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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네의 일본 여행기 4

4박 5일 해외여행 하기 위해 싼 짐이

그야말로 엄청납니다.

 

주선생님과 저는 손 네개로

 

큰 여행용 가방 한 개

중간 크기 가방 한 개

얼린 이유식 넣은 아이스박스 가방 한 개

카메라 가방

유모차

그리고 미루를 들어야 했습니다.

 

"으악! 현숙아..나 칫솔 안 가져왔어.."

"내꺼 같이 써..."

 

이삿짐을 싸왔는데도

빠진 게 있었습니다.

 

"DVD 나눠 주려고 했는데 깜빡 했다..."

 

영화제 관계자들한테

주선생님 영화 DVD를 주기로 해 놓고

안 가져왔답니다.

 

명함도 잔뜩 있는데

안 가져왔습니다.

 

미루 짐 챙기느라고

정작 주선생님 일과 직접 관련 있는 것들을

빠뜨렸습니다.

 

"아차..!! 미루 옷 한벌 가져올려고 싸놓고 그냥 왔다.."

"미루 먹을 사과 잘라놓고 식탁 위에다 그냥 놓고 온 것 같애"

 

미루 짐도 제대로 못 챙겼습니다.

 

"선생님 여권이 너무 훼손돼서

어쩌면 입국이 불허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다는 서약서를 한 장 써주셔야겠는데요"

 

제 여권은 사진 붙어 있는 페이지가

거의 떨어져 나간 상태입니다.

제가 봐도 위조한 것처럼 생겼습니다.

 

일본 가는 내내 불안에 떨었습니다.

만약 저만 입국이 불허되면 정말 큰일이었습니다.

 

미루를 주선생님한테 맡기면

행사 참여 자체가 힘들어집니다.

 

제가 데리고 한국으로 오면

미루 먹을 젖이 집에 충분한 지도 모르고

주선생님 젖몸살도 걱정입니다.

 

"현숙아, 인제 미루 내가 안을께.."

 

입국심사를 받기 직전

주선생님한테서 미루를 넘겨받고

최대한 가련한 표정으로 심사대에 섰습니다.

 

1분도 안 걸려서 통과.

괜히 혼자 걱정했습니다.

여권 준비만 제대로 했어도 없었을 일입니다.

 

어쨌거나 일본에 들어와서

행사는 끝나고

이제 관광만 남았습니다.

 

"카메라 충전기 안 가져왔다.."

"그럼, 사진 막 찍으면 안되겠네."

 

"집에 일본 여행 책자 있는데 놓고 왔다."

 

이번 여행은 정말 짐이 많았습니다.

놓고 간 것도 참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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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네의 일본 여행기 3

"애기 이름이 뭐예요?"

 

식당에서 만난 다른 감독님이

물었습니다.

 

"미루예요..."

 

옆에서 계속

마시마로 인형을 괴롭히던

7살 먹은 꼬마가 이름을 들었습니다.

 

"미루? 마시미루? ...엄마~~ 애기 이름이 마시미루야~"

 

미루는 일본말로

'보다'라는 뜻이랍니다.

 

행사장에서 만난 많은 일본 사람들은

미루를 참 이뻐했습니다.

 

전 괜히 우쭐해서

미루를 데리고

영화 상영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좀 있다 바로 나왔습니다.

미루가 졸려서 울먹울먹 합니다.

 

급히 밖으로 데리고 나와서

아기띠로 안고, 토닥거렸습니다.

허리가 아픕니다.

 

10분이 흐르고, 15분이 흐릅니다.

 

"에이 그냥 숙소로 갈걸..."

 

영화가 끝날려면 한참 남았고

그 이후에 워크샵까지 하면

얼마를 기다려야 할 지 모르는 데

괜히 남아 있겠다고 했습니다.

 

어디 있을 데가 없습니다.

 

"저기요.."

