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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 이빨이 나고

"상구~~미루, 위에도 이빨 난다~"

 

다른 애들보다 늦어서

이빨 관리 안하니까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미루 윗 잇몸 속에서

커다란 이빨 두개가 쑥 나와 있습니다.

 

"미루야..아이고 잘 먹네"

 

위아래 이빨이 다 생겨서 그런지

이전보다 먹을 걸 더 잘 먹습니다.

 

냉동실에서 얼려 놓은 떡을 꺼내다가

떡국을 해 먹으면서

식탁 밑을 배회하는 미루한테

밥을 김에 싸서 줬더니 잘 먹습니다.

 

"미루야...너 이유식 잔뜩 먹고 또 먹냐?"

 

잘 보니까 아주 신나서 먹는 건 아니고

김을 싸주는 주선생님 표정이 더 신나 있습니다.

 

싸놓은 거 다 먹었습니다.

 

"자...이제 저쪽가서 놀자......아야!!!"

 

주선생님이 미루를 안아서

다른 쪽으로 옮겨놓으려고 하다가

비명을 지릅니다.

 

미루가 왼쪽 팔을 물었답니다.

진짜 아파하는 소리입니다.

 

"그러지 마!!"

 

우리는 괜찮지만 다른 사람을 또 물까봐

주선생님이 그러지 말라고 아주 따끔하게 말합니다.

 

"이거봐...살을 깎아놨어"

 

옷을 걷어서 봤더니

살갛이 벗겨져서 살짝 말려 있습니다.

아이가 했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미루!! 니가 대패냐? 살을 깎게?"

 

위아래 이빨이 생기니까

먹는 것만 잘 먹는 게 아니라

이제는 사람을 물기 시작합니다.

 

주선생님한테서 미루를 받아

바닥에 내려놨습니다.

 

"근데, 우리..미루 간식 너무 안 먹이는 것 같애"

"그러게 말이야"

"워낙 이유식을 많이 먹긴 하지만..."

"그렇기도 하지..아야!!!"

 

배에 굉장히 따가운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이번엔 미루가 저를 물었습니다.

 

바닥에 앉아서

몸을 앞으로 굽히고 있느라고

뱃살이 접혀 있었는데

미루가 그걸 물었습니다.

 

진짜 너무 따갑습니다.

 

옷을 들춰봤더니

배 한쪽이 빨갛습니다.

 

안 물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입니다.

 

애가 크니까

이제 별 걱정거리가 다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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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적응하다

선생님이 갑자기 바뀌었지만

미루는 새선생님한테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새선생님도 미루한테

무척 잘하십니다.

 

미루를 데리러 놀이집에 갔더니

사진을 한 장 줍니다.

 

"미루가 볼 풀 안에서 신나게 놀았어요"

 

미루가 친구 지원이랑

공이 잔뜩 들어 있는 풀 안에서

노는 모습이 찍힌 사진입니다.

 

놀이집에서 아이들 노는 사진까지

찍어서 주다니

참 좋은 곳이다 싶습니다.

 

집에 와서 보니까

사진 말고 선생님이 쓰신

쪽지도 있습니다.

 

정말 정성입니다.

 

"안녕하세요. 

미루 담임을 맡고 있는 OOO입니다.

 

최선을 다해서

미루를 잘 돌보겠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미루는 벌써

적응을 잘 해서

즐겁게 놀이집 생활을 하고 있답니다.

 

사진값은 300원이오니

오실 때 갖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미루는 놀이집에 가면서

사회성도 많이 생긴 것 같고

이것저것 새로운 경험도 많이 합니다.

 

미루보다 상급반 아이들이 그려놓은

그림 앞으로 기어가서

뭐라뭐라 이야기도 하고

 

늦게 온 지원이한테

쪼르르 가서는

또 뭐라뭐라 한참 말도 했답니다.

 

아침엔 채송화씨를 화분에 심는데

돌 하나를 집어넣는 엄청난 일을 해냈다고 합니다.

 

주선생님이 큰 맘 먹고 사준 

컵블록이란 장난감이 있습니다.

 

크기가 큰 것부터 작은 것까지

10개의 컵이 있는 데

최근에 미루가

큰 컵 안에 작은 컵 넣기에

성공을 했었습니다.

오늘 그 실력이 발휘된 겁니다.

