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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7/05/09
    돌 잔치(5)
    너나나나
  2. 2007/05/09
    돌잔치 준비 2(2)
    너나나나
  3. 2007/05/09
    어버이날 기념(2)
    너나나나
  4. 2007/05/09
    두 번째 여름
    너나나나

돌 잔치

미루 돌잔치에

식구들 10명만 모이기로 했는데

소문이 퍼져서 17명이 모였습니다.

 

17명이 앉을 수 있는 방은

꽤 그럴 듯한 규모입니다.

 

앞쪽 가운데에는

돌잡이를 위한 상이 놓여있고

 

그 뒷 벽엔

주선생님과 제가 심혈만 기울인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이런 날 아니면

못 먹는 음식들이

줄지어 나옵니다.

 

어쨌거나 이럴 땐

많이 먹는 게 남는 겁니다.

 

미루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싱글싱글 거리다가

가져온 이유식을 잘 받아 먹고 놉니다.

 

무슨 특별한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도 아니라서

우리는 그냥 밥을 열심히 먹었습니다.

 

그 사이 작은 아버지들께서

봉투를 주셨습니다.

 

식사를 마치신 후에는 할아버지께서

봉투를 꺼내서 주시는데 엄청 두껍습니다.

 

"이건 미루한테만 써라"

 

이걸로 미루 통장을 만들어주기로 했는데

액수가 정말 큽니다.

 

이것 때문에 하루 종일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돈도 없는 분이 증손자한테 마음을 크게 쓰셨습니다.

 

식사를 다 마치고 나서

자연스럽게 돌잡이를 합니다.

 

상 앞에 앉은 미루는

맞은 편에서 열 몇명 되는 어른이

다들 자기를 보니까 멈칫합니다.

 

그러다 공책에 손을 댑니다.

 

"상구 형은 미루가 뭐 집었으면 좋겠어?"

"나? 돈!"

 

누군가가 돈과 공책의 위치를 바꿔놨습니다.

제 소원이 이뤄지도록 한 배려입니다.

 

자, 이제 미루가

손을 쭉 뻗습니다.

 

쌀그릇에 손을 푹 집어 넣었습니다.

 

사람들이 돈을 집으라고

연호했지만

미루는 쌀만 가지고 놉니다.

쌀을 집어서 돈 위에 뿌립니다.

 

제가 외쳤습니다.

"그래~미루야. 밥 많이 먹어라!!"

 

사람들한테

쌀을 집으면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니까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어머니는 "좋은 뜻이야. 잘 살라는 뜻"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보통 이런 대답을 애매모호한 대답이라고 합니다.

 

"자, 인제 갑시다"

 

정말 밥만 먹고

일어났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인사를 하고 헤어집니다.

사촌동생은 쉬는 날이라서 그냥 시골에 내려왔다가

얼떨결에 합류했다는데 실컷 먹고 나더니

천냥 빚을 갚을 결정적인 한 마디를 합니다.

 

"형수님, 1년 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형님, 1년 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1년 동안 수고 많았던 건 맞습니다.

그 말이 듣고 싶기도 했습니다.

 

고생스러웠던 것만 치면

육아휴직을 또는 못하겠다 싶습니다.

 

근데 요즘 들어서는

앞으로 한 동안

지난 1년이 무척 그리울 것 같습니다.

 

요새 주선생님이랑 제 마음이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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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잔치 준비 2

<지난 5월 5일 미루 돌잔치가 있었습니다. 그 전에 종이에 적어놨던 일기인데 지금 올립니다.^^>

 

"요새 돌잡이 할 때는 마이크도 올린대~"

"왜요?"

"아나운서가 잘 나가잖아"

 

미루 돌잔치를 3일 앞두고

마이크를 우리가 준비하기로 한 게

기억이 났습니다.

 

"아..그리고 현수막 하나 해라"

 

어머니는 마이크 말고

미루 사진 이쁘게 들어간

현수막도 원하셨습니다.

 

10명 모여서 조용히 밥만 먹기로 한 자리에

50명 쯤 모일 때 필요한 걸 원하십니다.

 

마이크는 주선생님 카메라에 붙이는 걸로 하기로 했습니다.

현수막이 문제입니다.

 

"현숙아, 편집 오전 중으로 할 수 있지?"

 

세명이 같이 찍은 사진 중에서

제일 잘 나온 걸로

포토샵 편집을 시작했습니다.

 

"어? 기억이 안 나"

 

하도 오랜만에 포토샵을 써서

사용법이 자세히 기억이 안 난답니다.

 

"꼼수를 발휘해 봐. 너 그거 전공이잖아."

"알았어"

 

주선생님은 제가 자기보다

디자인 감각이 있으니까

무조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겠답니다.

 

"아니, 그렇게 말고...글자 색깔을 연두색으로 바꾸는 건 어때?"

"이렇게?"

"응...그리고, 사진 위에는 '미루의 한 살' 이라고 쓰자.."

 

2시간 동안

이렇게 고치고 저렇게 고치면서

엄청 작업을 했습니다. 마음이 급하니까 잘 안됩니다.

 

"그래, 그래..그 박스만 빨간 색으로 하면 되겠다"

 

마지막 요구사항을 처리한 주선생님이

갑자기 "푸하하하하" 웃기 시작합니다.

 

"왜 그래?"