 

한참 서성거리고 있는데

영화 상영 후 감독과의 대화할 때

주선생님 통역을 해주시기로 되어 있는

제일교포 3세 여자분이 저를 부릅니다.

 

"네.."

 

"저기 닥아실 빌려놨는데요..."

 

다과실을 일본식으로 발음하는 것 같습니다.

힘들어 죽겠구만, 과자 먹으라고 합니다.

 

"다과실이요?"

 

제가 못 알아 듣는 것 같자

그 분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머리를 긁더니

다시 말씀하십니다.

 

"흐으....탁아실인가?"

 

"아...탁아실!"

 

탁아실에 미루를 눕혀 놓고

저도 한숨 잤습니다.

 

영화 상영하는 동안

다행히 편히 있을 수 있었습니다.

 

주선생님이 일하는 사이에

저의 미루 돌보기 역할은

그 후에 절정에 달했습니다.

 

5시 이후로는 탁아실이 문을 닫아서

미루를 데리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우리 숙소는 침대방이라서

한 순간이라도 한눈을 팔았다가

미루가 침대에서 떨어지면 큰일입니다.

 

그때부터 주선생님이 돌아온

저녁 10시 30분까지

계속 미루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미루는 저의 노력을

보다 의미있게 만들어주기 위해서

꼭 침대 가장자리에서만 놀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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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네의 일본 여행기 2

여행 둘째날은

주선생님의 영화가 상영되는 날입니다.

 

일본의 진보적인 사회단체에서

주선생님의 영화를 초청한 겁니다.

 

"상구~나 먼저 밥 먹고 올께...미루 잘 봐.."

 

주선생님이 먼저 식당으로 내려가고

저는 곯아떨어진 미루 옆에서 같이 잤습니다.

 

"나 밥 먹고 왔어~~"

"맛있었어?"

 

"응!! 한식이 세 종류나 있어..갈비탕, 육개장.."

 

아침을 잘 먹은 모양입니다.

저도 이왕이면 맛있는 걸 먹고 싶습니다.

 

"그래? 넌 뭐 먹었는데?"

"나?.. 양식"

 

하여튼 주선생님은

참 특이합니다.

 

행사장에 도착해서는

영화를 시작하기 전에

근처 식당에서 '라멘'을 먹었습니다.

 

느끼하고

고기에선 냄새가 나는 게

아주 맛있지는 않습니다.

 

같이 먹었던 박모 감독님은

묵묵히 다 드시더니

먼저 일어나면서 한 마디를 남기셨습니다.

 

"김치가 없네..."

 

그래도 주선생님과 저는

신나고 맛있게 라멘을 먹었습니다.

어딜가도 이렇게 먹습니다.

 

사실 이번 일본 여행의 목적 중에 하나는

육아의 피로를 덜기 위해 맛있는 것 먹기입니다.

 

저녁엔 초밥을 먹기로 했습니다.

 

"여기 스시는

한국에서 먹는 거랑은 정말 달라요.."

 

낮에 라면 먹으면서

통역하시는 분이 하셨던 말씀입니다.

 

"상구~워크샵 5시 30분이니까

그 전에 우리 초밥 먹자~~!!"

 

행사가 열리는

이케부쿠로 근처의 초밥 집에서

스시를 시켰습니다.

 

두툼하고 아주 길다란 생선조각이

밥 위에 얹혀 나왔는데

맛있어 죽는 줄 알았습니다.

 

처음 한입을 맛 본 후

주선생님과 저는 그 깊고 은은한 맛에

아주 탐욕스러운 표정을 지어가며

즐거워했습니다.

 

먹는 걸 잘 먹으면

여행이 더 즐거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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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네의 일본 여행기 1

걱정이 많았는데

미루는 여행 전문가였습니다.

 

비행기에 타자 마자

두리번 거리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미루를 위한

아기바구니가 설치됐습니다.

 

거기에 눕혀놨더니

한참 누워서 놀다가

일어납니다.