 

미루는 선생님이 바뀐 놀이집에

잘 적응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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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화이팅

주선생님이 아침 일찍

미루를 데리고 병원에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놀이집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봤답니다.

 

주선생님은 놀이집 선생님이

경험도 많고 아주 좋은 분이라고

한참 칭찬을 했답니다.

 

"미루가 그 선생님을 만나서 다행이야, 그치?"

 

놀이집에 갔습니다.

오늘도 미루는

선생님을 만나서 신나게 놀 겁니다.

 

놀이집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선생님이 바뀌었습니다.

사정이 생겨서 그만 두셨답니다.

 

불안이 엄습합니다.

 

놀이집에서 나온 후

저는 조용해지고

주선생님은 말이 많아졌습니다.

 

갈증이 납니다.

우유를 사러 들어갔습니다.

 

"저 아줌마는 왜 하나도 안 웃긴데 웃냐"

 

라디오에서 나온 유치한 유모어에

슈퍼 주인 아줌마가 반응을 보였다고

주선생님이 슈퍼를 나와서는 막 투덜거립니다.

 

골목을 걷는데

차 한대가 옆을 휙 지나갑니다.

 

"뭐야! 너만 피하고 난 피할 자리도 안 만들어주고..

차에 치일뻔 했잖아"

 

이번엔 저를 구박합니다.

점점 까칠해집니다.

 

"어? 근데 왜 5천원짜리가 없지? 아... 진짜 오늘 되는 게 없네"

 

뭘 살려고 5천원을 가지고 나온다는 게

놓고 온 모양입니다.

 

아침에 그걸로 빈라덴 접으면서 놀더니

그대로 두고 나온 게 틀림 없습니다.

 

"미리 말 해줘야 하는 거 아냐? 그 선생님 좋았는데..."

 

역시 주선생님이 말이 많아지고 까칠해졌던 건

놀이집 선생님이 바뀌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게 말이야"

"그렇게 불쑥 선생님 바뀌었다고 하면 우린 어떡해, 미루는 어떡하고"

"그래도 미루는 잘 적응할거야..그렇게 믿자"

 

하루 종일 걱정 때문에

속이 시끄러웠습니다.

 

드디어 미루를 데리러 가는 시간

놀이집에 도착했는데

문 밖으로 애 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엄청 통곡을 합니다.

 

문을 열었습니다.

미루가 눈물, 콧물이 범벅이 돼서 울고 있습니다.

 

속이 미어집니다.

적응이 힘들었나 봅니다.

 

새로 오신 선생님은

굉장히 난감한 얼굴로 우릴 봅니다.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 지 몰라서

멍하게 서 있는데

주선생님이 미루를 확 받아 안더니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많이 힘드셨죠? 그래도 내일은 좀 나아질거예요.

선생님 화이팅!!!"

 

주먹까지 불끈 쥐어 보입니다.

 

최소한 인상이라도 팍 꾸겨야 할 판에

주선생님은 제가 생각지도 못 한 말을 했습니다.

 

선생님 얼굴에 생기가 도는 듯 했습니다.

제 얼굴에도 생기가 돌았습니다.

 

놀이집 선생님이 주선생님한테는

여성노동자로 보였답니다.

 

돌봄노동을 담당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건

응원해주고, 고생한 만큼 대우해주는 거랍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주선생님 방식이

미루의 놀이집 생활을 위해서도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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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집 가는 길

"갈치, 팔뚝만한 갈치를 싸게 팝니다."

 

놀이집에 가는 길입니다.

아파트 어귀에서 갈치를 팝니다.

 

"눈을 감았다 떴다 감았다 떴다 하는

갈치가 한 마리에... "

 

공원에는 산수유, 매화 같은 꽃들이

퍽퍽 피어올랐습니다.

 

"근데 갈치가 눈을 깜박거려?"

"글쎄, 이상하네.."

 

"저거 들으니까 생각난다"

"뭐가?"

 

얼마전에 여의도를 지나다가

제가 들었던 소리는 이랬습니다.

 

"민주애국시민여러분! 말린 오징어 한마리가 천원, 천원

말린 오징어 한마리가 천원. 말리는 인건비도 안 나와~"

 

주선생님과 잡담을 즐기는 사이

버스가 왔습니다.

 

"아차! 약 넣었어?"