"이거 선거 포스터 같잖아!!!"

 

미치겠습니다.

제가 봐도 그렇습니다.

 

"그 박스를 파란색으로 바꾸면 어때?"

"그러면 선거 홍보물 맨 뒷면이잖아!!"

 

아무튼 시간 없으니까

이걸로 맡기기로 했습니다.

 

돌 잔치가

유세장 분위기가 나도

어쩔 수 없습니다.

 

예전부터 알고 있던 현수막 업체에 전화를 했습니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큰 일 났습니다.

당장 맡기지 않으면 안됩니다.

급할 수록 냉정해야 하는 법

주선생님과 저는 열심히 다른 집을 알아봤고

결국 새로운 현수막 업체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거기서 그럽니다.

"저희가 도안해서 보내드릴테니까 마음에 안 드시는 부분만 말씀해주세요"

 

고생한 주선생님 눈치를 봐서

그냥 선거 포스터로 갈까 생각하는데

주선생님이 자기는 괜찮답니다.

괜히 2시간 고생했습니다.

 

우리는 그날 밤 결국

업체에서 해준 도안대로

현수막을 하기로 했습니다.

나름대로 깔끔하고 이쁩니다.

 

현수막 아랫부분에는

이렇게 적어놨습니다.

 

'고맙습니다!

미루가 이 만큼 자랐어요.

앞으로 더 재미나게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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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기념

"어머니, 어버이날 기념 전화 되겠습니다~"

 

어버이날 해가 뜨고

점심 시간 다 지나서 배가 좀 부르니까

부모님한테 전화할 생각이 났습니다.

 

"응..고맙다. 미루한테도 어버이날 축하한다는 얘기 들어라"

 

무슨 말씀인가 했습니다.

주선생님과 저도 어버이가 됐다는 얘기입니다.

 

놀이집 정문에는

색종이로 접은 꽃이

매달려 있습니다.

 

가까이 가서 보니까

'엄마, 아빠 사랑해요. -미루-'라고

적혀 있습니다.

 

'엄마, 아빠 감사합니다'라고 쓴

종이 카네이션도 놀이집에서 보냈습니다.

 

미루는 글씨를 못 쓰니까

선생님이 미루 손에 크레파스를 쥐어준 다음에

자기가 막 썼답니다.

 

정말 새로운 느낌입니다.

 

놀이집에서 돌아온 미루는

유난히 혼자 잘 놉니다.

 

부엌에서 저녁 식사와 실랑이 중인 주선생님한테도 안 매달리고

책상에 앉아서 매우 바쁜 척 하는 저도 안 괴롭힙니다.

 

그냥 둘 사이를 왔다 갔다 하다가

장난감 상자 앞에서 여러 장난감과 대화를 나눕니다.

 

소리도 '끼악~' 지르지 않고

전혀 보채지도 않고

그저 신나게 놉니다.

 

"상구~미루 오늘은 왜 이렇게 잘 놀지?"

 

근래 들어서는

정말 처음 있는 일입니다.

 

"글쎄"

 

"저렇게 노니까 우리가 진짜 편하네"

"어버이날이라서 우리한테 잘 해주는 건가?"

 

미루의 센스가

벌써 어버이날까지 챙길 정도가 됐습니다.

 

미루 덕분에

어버이날이 무척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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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여름

메일을 확인하는 주선생님 옆에서

뒹굴고 있는데 메일 내용이 눈에 들어옵니다.

 

'접힌 살 트러블~'

 

첫 문장 만으로도

확 공감이 갑니다.

 

"이거야~이거~"

 

손으로 옆구리 살을 꽉 잡아서

보여줬습니다.

 

"이거 봐 ..이거. 접힌 살"

 

주선생님은

쳐다보지도 않고

대꾸를 합니다.

 

"그건 잡힌 살이지..."

 

이메일 내용을 좀 더 보니까

'지루성 피부염, 기저귀 피부염, 땀띠...'라고 적혀 있습니다.

 

아기 피부관련 메일이었습니다.

 

느닷없이 5월에 여름이 쳐들어오는 바람에

미루가 땀띠가 났습니다.

 

빨리 여름 준비를 하고

땀띠도 해결해야 합니다.

 

작년에 미루가

여름을 처음 맞았을 때는

 

이것 저것 준비해서 "이제 준비 다 끝났다"고 생각하고 달력을 보니까

9월이었습니다.

 

이번엔 미리미리 준비를 할 겁니다.

전 못 해도 주선생님이 이런 건 잘 합니다.

 

벌써 주선생님은

미루 반팔 티를 꺼내놓고

옆집에 가서 안 입는 반팔, 반바지도 얻어 왔습니다.

 

"상구, 인터넷에서 이 옷 준비했는데, 어때?"

 

혹시 추운 날 입기 좋은

얇은 잠바도 벌써 하나 주문해놨습니다.

 

"물기를 뽀송뽀송하게 말려주래..

물티슈로 닦았으면 마른 수건으로 한번 닦아주고.."

 

땀띠를 없애기 위해서는

잘 말려주는 게 중요합니다.

 

작년 여름엔 다 알았을 얘긴데

처음 듣는 얘기 같습니다.

제 인생은 이런 식으로 늘 새로웠습니다.

 

이제 다시 여름입니다.

감회가 새롭습니다.

 

미루에게 두 번째 맞는 계절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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