 

컨디션이 아주 좋습니다.

복도 건너 일본 아저씨한테 눈길을 주더니

활짝 웃습니다.

 

"꺅~꺄악~~아빠바바바"

 

온갖 귀여운 척을 다합니다.

손을 흔들고,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계속 쳐다봅니다.

 

아저씨는 미루한테 웃어주고

표정으로 놀아주기도 하더니

나중엔 귀찮아 죽을려고 합니다.

결국 계속 다른 데를 쳐다 봅니다.

 

그러자 미루는

바로 뒤에 앉은

야쿠자 같이 생긴 아저씨한테

눈을 돌렸습니다.

 

비행기 승무원을 부를 때도

남들은 다 조용조용히 부르더만

자기만 막 호통치듯이 "스미마셍!!!!!'하던 분입니다.

 

미루가 계속 웃음을 날리자

야쿠자 아저씨 신경 쓰여합니다.

 

눈치가 보입니다.

'저러다 화 내면 어떡하지...'

괜히 걱정됩니다.

 

미루는 계속 웃음을 날려줍니다.

야쿠자 아저씨 결국 한번 살짝 웃어줍니다.

아저씨가 안됐습니다.

 

미루랑 놀다 보니 도쿄에

금방 도착합니다.

 

공항에서 나와 모노레일로 갈아타고

또 지하철로 갈아탑니다.

 

금요일 밤이라

술먹고 늦게 들어가는 사람들이

지하철을 가득 채웠는데

애를 안고 있어도 양보를 안해줘서 고생했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어쨌거나 무사히

숙소에 도착합니다.

미루는 컨디션이 하늘을 찌릅니다.

 

12시 직전에 도착해서

새벽 2시까지 안자고

침대 위를 휘젖고 다닙니다.

 

잠깐 세밀화 책을 펴줬더니

자기 손으로 막 넘깁니다.

의자 등받이를 잡고 일어나려고 합니다.

 

미루한테는

여행이 체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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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준비 3

일본은 온천으로 유명합니다.

다 아는 얘깁니다.

 

육아휴직으로 지친 몸을

온천으로 풀 생각을 하니

기분이 매우 좋습니다.

 

어제는 이유식 준비를 위해

미루를 한참 안고

장을 봤습니다.

 

"아이고, 허리야.."

 

허리에 무리가 왔습니다.

안 펴집니다.

 

하루 내내 방바닥에서

비비적 거리다가

동네 한의원에 갔습니다.

 

'봉침'이란 걸 맞았습니다.

 

"이게 그냥 침이 아니고..벌독을 약하게 해놓은 거예요.."

 

한방 한방이 참 따가웠습니다.

 

"나중에 침 뺄 때는 그냥 안 빼고

열을 가한 다음에 뺄거니까 뜨거우면 뜨겁다고 말해요..."

 

무슨 전기 같은 걸

잠깐씩 통하게 할 모양입니다.

 

한참을 졸다가

시간이 다 됐습니다.

 

간호사분이 오셨습니다.

"뜨거우시면 말씀하세요..."

 

잠시 마음의 각오를 했습니다.

'이제 전기가 통하면서 따끔따끔하게 열이 나겠구나. 잘 참아야지...'

 

열이 전달됩니다.

아주 뜨거운 열이 짧고 예리하게

느껴집니다.

 

동시에

또다른 후끈함도 같이 느껴집니다.

 

"탁..탁탁.."

 

왜 허리 전체가 후끈할까 이상해서

뒤를 살짝 돌아봤습니다.

간호사분은 일회용 라이터로

불을 켜서 침 끝에 대고 있었습니다.

 

침 20방에다 다 똑같이 했습니다.

 

"다 됐습니다.."

 

침을 다 빼낸 간호사분은

거즈로 한참 뭘 닦아 냈습니다.

 

바지를 추스리고

나오는 길

 

탁자 위에는 피가 잔뜩 묻은 솜들과

라이터 두개가 놓여 있습니다.

