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3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
- 2007/05/23
- 자꾸 뭘 들고 다니다(3)
-
- 2007/05/23
- 자다 일어나서(3)
-
- 2007/05/23
- 엄마를 닮다(1)
1.
필요 없는 걸 들고 다니기 분야의 1인자는
역시 저 입니다.
미루를 막 놀이집에
맡기기 시작했을 때의 일입니다.
주선생님과 저한테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주선생님은 사무실에 있다가 먼저 손님을 만나고
저는 집을 치우다가 약속 시간에 늦었습니다.
급히 의자에 걸쳐놨던
잠바를 집어 입고 뛰어나갔습니다.
마을버스에서 내려서
약속장소로 걷고 있는 길
햇살이 따뜻합니다.
손님이랑 주선생님이 있는 식당이
바로 10미터 앞인데
햇살을 좀 더 쬐고 갈까 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어?"
다리에 뭐가 걸리적 거려서
아래를 쳐다봤습니다.
기절할 뻔 했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여자 추리닝이 다리 앞에서
털럭 거리고 있습니다.
다행히 주변엔 아무도 없습니다.
다시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잠바에 교묘하게 걸려서 다리로 흘러내려와 있는 추리닝은
주선생님겁니다. 아까 의자에서 잠바를 급히 집어 입을 때
추리닝까지 같이 입었던 게 틀림없습니다.
흘러내린 추리닝을 말아서
잠바 안쪽 팔 사이에 끼웠습니다.
식사 내내 추리닝 신경 쓰여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2.
"상구 이게 뭐야?"
놀이집에서 미루를 데리고 왔는데 보니까
가방 속에 겨울털실 모자가 들어 있습니다.
"어? 아까 놀이집 데려가기 전에
미루가 서랍에서 털실 모자 꺼내서 놀고 있었는데..."
미루를 아기띠로 안으면서
털실모자까지 통째로 들어서
안은게 틀림없습니다.
참 여러가지 합니다.
3.
저는 필요없는 걸 주로 들고 다니지만
미루는 필요한 걸 들고 다닙니다.
놀이집에서 미루만 따로 밥 먹이는 게 힘든지
자꾸 이야기를 합니다.
"요리하시는 할머니가 서운해하셔요"
주선생님과 저는
미루가 약간 아토피 기운도 있고 해서
아침마다 이유식 도시락을 쌉니다.
놀이집에서는 2-3살 아이들이 먹게
음식에 간을 다 하는데
미루는 좀 나중에 먹여야겠다고 생각을 해서입니다.
"음식을 따로 먹이니까 애가 더 예민한 게 아닐까요?"
별로 과학적이지 않은 말에
주선생님 열 받았답니다.
"그래도 일단은 도시락 먹여주세요..."
열만 받고 말은 공손하게 한 뒤 돌아서는데
선생님이 그러더랍니다.
"어? 볼펜이 또 없어졌네. 비싼 건데"
놀이집 현관에
매달려 있는 볼펜이 없어졌다는 소리인데
주선생님은 신경쓸 일이 아니라서
바로 나왔답니다.
"앗! 미루야~~너 이 볼펜?"
집에 와서 보니까
미루가 볼펜을 한 손에 꽉 쥐고 있습니다.
주선생님과 놀이집 선생님이
이야기할 때 미루가 볼펜을 슬쩍 한 겁니다.
"히힛! 잘 했어 미루야~"
이유식 문제 때문에 기분이 상했는데
미루가 볼펜을 확 가져와 버리다니
주선생님 매우 상쾌해 합니다.
딱 적당한 때
미루가 주선생님 기분풀이를 위해
볼펜을 챙겼습니다.
그 볼펜
써보니까 잘 나옵니다.
자는 데 낌새가 이상합니다.
고개를 들어 옆을 쳐다봤습니다.
이런!
미루랑 눈이 마주쳤습니다.
미루, 파닥파닥거립니다.
"에이..잘못 걸렸다"
새벽부터 놀아주기가 시작됐습니다.
눈이 안 마주쳤어야 하는데
완전히 실수입니다.
미루는 분명히 졸린 얼굴인데
여기 저기 기어다니면서 꽥꽥 소리를 지르고
저는 마지못해 놀아주기를 시도합니다.
한참을 놀던 미루가
앉아서 눈을 비비고 머리를 긁습니다.
졸리다는 신호입니다.
"미루야. 자자~"
6시 30분부터 시작해서
30분 동안 노력해서 겨우 재우고
방을 나옵니다.
"끼잉..."
뒤를 돌아보면 안됩니다.
또 눈 마주치면 다시 깹니다.
방문을 닫으려다가
문틈으로 살짝 쳐다봤습니다.
미루가 눈을 뜨고 이 쪽을 쳐다봅니다.
이 좁은 틈으로 제가 보일리가 없습니다.
"자라~자야지...자야 해"
혼자 주문을 외우고 나왔습니다.
시간이 흘렀습니다. 30분쯤.
"상구 일로와봐~~"
"왜?"
"빨리 와 봐"
이럴수가!
미루가 잡니다.
침대 위에 올라가서, 모서리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자고 있습니다.