"응"

"깜딱 놀랐네"

 

주선생님은 요새

많이 놀랄 때

꼭 깜딱 놀랐다고 합니다.

긴박함이 잘 드러나는 표현입니다.

 

"그거 캐릭터로 괜찮겠다.'

"뭐가?"

"깜닭이 어때 깜닭이. 얘는 항상 놀란 표정을 하면서 '아잇! 깜딱이야' 이렇게 외치는 거지"

 

'이렇게?"

주선생님 놀란 닭 표정을 지어보입니다.

그럴 듯 합니다.

 

그러고 보니까

우리는 지금 미루를 놀이집에

데려다 주는 길입니다.

 

처음엔 그렇게 서운하고 아쉽고 그랬는데

지금은 놀이집 갈 때 둘이서 수다떠느라 바쁩니다.

미루는 그냥 달랑달랑 매달려 있습니다.

 

놀이집 문 앞.

미루한테 좀 미안합니다.

마음을 듬뿍 담아서 인사를 했습니다.

 

"미루야...오늘도 놀이집에서 잘 놀고..좀 있다 만나자!"

 

미루를 맡기고 나오는 길.

몸이 아주 가볍습니다.

발걸음도 빨라집니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하나 있습니다.

 

"이런 씨..젖 얼린 거 안 가져왔다"

 

발걸음이 더욱 빨라집니다.

요새 집중력이 좀 떨어진다 했더니

이제는 미루가 놀이집에서 먹을 젖도 빼놓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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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다 똥 싸기

미루는 이유식을 아주 잘 먹는데

그만큼 똥도 엄청 쌉니다.

 

똥 싸는 시간도 정해져 있어서

꼭 이유식 먹을 때 똥을 쌉니다.

 

멀티태스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유식 의자에 앉혀 놓고

한참 먹이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미루 얼굴이 갑자기 빨개지면서

입이 벌어집니다.

 

기회는 이때 인지라

입속에 밥을 한 숟갈 확 집어넣습니다.

 

미루 얼굴은 점점 빨개지고

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갑니다.

 

입 속에 밥 집어 넣은게

미안해집니다.

 

"끄..응.."

 

몇 초가 흐른 후

몸을 부르르 떱니다.

 

머리통이 크게 흔들릴 정도로

몸을 떨면

쌌다는 신호입니다.

 

이런 땐 계속 먹일지

기저귀 갈아주고 먹일지 고민입니다.

 

미루가 아무렇지 않게 계속 밥을 받아먹으면

우리도 그냥 모른 척 합니다.

 

"어? 얘봐~"

"또 힘 주네.."

 

다시 얼굴이 빨개집니다.

 

"투투투~~~"

 

입 속에 있던 밥을 전부 투투 뱉어내더니

온 신경을 집중합니다.

 

몸을 부들부들 떱니다.

또 쌌습니다.

 

지켜보던 주선생님이

한 마디 안 할 리가 없습니다.

 

"애가 높아졌어..."

 

무슨 말인지 한참 생각했습니다.

 

눈높이가 약간 높아진 미루에게

우리는 계속 이유식을 먹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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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꿈치 부상

"테니스 엘보우란..팔꿈치 바깥 뼈가.."

 

"어? 저거 니 증상이랑 똑같다. 빨리 병원 가봐~"

 

라디오에서 나오는 설명이

주선생님 증상과 같습니다.

 

최근에 주선생님이

미루를 많이 안았는데,

팔꿈치가 고장난 겁니다.

 

"심하면 물건을 아예 못 들 수도 있고..."

 

듣고 보니 심각합니다.

카메라 드는 사람한테는 특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주선생님은 마음이 급해져서

저의 만류를 무릅쓰고

순전히 가깝다는 이유로

지난 번에 제가 허리 아파서

봉침 맞았던 그 한의원을 찾아갔습니다.

 

갔다 왔습니다.

주선생님도 봉침을 맞았답니다.

봉침은 침 끝에 벌침을 묻힌 겁니다.

 

"근데 이거 봐..멍들었어.."

"아픈 건 좀 덜하냐?"

"더 아퍼"

 

그 의사선생님은

자기가 벌인 줄 압니다.

보니까 다른 침도 많드만

꼭 봉침만 놓습니다.

 

"아야!"

 

젖 먹이려는데

미루가 팔꿈치를 쳤습니다.

 

아픈 데 때리는 건

정말 기분 상하는 일입니다.