 

라이터에는 '대성조명'이라는

글씨가 박혀있었습니다.

 

뭐, 침 맞고 피가 많이 났든

라이터로 지졌든 빨리 허리 나아서 온천만 하면 됩니다.

 

아까 그 간호사분이

종이를 한 장 나눠줍니다.

 

'봉침을 맞고 나서 주의할 점'

 

2-3일 동안 뜨거운 물에 목욕하지 말 것.

 

만약 목욕하게 되면

침 맞은 부위나 혹은 몸 전체가

엄청나게 가려워서 못 견딘답니다.

 

다른 문구도 적혀 있습니다.

 

'너무 가려우면 물파스가 도움이 됨'

 

저는 내일

온천의 나라 일본으로 떠납니다.

물파스를 챙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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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준비 2

사실 이번 여행은

re님이 많이 도와줘서

준비가 수월했습니다.

 

도쿄에서 어떻게 놀지

또 다른 곳에선 어떻게 놀고

뭘 먹고, 어디서 잘지

 

이런 것들을 모두

re님이 알려줬습니다.

 

게다가

엄청 바쁜 주선생님이

이것저것 꼼꼼하게 신경쓰고 챙겨서

더욱 완벽한 여행 계획이 마련됐습니다.

 

이제 남은 건 역시

미루를 위한 준비를

보다 철저히 하는 겁니다.

 

혹시 추울 지 몰라서

그냥 안 사고 버틸려던 우주복을

받았습니다. 2벌 받았습니다.

 

"이야~미루야...우주복 입어 보자~!!"

 

다리를 집어넣었습니다.

쑤욱 들어갑니다.

다 안 펴집니다.

 

"어? 다리가 짧아..."

 

모자를 씌우면

다리가 구부러져서

모자를 벗기고 입혔습니다.

 

"우와..그래도 다 입혀 놓으니까 뒤게 귀엽다, 안 그러냐?"

 

제 말에

주선생님이 미루를 번쩍 들어 안았습니다.

 

"투두둑"

 

옷 튿어졌습니다.

보니까 똑딱 단추 풀러지는 소립니다.

우주복 길이가 좀 짧습니다.

 

두번째로 빌린 옷은

다행히 길이가 미루한테 딱 맞습니다.

품이 좁습니다.

 

여행 준비가 쉽지가 않습니다.

 

옷은 그렇다치고

중요한 건 미루한테

일본에 간다는 사실을 설명하는 겁니다.

 

방바닥에 누워서

같이 허리를 지지다가

주선생님이 말을 꺼냅니다.

 

"미루한테 잘 설명해야지..."

"어떻게 할 건데?"

 

"미루야..내일 일본에 가..

그래서 집에서 못 자..

좀 불편할 수도 있어..

그래도, 그게 여행의 묘미란다.....이렇게. 어때?"

 

여행의 묘미를 위해

미루는 불편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냥 주선생님한테는

좋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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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준비

주선생님이 

어떤 영화제의 초청을 받아서

일본에 갑니다.

 

미루랑 저도 따라갑니다.

 

다른 사람들은, '마누라' 잘 만나서

일본도 가고 출세했다고 저한테 그러는데

 

그 사람들 생각은

저랑 같습니다.

 

한달 전부터

여행 준비에 돌입했습니다.

 

미루 여권을 찾는 날

구청 앞에서 혼자 실컷 웃었습니다.

 

집에서 기다리던 주선생님도

여권을 펴보더니 헤헤거리다가

목 아래 쯤을 가리킵니다.

 

"여기가 간질간질 하다...히히"

 

여권 속에는

입 벌린 미루가 있습니다.

 

주선생님과 저는

계속 목 속이 간질간질해서

한참 더 키득거렸습니다.

 

여권 말고 다른 것도

준비할 게 많습니다.

