 요새는 미루가 자다 깨는 날이 많아서
별로 자유롭지 않습니다.
"끼잉~" 소리가 들리면
곧바로 달려가느라고
항상 대기 상태입니다.
두 달 전 일입니다.
"끼잉~"
"미루 깼다"
젖 먹을 시간은 아니고
토닥 거리면 금방 잠 들 것 같을 때는
제가 달려갑니다.
문을 열었습니다.
미루가 박수를 치고 있습니다.
졸려서 눈은 못 뜨는 게
두 손을 열심히 부딪힙니다.
"현숙아~미루가 일어나서 박수 쳐..."
"히히. 정말? 어디어디"
주선생님은 좋은 구경거리 났다고 좋아하고
미루는 인상을 쓰면서 계속 박수를 쳤습니다.
한 달 전 일입니다.
"미루 깼다"
달려가서 문을 열었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미루가 방에서 기어 나오고 있습니다.
눈은 여전히 감고 있습니다.
보름 전쯤 일입니다.
"미루 깬 거 같애"
"현숙아 문 조심해서 열어"
주선생님이 달려 갔습니다.
문을 조심 조심 엽니다.
미루가 기어 오다가 부딪히면 큰 일 납니다.
문을 열던 주선생님이
깜짝 놀랍니다.
미루는 진작에 다 기어와서
문을 잡고 서서 문을 긁고 있었습니다.
탈출을 시도했던 겁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미루가 자다가 깨서 하는 짓은 모두
그 시기에 한참 재미 붙인 것들입니다.
한참 박수 칠 때는 자다가 일어나서 박수 치고
한참 길 때는 자다 일어나서 깁니다.
열흘 쯤 전에는
미루가 깨서 갔더니
침대를 잡고 서서 울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상구~미루 봐~"
주선생님의 외침에 안방에 달려간 저는
눈은 감고, 입은 울면서
침대에 막 올라가고 있는 미루를 발견했습니다.
눈 뜨고도 한참 용을 써야 올라가는 침대를
눈 감고 올라가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한발은 침대에 걸치고 있습니다.
나중에 걷기 시작했을 때
잠결에 막 걸어다니면 어쩌나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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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좀 있으면 단축다이얼로 여기저기 전화할 걸요.
단이가 요즘은 할아버지나 아빠한테 전화해놓고 나름대로 대답도 해요. "밥 먹었어?" "응!" "잘 잤어?" "응!" 이러면서요.
공공장소 말고 후미진 곳에서 통화를 시도해보심이...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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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 공감가는글이 많네요..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될까요? 저희도 아가가 넘 잠을 안자서 고생중인데..여기 글 읽어보니 아가재우는 법인가 거기에서 어떤 책 사셨다고 하던데..그 책이 뭔지요..?^^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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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a 님, 아가가 몇 개월인가요?우선 베이비위스퍼라는 책 추천하구요. (필독) http://www/babywhiper.co.kr 가보셔요. 아가 잠을 연구하는 사람(?)이 운영하는 싸이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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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정보 너무너무 감사합니다^.^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