 

"현숙아, 괜찮어?"

"악!"

 

위로 한답시고 옆에서 까불다가

이번엔 제가 팔꿈치를 쳤습니다.

 

때린 데 또 때리는 건

정말 최고로 기분 상하는 일입니다.

 

"내가..나을 수가 없어, 나을 수가"

 

부자도 아니고

오직 몸으로 때우면서 살아야 하는 처지에

이런 식으로 부상 당하는 건 피해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근데 현숙아..여기 진짜 계속 멍들어 있다."

"병원에서 침 맞는데, 새끼 손가락이 찌릿하더라고.."

 

"그래서?"

"그래서 여기가 찌릿한데요 했더니, 그래요? 그럼 안되는데 그러면서 침을 빼더라?"

"의사선생님이?"

"응"

 

그런 식으로 몇 번 했답니다.

가만히 보아하니 주선생님,

마음에 벌을 쏘인 표정입니다.

 

어떻게 달래줘야 하나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주선생님은 제 앞에서

무표정하게 앉아있습니다.

 

한 20초쯤 그러고 앉아 있었을까

 

주선생님이 갑자기

새끼 손가락 두개를 동시에 양쪽 콧구멍에 넣고

막 팝니다.

 

"뭐 해?"

"마음을 달래려고 쌍코파기 하는 거야"

"쌍코파기?"

 

뭐, 충분히 그럴 만 합니다.

저도 예전에 허리에 침 맞으면서

마음이 허했었습니다.

 

계속 팝니다.

저러다 코피 나면

그게 바로 말로만 듣던 쌍코피겠구나 싶습니다.

 

"오...진짜 마음이 달래진다."

"그래?"

"응...상구도 해봐"

 

전 그냥 속으로 말했습니다.

 

"아냐, 지금 위로가 필요한 건 너니까

실컷 마음을 달래...충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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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 쌓기

옆집에 갔더니

블록이 있습니다.

 

모든 블록을 세로로 세워서

가장 높이 쌓기에 도전했습니다.

 

사실 도전할 생각은 없었고

그냥 재미로 시작했는데

안 무너지는 바람에 거의 끝까지 갔습니다.

 

블록 4개 남겨놓고 무너졌는데

거의 제 어깨 높이에 닿았습니다.

기념 사진 두 장을 찍었습니다.

 

블록쌓기를 마치자

메스꺼움이 몰려옵니다.

정신을 너무 집중했습니다.

 

"상구...나 질렀어.."

"또 뭘?"

 

이젠 놀라는 척 하는 것도

지루합니다.

 

"블록..."

 

옆집에서 블록 쌓았던 날의 감격을

주선생님이 잊지 못한 것 같습니다.

 

집에 52개 짜리 블록이 도착했습니다.

 

상자 안에는 블록을 별스럽게 쌓아놓은

예시들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바로 쌓기 시작했습니다.

 

"그림대로 하는 거 쉽지 않겠다"

"그러게"

 

상당히 고난이도 작품들이 많습니다.

 

"이거 두고 두고 갖고 놀겠는데?"

"아무래도 그렇지?"

"미루 말고 상구가..."

 

주선생님 말대로

블록 하나만 열심히 빠는 미루 옆에서

저는 한참 블록을 쌓았습니다.

 

문득 피곤해 집니다.

저녁 시간도 됐고, 샤워를 하러 들어갔습니다.

 

샤워기를 틀어놓고

이빨을 닦습니다.

 

괜히 오래 집중했다가

또 어지러울 뻔 했는데

오늘은 훌륭한 자제력을 보였습니다.

 

"상구~!!!!!!!! 빨리 나와봐~~~"

 

갑자기 다급한 주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으악...빨리!!!"

 

무슨 일이 났습니다.

미루가 어디서 떨어지는 걸 간신히 잡고 있던가

아니면 더 급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냥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현숙아, 무슨 일이야???!!!"

 

주선생님

잔뜩 놀란 눈을 하고 말합니다.

 

"미루가 이걸 무너뜨릴려고 그래...그 전에 보라고..."

 

블록으로 탑을 쌓아놓고

미루의 접근을 간신히 막고 있는 주선생님의 모습이

웬수 같습니다.

 

블록 가지고 두고두고

놀 사람은 제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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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소질이 있나?