 

온천에서 놀기 위해

미루용 튜브도 빌렸습니다.

 

접어서 들고 다니는 유모차는

깨끗하게 빨았습니다.

 

튜브나 유모차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욕조에 물을 가득 받고

3일 전부터

미루한테 적응 훈련을 시켰습니다.

 

튜브를 태우니까 처음엔 엄청 울더니

지금은 많이 적응했습니다.

유모차는 더 쉽게 적응 했습니다.

 

"저기...그게..저..그것이...그래, 구루마, 구루마를 가지고 들어오시면..."

 

유모차를 구루마라고 부르는 분이

친절하게 상담해주셔서

 

비행기 타는 곳까지 미루를

유모차에 태우고 갈 수 있게도 됐습니다.

 

이번 여행의 목표는

미루랑 실컷 놀고, 실컷 쉬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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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다녀올께

"미루야~엄마 출근~"

 

미루를 번쩍 안아서

현관에 서 있는 주선생님쪽으로

갔습니다.

 

"미루~~~엄마 갔다 올께요~"

 

주선생님은 손을 흔들었다가

미루 손을 잡았다 합니다.

 

미루는

딴 데를 쳐다 봅니다.

 

"미루야~엄마 갔다 온다.."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고

현관문을 닫고 나가자

미루가 그제서야 막 웁니다.

 

"덜컹.."

 

주선생님이 다시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표정이 아주 흐뭇합니다.

 

다시 인사를 합니다.

 

주선생님이 나가자마자

미루를 거실에다 내려놓았었는데

엄마가 다시 들어오니까

미루는 열심히 그쪽으로 기어갑니다.

 

주선생님 표정이 더 밝아집니다.

 

열심히 기던 미루가

중간에 멈춥니다.

 

장난감이 있습니다.

 

주선생님

다시 인사를 합니다.

 

고개를 들어

엄마를 바라본 미루는

다시 크게 울기 시작합니다.

 

본격적인 이별이 시작된 분위기입니다.

눈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미루야~엄마 일하고 올거니까

아빠하고 잘 놀고 있어....너무 울지 말고..."

 

엄마랑 애착관계가 이렇게

진하게 형성된 줄 몰랐습니다.

 

주선생님은 다시 문을 열고 나갔고

미루는 남은 울음을 계속 울고 있습니다.

 

생각했습니다.

 

"뭔가 좀 이상한데..."

 

미루를 획 뒤집어서

기저귀를 검사해봤습니다.

 

기저귀에 아주 홍수가 났습니다.

 

"그럼 그렇지..."

 

기저귀를 갈아주자

미루는 그냥 또 신나서 놉니다.

 

한참 안 그랬었는데

요새는 기저귀가 축축하면

가끔 징징거리거나 울 때가 있습니다.

 

미루는 아직 주선생님이

나갈 때 별로 아쉬워하지 않습니다.

주선생님은 아쉬워합니다.

 

대신 나갔다 들어오면

그땐 미루가 굉장히 반가워합니다.

주선생님은 더 반가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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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를 재우다가

요즘은 미루를 아기띠에

안거나 업어서 재우는 게 굳어졌습니다.

 

그 효과 좋던

노리개 젖꼭지도

아기띠 안에서만 통합니다.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잡으면

미루는 5분 내에 아기띠 안에서

잠이 듭니다.

 

가끔 있는 일입니다.

 

5분 이내는 아니어도

20분 이내에는 대부분 잡니다.

 

그런데 분위기 좋다가도

꼭 잠을 확 깨우는 일이 생깁니다.

 

아기띠 안에서 노리개 젖꼭지를 떨어뜨리면

막 웁니다. 미루한테는 잠 깨는 일입니다.

 

안았을 땐 괜찮은데

업은 상태에서 젖꼭지를 떨어뜨리면

그걸 다시 물리기가 아주 어려웠습니다.

 

근데 요샌 쉬워졌습니다.

