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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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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5/03
- 봄 산책(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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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5/03
- 좁은 곳만 좋아한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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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5/03
- 없어진 습관 새로 생긴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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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5/03
- 미루야 뽀뽀~
4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한 달 전쯤에 종이에 끄적여 놨던 글인데 인제 올립니다***]
주선생님이
미루를 엄청 이뻐합니다.
"으하하하하~"
미루를 안고 뒹굽니다.
미루도 소리를 냅니다.
"낑낑"
또 한 바퀴 뒹굽니다.
"낑낑...낑"
다시 한 바퀴 뒹굽니다.
미루가 너무 힘들어 보입니다.
'이제 그만 하지'
속으로 생각하는데
딱 그때 주선생님이 말합니다.
"미루는 엄마가 이렇게 괴롭히는데 안 힘든가 보네..."
그러더니 또 계속 뒹굽니다.
미루는 너무 괴로워하고
주선생님은 혼자 신났습니다.
봄이 되니까 주선생님이 힘이 넘칩니다.
미루를 놀이집에 데려다 주고 오는 길에
집앞 공원에 들렀습니다.
미루를 낳고 처음 맞는 봄
살구꽃, 매화, 벚꽃이 사방에 뿌려져 있습니다.
세심한 집중력으로
공원을 정밀 탐구하는데
'복자기'라는 식물도 보입니다.
잎이 꽃봉오리처럼 모여 있는게
아주 신기합니다.
"어? 저쪽 봐..잎이 펼쳐져 있는 것도 있어"
남 집중탐구할 때
꼭 딴 데 보는 주선생님이
10미터 쯤 뒤에 잎이 활짝 핀
복자기를 발견했습니다.
꽃이 아니라 잎만으로도 너무 이쁩니다.
"역시 과정 하나하나가 다 이뻐~미루 키우는 것도 그럴거야"
언제나 생활 속에서
교훈을 찾기에 여념 없는
주선생님의 말입니다.
아침엔 괴롭히더니
봄을 보니까 미루가 생각나는 모양입니다.
봄이 왔습니다.
미루한테도 꽃과 나무를 보여줘야겠습니다.
미루가 제일 좋아하는 곳은
책상 밑과 식탁 밑입니다.
틈만 나면
꼭 그 좁은 데로
기어 들어갑니다.
책상에 앉아서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인터넷을 하고 있는데
미루가 오른쪽 밑으로 지나갑니다.
"미루야~또 책상 밑으로 들어가?"
왼쪽으로 기어 나옵니다.
의자 뒤로 한 바퀴 돌더니
다시 오른쪽으로 기어 들어갑니다.
책상 밑은 온갖 색깔의 전선이 엉켜있는
아름다운 환상의 세계입니다.
이름은 모르지만
아무튼 인터넷을 연결하는 어떤 장치에는
노랑색, 주황색 불빛이 계속 깜박입니다.
책상 밑이 환상의 세계인 반면
탁자 밑은 고통의 세계입니다.
밥을 먹고 있는데
의자 옆을 지나 책상 밑으로 들어갑니다.
그 밑에서 주선생님이 깔아 놓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 좋겠는데
미루는 꼭 우리 다리를 잡고 일어납니다.
"퍽"
탁자 아래 쪽에 머리를 부딪혔습니다.
"미루 괜찮어?"
괜찮습니다.
아무런 표정변화가 없이
그냥 앉습니다.
"아프겠다"
"그러게..."
"퍽"
그새 또 일어났습니다.
이번엔 정말 아픈 얼굴입니다.
"으아앙~"
그럼 그렇지
두 번이나 받았는데
안 울면 너무 독해서 싫습니다.
미루를 번쩍 안아서 달래주고
밥으로 입을 막았습니다.
조용해집니다.
좀 있다 보니까
미루 머리에 혹이 났습니다.
"현숙아, 미루 여기 만져 봐..혹 났어..."
주선생님은
슬픈 얼굴로 대답했습니다.
"미루 머리 모양이 원래 이래..."
그 후로도
미루는 틈 날 때 마다
탁자 밑에 들어가서
여전히 머리를 부딪히고,
가끔 엄마 엄지 발가락을 물기도 합니다.
이유식 먹는 미루를 재밌게 해주기도 할 겸
미루 기분도 느껴볼 겸
오늘 아침엔 제가 탁자 밑에 들어가서 미루를 올려다봤습니다.
주선생님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 거기서 뭐해~빨리 나와" 하며 구박했고,
미루는 이유식을 물고
저를 내려다 보다가 아주 크게
기침을 했습니다.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까
미루의 습관이 참 많이 바뀌었습니다.
1.
예전에 기어서 마구 돌아다니기 전에는
꼭 다리 한쪽을 들어서
장롱에 걸쳐 놓고 누워있기를 즐겨 했습니다.