구리시로 가는 차 안에서

처남이 주선생님한테 묻습니다.

 

"잘 갖고 놀아?"

 

지난 번에 만났을 때

처남이 미루한테 인형을 사줬었습니다.

 

"응...곰 인형이 손에 벌을 잡고 있잖아...그 벌을 좋아해"

"오호..그래? 곰은 안 좋아하고?"

"벌이 반짝 거려서 좋아하는 것 같애, 글고 곰에 붙은 라벨도 좋아해..."

 

처남은 미루한테 외삼촌입니다.

 

미루를 만나면

잘 놀아주고 많이 이뻐해주는데

 

지난 번엔 인형까지 선물로 사줘서

고마웠었습니다.

 

처제 딸한테는 훨씬 비싸 보이는 아이용 건반을 사줬습니다.

 

"근데 미루는 소리 나는 거 좋아해"

 

그때도 미루는 인형은 옆으로 던지고

처제 딸 아영이가 건반 가지고 노는 걸 밀어낸 다음

자기가 막 놀았었습니다.

아영이는 옆에서 울었습니다.

 

처남이 대답합니다.

 

"안 그래도 사놨지~!!"

 

센스 있는 처남입니다.

그때 미루가 건반에 흠뻑 취하는 걸 보더니

하나 사놨답니다.

 

"지난 번 거 보다 기능 훨씬 좋은 걸로 사놨어...손잡이도 있어"

 

이런! 정말 센스가 넘칩니다.

 

"근데 조금 싼 걸로 샀어"

 

주선생님은 신이 났습니다.

 

저도 신이 났지만,

진지한 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촐싹대진 않았습니다.

 

주선생님, 말이 많아집니다.

 

"그래? 어디서 샀는데?"

"마트"

 

"미루가 좋아하겠다"

"마트 가면 요새는 장난감 코너가 눈에 들어오더라"

 

"그지? 맞어, 맞어. 예전엔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정말 그렇더라구"

 

"근데 미루는 진짜 리듬감각이 좋아, 음악에 재능이 있나봐"

 

미루가 손바닥으로 벽이나 장롱을 칠 때 보면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주선생님은 미루가 그 재능을 살려서

나중에 음악을 좋아하고, 잘 하기도 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몇 번 말한 적이 있습니다.

 

처남은 전혀 호응을 안 해줍니다.

 

"우히히..엄마들은 다 그렇게 얘기해~"

"아냐, 진짜야~~"

 

"내 친구들 중에 애가 돌된 애들 있거든? 다 똑같은 얘기하더라"

"아니라니까, 미루는 진짜 재능이 있어"

 

애처로운 주선생님입니다.

 

이럴 땐 미루가 뭔가 능력을 보여주면

처남도 믿을 테니까, 그때를 기다려야지

자꾸 우겨봐야 소용없습니다.

 

처가집에서 드디어

미루가 처남이 사 준 건반을 만났습니다.

 

건반을 보자 마자 달려듭니다.

 

손으로 건반을 누릅니다.

마구 누릅니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느껴집니다.

 

몇 번 치더니 손잡이를 잡고

악기를 방바닥에 막 내려칩니다.

 

지난 번 것보다 싼 거라서 그럴리는 없고,

피아노 보다는 난타 쪽에 재능이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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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드라이브

장인어른 생신이어서

처남 차를 얻어타고 구리시로 출발했습니다.

 

저녁 11시

 

한참 곤히 자는 미루한테 우주복을 입히고

번쩍 들어 안아서 집을 나섭니다.

 

미루는 정말 목놓아 울었는데

우리도 자는데 밤11시에 누가 와서 업고 가면

막 울었을 것 같습니다.

 

"누나~괴물 있던 데가 원효대교던가?"

"응"

 

근처에 친구 만나러 온 김에

우리를 태워가겠다던 처남이

한참 늦게 왔는데, 길을 잘못 들었었답니다.

 

"난 한강대교인 줄 알고 아까 한강대교를 건넜었지....한참 헤맸네"

"넌 길을 그런 식으로 기억하냐?"

 

창밖을 보니까

서울 밤 불빛이 좋습니다.

 

밤에 드라이브하는 건

주선생님이나 저나 참 오랜만입니다.

 

"이야...야경이 좋다..."

 

주선생님이 굉장히 좋아합니다.

"차가 있으면 이런 게 좋다, 그치?"