젖꼭지를 주워서 대충 뒤로 넘기면

자기가 받아서 입에 넣습니다.

많이 컸습니다.

 

노리개 젖꼭지를 떨어뜨릴 땐

빠른 대처가 관건입니다.

 

도저히 어쩔 수 없는 경우도 가끔 있습니다.

이럴 땐 빠른 대처고 뭐고 필요 없습니다.

 

거의 잠이 들었는데

가끔 미루가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푹 쳐 박는 경우가 있습니다.

 

꼭 제 쇄골에 머리를 박습니다.

 

"으아아앙~~~"

 

그 자리에 뼈가 있는 걸

옮길 수도 없고

저도 아픈데 누구 탓도 못하고

괴롭습니다.

 

오늘 저녁엔

주선생님이 미루를 재우러 들어갔습니다.

거의 잠드는 분위기.

 

5분쯤 지났는데

미루의 작은 외마디 비명 소리가 들리고

방문이 열립니다.

 

"상구..미루가 거의 잠들었는데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내 등뼈를 받았어...

막 아파하면서 잠 깬 것 같아..."

 

척추 맞으면 상당히 아픕니다.

 

주선생님은 말은 못하고 얼굴로만 아파하고 있고

그 뒤에는 눈이 똥그래진 미루가 업혀 있습니다.

 

애 재우는데 별스런 난관이

참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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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밥 먹이기 2

매번 식사 때마다

미루 이유식 먹이기는

두 사람의 협력이 크게 필요한 일입니다.

 

언제나 주선생님이 이유식 먹이고

저는 옆에서 편히 밥 먹는 건

매우 치사한 일이라서 안됩니다.

 

1.

 

"현숙~이유식 되는 데 좀 걸릴 것 같으니까

너 먼저 밥 먹어...

그러고 나서 이유식 다 되면 넌 미루 먹이고, 난 밥 먹고..괜찮지?"

 

가끔 이유식이 늦어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땐 이런 식으로 했습니다.

 

 

2.

 

주선생님이 많이 배가 고파할 때는

제가 미루를 먹였습니다.

 

일단 미루 먼저 다 먹이고 밥 먹으면

속도 안 아프고, 마음도 더 편합니다.

 

 

3.

 

둘이 번갈아 가면서 먹이기도 했습니다.

주선생님이 서너번, 제가 서너번.

 

이 방법이 그나마 제일 좋습니다.

 

미루 먹일 때는 그 일에만,

제가 먹을 때는 역시 그것만 신경쓰니까 편합니다.

 

 

4.

 

이렇게 다양한 시도 끝에

결국 좋은 방법을 찾았습니다.

 

누군가 얘기도 해주고

책에도 나왔던 것 같은데

인제서야 생각이 났습니다.

 

저 말고

주선생님이 생각해냈습니다.

 

"상구, 미루한테 뭐 집어 먹을 만한 걸 들려주고..

그 사이에 우리 밥 먹자...그리고 나서 이유식 주면 된대.."

 

사과를 잘랐습니다.

 

"근데...두껍고 길게 잘라 주면 되나? 아니면 얇게 잘라줘야 되나.."

 

"얇게 잘라줘야 씹는 게 편하지 않을까?"

 

"넓고 얇은 모양이 목에 잘 걸릴 것 같은데..."

 

"두껍게 잘라 주자고? 그게 더 목을 막기 쉽지 않어?"

 

주선생님과 저는

미루를 의자에 앉혀놓고

사과를 어떻게 잘라줘야 하는지

토론에 토론을 거듭했습니다.

 

그냥 두 모양 다 만들어서 줘 봤습니다.

둘 중에 더 쉽게 먹는 걸 찾아내면 됩니다.

 

미루는

두 가지 다 쉽게 먹었습니다.

 

손에 뭘 쥐어줘서 먹게 한 다음에

우리 밥부터 먼저 먹기.

부모의 인간다운 식사를 위한 매우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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