이제 드디어 잠결에 침대에 올라가는 경지에 도달한 겁니다.
"내가 너무 힘이 들어서
그냥 토닥토닥하다가 잠이 들었거든?"
주선생님이 상황을 설명합니다.
"칭얼대다가 조용해지더라구.
그래서 자는 줄 알았는데...
한참 있다가 눈 떠 보니까 여기 있는거야"
앞으로는 정말 미루가
어디서 어떤 자세로
자고 있을 지 모르게 됐습니다.
미루를 가운데 눕히고
양쪽에서 압박해서 자야 하나 싶습니다.
"끼야아아악~~~~~"
미루는 틈만 나면
소리를 지릅니다.
"미루야 밥 먹자"
"끼야아악"
"미루야 뭐 해? 책 봐?"
"끼야아악"
"안 되겠다. 아빠 힘들어서, 침대 위에서 놀아라"
"끼야아아악~~"
목청이 어찌나 좋은지
계속 그렇게 소리를 질러도
힘도 안 드는 모양입니다.
소리를 지르는 중간 중간에
미루는 뭔가를 계속 중얼거립니다.
요즘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이겁니다.
"까따까따까따까따"
식탁 다리를 잡고도 까따까따 거리고
엄마한테 기어갈 때도
가습기 물 떨어져서 빨간 불 들어온 걸 보고도
계속 까따까따 합니다.
"미루는 도대체 누굴 닮아서 저렇지?"
"현숙이 너 닮은 거 아냐?"
"그런가?"
주선생님
부정은 안 합니다.
주선생님은
아플 때 빼고는 항상 말을 하고
가끔 소리를 꽥 지르면
귀를 퍽퍽 때리는 음파가 발사됩니다.
"상구랑 내가 평소에 대화를 자주 해서
미루한테 영향을 준 게 아닐까?"
맞는 말 같은데
왠지 비겁한 변명으로 들립니다.
어제는 놀이집에서 찾아 오는데
선생님이 이러십니다.
"미루가 하루 종일 떠들어요"
가정통신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미루가 요새 말이 많아졌어요.
활동하는 내내 말을 해요'
결국 놀이집에서 까지
미루가 제일 많이 떠든다는 소리를 듣더니
주선생님이 과거의 진실을 실토했습니다.
"나 초등학교 5학년 때 반장이었거든?
그때는 공부도 잘 했었어.
근데 선생님이 생활기록부에 뭐라고 적었었는지 알어?"
반장에 공부도 잘 했으면
'품행이 방정하고, 타의 모범이 되며..'등등을
적는게 보통인데 선생님은 반장 생활기록부에
이렇게 적었답니다.
'목소리가 매우 큼'
"내가 조용히 해~~~!!!! 이러면 교실이 조용해졌다니까."
미루가 엄마를 닮았습니다.
댓글 목록
관리 메뉴
본문
허걱, 미루도 아토피가. 노력해보는데 잘 낫질 않네요. 석달째 아이가 고생이랍니다. 여러가지 해보는데 계속 시행착오에요. 그저껜 통영에 동백화장품 아토 제품이 좋다길래 오일 사다 발라줬더니 온몸에 닭살 같은것이 올라와서 혼났어요. 우리 아기 피부가 넘 민감한건지...부가 정보
관리 메뉴
본문
양파맘/ 간호사샘이 아토피는 왕자병이라고 관리 잘하면 없어졌다가 소홀해지면 나타난다고. 우좌지간 미루도 잘 관찰하고 대처해서 겨우 겨우 아토피 관리를 하고 있어요. 우리가 하는 것은 '무조건 초반에 잡자'예요. 약간 건조해져서 거칠어진 부분이 생기면 사정 없이 보습해주죠. 보습력은 가격대비 성능으로 아토마일드가 가장 좋더라구요. 그외는 너무 비싸고요. 글고 동백오일이 가려움을 앉혀준다는 이야기가 있던데요. 최근에 천연비누 화장품 만들기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거그서 그러더라구요. 아마도 닭살 같은 것이 올라왔다면 명현반응이라는 것이 아닐까 하는데요. 우선 몸 전체를 다 바르기 전에 팔 안쪽 같은데 살짝 한번 발라서 괜찮은지 체크를 함 해보세요.미루는 사람들이 아토피인줄 몰라요. 저희가 아토피 있어서 관리 잘해야 한다면 "아토피 아닌데" 막 그래요. 흨...먹는 것 신경쓰고 힘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닌데...흨...여튼 힘든 일이죠. 그래도 이년 정도 지나면 대부분은 나아진다니 그전까지 아가가 너무 가려워서 힘들지 않게 잘 관리하는 수 밖에요. 홧팅 하삼!!!
부가 정보
관리 메뉴
본문
넵,슈아님 감사해요.명현반응 그럴 수도 있겠어요. 닭살 올라와서 진짜 넘 깜짝 놀랬어요. 동백오일 역시 유명한가봐요. 서울서도 많이 사간단 얘길 들었어요. 전 여기 살아도 몰랐었는데 저희 이모가 권해서 알았지요. 미루도 얼릉 낫길 바래요.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