 

한 동안 차 한대 살까 하다가

그냥 없던 일 비슷하게 되면서 넘어갔는데

다시 생각나나 봅니다.

 

"근데 이 차 이름이 뭐지? 아벤트?"

"아니, 아반떼..."

 

처남이 어이 없어 합니다.

 

"현숙아, 아벤트는 젖병 이름아냐?"

"아~그렇지!!"

 

우리한텐 자동차 이름 보단

젖병 이름이 익숙합니다.

 

아기띠를 풀러서

미루를 무릎 위에 눕힌 다음에

주선생님은 미루를 주물러주고, 다독거리면서

드라이브 내내 편안한 실내 분위기 조성에 힘을 썼습니다.

 

"성수대교다~"

"지난 번에 자전거 타고 여기까지 왔었잖아~"

 

"그때는 미루가 없었는데..."

"나중에 미루 크면 자전거 태워서 돌아다니자~"

 

수다를 떨다 보니까

어느새 구리시 입구입니다.

 

저녁 시간이라 길도 안 막히고

금세 왔습니다.

 

"금방이네..안 막히니까 좋다..."

 

한 밤의 드라이브

이거 할 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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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고, 업고 일하기

정말 어쩔 수 없어서

미루를 안거나 업고 일할 때가 있습니다.

 

"휴...미루야 너 오늘 컨디션이 진짜 안 좋은 갑다...."

 

막 보채길래

졸려하는 줄 알고

한참을 안고 있었습니다.

점점 활발해집니다.

 

20분을 넘기니까

짜증을 토할 것 같습니다.

 

내려놨습니다.

심금을 울리는 징징거림이 또 시작됩니다.

 

"너, 자건 말건 난 일 한다"

 

아기띠로 미루를 안고

식탁을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밥 먹을 때 꺼내놨던

메인 반찬은 김치 3가지.

 

그 그릇들을 포개서 한 번에 들어야 하는데

미루를 안고 있어서 그렇게 못 합니다.

일단 하나를 들었습니다.

 

냉장고 문을 열고

그릇을 냉장고 아래칸쯤에

넣습니다.

 

"에취"

 

몸을 숙였더니

미루가 냉장고 쪽으로 휙 기울어지면서

찬 기운에 휩싸였나 봅니다. 기침을 합니다.

 

"어? 미안, 미안"

 

후딱 몸을 세우고

냉장고 문을 닫습니다.

 

요새, 생활의 집중력이 떨어져서

냉장고 속이 엉망이라

그릇 넣을 공간 찾는 게 일입니다.

 

두 번째 그릇을 들고 다시 냉장고를 엽니다.

 

미루가 고개를 사정없이 뒤로 돌리면서

냉장고 안을 한번 볼려고 시도합니다.

 

"야!! 가만 있어!!"

 

 

설거지를 시작했습니다.

 

"미루야~인제부터 설거지 할 건데 널 업어야겠어..."

 

아이를 업으면 보통은 업힌 아기 답게

얌전히 꼼지락 대다가 고개를 등에 대고 잠을 자기도 합니다.

다른 애들이 그렇다는 겁니다.

 

이런 전통의 시나리오가

미루한텐 안 통합니다.

 

그냥 막 버둥대고

꽥꽥 소리를 지릅니다.

 

노리개 젖꼭지를 넘겨줬더니

잠깐 조용해졌습니다.

 

지금이 기회입니다.

몸을 부지런히 위아래로 떨면서

설거지를 하다 보면

미루가 잠들 지도 모릅니다.

 

"툭"

 

노리개 젖꼭지 떨어뜨렸습니다.

다시 꽥꽥 소리를 지릅니다.

 

"에이, 진짜"

 

주워주려고 확 몸을 숙였는데

미루 머리가 싱크대를 아슬아슬하게 빗겨갑니다.

대형사태날 뻔 했습니다.

 

설거지는 막바지에 이르고

몸을 계속 떨었지만 미루는 여전합니다.

 

"으아아악~~"

 

이제는 팔을 쭉 뻗어서

제 등을 밉니다.

남다른 근력을 자랑하는 미루가 미니까

등이 앞으로 확 휩니다.

 

고통 속에서

완벽한 S라인이 만들어집니다.

 

한참 동안 애 업고 일 하고 나면

누가 절 좀 업어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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