"쟤는 왜 꼭 저러고 있지?"
"그러게 말이야. 저러고 있으면 좋나?"
의문은 곧 풀렸습니다.
다른 분 블로그에 갔는데
그 분 아이도 다리 한쪽을 들고 있습니다.
다른 블로그에 갔더니
거기도 그렇습니다.
애들은 다 그럴 때가 있는 모양입니다.
앉기 시작하면서부터 미루는
벽에 기대고 앉아서
몸을 툭툭 벽에 칩니다.
장롱에 앉아서 그럴 때는
농 문 전체가 "쿵쿵" 울립니다.
산에 가면
할머니나 할아버지들이
건강을 위해 나무에 자주 부딪히시던데,
비슷합니다.
근데 요새는
몸으로 툭툭 부딪히기도 잘 안 합니다.
2.
대신 미루는 음악만 나오면
춤을 춥니다.
두 팔을 번쩍 들고
위 아래로 흔듭니다.
"하하하~미루 춤추는 것 봐. 너무 귀엽다~"
집에 놀러온 후배가
열광합니다.
제가 봐도 귀엽습니다.
하지만 "정말 귀엽지?" 같은 말은 안 하고
품위를 지켰습니다.
미루가 또 잘 하는 건
공 던지기 입니다.
공만 주면 앞으로 던집니다.
사실 공 말고
손에 잡히는 건 뭐든지 던집니다.
아까는 쇼파 위에서 리모콘을 던졌습니다.
쇼파 밑에는 제 얼굴이 있었습니다.
공만 던졌으면 좋겠습니다.
손 동작도 훨씬 정교해져서
곤지곤지 잼잼잼은 이제 안 합니다.
"숙소는 예약된 거지"
"응"
"지도 뽑은 건 챙겼어?"
"짝"
"......"
"미루 방금 박수친 거지?"
일본 여행 가기 직전에
갑자기 박수를 쳤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요새도 박수는 자주 칩니다.
매일 매일 열심히 변화하는 미루한테
우리도 자주 박수를 쳐줍니다.
미루가 점점 말귀를 알아 듣습니다.
어른들 말로 귀가 트인 겁니다.
"미루야~그거 주세요~~"
손에 쥐고 있는 건 뭐든
"주세요~"하면 줍니다.
숟가락이든 컵이든
아니면 미루가 엄청 좋아하는 리모콘이든
달라는 대로 줍니다.
예전에는 발달놀이 선생님이
"뿅" 하고 소리치면서 마치 물건이 사라지듯이
확 뺏으라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
이제는 그런 잔기술을 안 부려도 됩니다.
"안 돼!!" 정도 밖에 못 알아 듣던 미루가
이제는 이 말 저 말 알아들으니까
매우 신이 납니다.
"미루야~뽀뽀, 쪽. 미루야~뽀뽀, 쪽."
주선생님은 미루한테 뽀뽀하라고 하면서
자기가 계속 미루에게 뽀뽀를 합니다.
뭐하냐니까 시범을 보여주고
따라하게 훈련 중이랍니다.
가르친다고 진짜 할까 싶었는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미루야 아빠한테 뽀뽀~"
미루를 안고 있다가
그냥 한번 이야기해봤는데
미루가 고개를 획 돌려서
입을 확 벌리고 제 얼굴에 비빕니다. 뽀뽀한 겁니다.
"우핫핫핫~뽀뽀했다. 뽀뽀했어~"
"거봐~내가 얼마나 열심히 연습시켰다고"
정말 말귀도 알아듣고
열심히 연습시키니까 그대로 따라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이것 저것 시켜볼 때가 됐습니다.
주선생님 옆에서
이리 저리 배회하는 미루에게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미루야~엄마 물어! 물어!!"
안 뭅니다.
평소에는 잘 물더니 시키니까 안 합니다.
"미루야~엄마 물어!"
"그런 거 시키지마!!! 다른 애들 물면 어떡할라구!!"
주선생님 다른 애들 핑계를 대면서
강하게 반발합니다.
어쨌거나
미루는 이제 방 저쪽 구석에서 놀다가도
"아빠한테 뽀뽀~"하면 투닥투닥 기어와서
뽀뽀를 합니다.
이번 주 토요일날
시골 내려가서 식구들끼리 돌 식사를 하기로 했는데
이걸로 최대의 흥행몰이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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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도 잘 자라고 있네요. 양파도요. 어제가 양파 진짜 돌이었어요. 미루도 곧 돌이네요. 미루는 아토피가 없나봐요. 다행이에요. 양판 10개월에 아토피가 발병했어요. 그리 심한 건 아니구요. 단정님 소개로 상구님 블로그에 들러게 된 후로 좋은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전 육아일기 쓰볼려고 해도 잘 안되더라구요.미루는 좋겠어요.^^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