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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어 의태어 말놀이

의성어나 의태어를 이용해서

말놀이를 해주면 아이한테 좋다고 합니다.

 

사물이나 상황을 인식하는 데도 좋고

아빠엄마가 아이한테 보내는 사인으로도 좋답니다.

 

"뽀송뽀송 기저귀~"

 

유치원 아이들 '참새~짹짹'할 때의 리듬으로 해봤는데

정말 효과가 있습니다.

기저귀 갈 때 싫어하던 게 없어졌습니다.

 

"냠냠 이유식~냠냠 이유식~"

 

이유식 먹일 때도

효과가 있습니다.

 

인제 슬슬 재미도 있습니다.

 

한 명이 먼저 하면 다른 한 명이 따라합니다.

 

"울룩불룩 미루 근육~"

"울룩불룩 미루 근육~"

 

"삐쭉삐쭉 미루 머리~"

"삐쭉삐쭉 미루 머리~"

 

낮에 장을 보러 갔습니다.

그래도 내일이 새해 첫날인데

새 반찬을 먹고 싶습니다.

 

"우리 있잖아.. 집에 가면서

누가 의성어 의태어 말놀이 많이 할 수 있는 지 시합하자!!"

 

"좋아~"

 

저의 제안에 주선생님이 흔쾌히 응합니다.

이런 건 시합을 해야, 새로운 게 많이 나옵니다.

 

그때부터 저는 새로운 의성어 의태어를

마구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뽀득 뽀득 미루 이빨~"

"탱글 탱글 미루 엉덩이~"

 

평소에 집에서 안 하던 것들입니다.

 

"꺼억 꺼억 미루 트림~"

"뿌웅 뿌웅 미루 방구~"

 

깔끔 떠는 주선생님이

안 할만한 것들입니다.

 

이런 걸 잘 간직했다가 게임 후반부에 하나씩 하면 됩니다.

 

장을 다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감기몸살은 다 나았지만

기침이 완전히 안 달아나서 딱 두번 콜록거렸는데

주선생님의 잔소리가 시작됩니다.

 

"상구~난 있잖아, 진짜 새해에는 상구가 기침 좀 안했으면 좋겠어...

생각을 해봐..벌써 기침 시작한 지 얼마가 지난 거야..내가 그런 식으로 자기 관리 안하면

상구는 더 화냈을 거야...안 그래?"

 

"알았어...노력할께.."

 

그래도 잔소리는 계속 됩니다.

 

다 맞는 말이긴 한데

그렇다고 참회와 반성의 표정을 짓긴 좀 그래서

그냥 웃고 있었습니다.

 

"근데 상구 왜 웃어...진심으로 공감하는 표정이 아니잖아..."

 

"아냐, 공감해...진짜 열심히 노력해서 기침 안 하게 할께..."

 

얘기를 하다 보니까

벌써 집까지 반 넘게 왔습니다.

 

빨리 의성어의태어 시합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냅다 선빵을 날렸습니다.

 

"뽀송뽀송 기저귀~!!!"

 

"나 안 해~~!"

 

"왜~애?"

 

"그거 할 기분이 아니야, 지금..."

 

"에이, 그냥  하지.."

 

반성하는 표정을 지어서

주선생님 기분을 푼 다음에

시작할 걸 잘못했습니다.

 

비장의 무기들이 많은 데

아쉽습니다.

 

내일쯤 주선생님 눈치 봐서

한번 더 제안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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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조리 도구

이유식 첫 단계로

미음을 해줘야 했을 때는

 

체에 넣어서 거르는 게

보통일이 아니었습니다.

 

"어휴..남들은 이거 어떻게 하지?"

 

쌀, 야채 같은 걸 넣어서

끓인 다음에 마지막 공정이

체에 거르는 건데

 

재료들이 잘 안 걸러지는 게 있습니다.

아무리 잘게 다져도 마찬가집니다.

 

특히 닭고기가 들어가면

얼굴 벌개질 때까지

벅벅 문질러야 겨우 걸러집니다.

 

고기는 절구로 곱게 찧으면 되는데

숟가락으로 체에 거르니까 힘든 것 같기도 합니다.

같은 게 아니라 그래서 힘든 거 맞습니다.

 

"우리 강판 살까?"

"강판말고 절구나 좀 사줘..."

 

"그냥 잘 익힌 다음에 으깨면 되잖아.."

"아~사 줘~!!!"

 

주선생님한테 우겨서

절구를 샀습니다.

 

이유식을 시작한 지 한달이 벌써 지나서

고기를 열심히 안 찧어도 되는 시점입니다.

 

절구, 거의 안 씁니다.

 

게다가 인제는 다른 재료들도

체에 거르지 않습니다.

 

웬만큼 알갱이가 있게 만들어야 해서

끓이면서 으깨는 정도로만 하면 됩니다.

 

'메쉬'를 사러 갔습니다.

 

메쉬는 폭이 좀 넓은 국자인데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재료 으깨기 좋습니다.

 

그런 걸 메쉬라고 하는 지는 처음 알았습니다.

지금도 글자를 맞게 쓰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메쉬 있나요?"

"주방용품은 여기 진열되어 있는 게 다 인데요.."

 

"메쉬는 없나 보죠?"

"여기 없으면 없어요.."

 

저도 처음 들어봤으면서

괜히 마트 노동자한테

잘 모르냐는 식으로 거만을 떨었습니다.

 

메쉬 못 샀습니다.

 

대신 재료를 끓이면서

숟가락으로 으깨는데

이런 거 하기에 숟가락은 좀 짧습니다.

 

조금만 방심하면 뜨거운 불기운이

손에 확 올라옵니다.

 

메쉬를 찾아낼 때 쯤이면

재료를 안 으깨도 되는 시점이 될 것 같아서

그냥 숟가락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우리의 이유식 조리 도구의 핵심은

절구도 아니고 메쉬도 아니고

그냥 숟가락 입니다.

 

이렇게 대충 대충 만들어 먹여도

미루는 이유식 잘만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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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

후배한테 흔들의자를 받았었는데

이게 인제 역할을 다하고

최근엔 그냥 자리만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저게 저기 있으니까 거실이 되게 지저분해 보이네...'

 

자꾸 옷을 벗어서 그 위에다 툭툭 던져 놓습니다.

옷이 막 쌓입니다.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건 또 있습니다.

 

미루욕조에 들어가는 등받이를 떼어서

욕실 바닥에 대충 놨는데

그것 땜에 화장실이 영 안 깔끔합니다.

 

'등받이가 저기 있으니까 참 안 좋구만...'

 

화장실 들어갈 때 마다

같은 생각을 여러번 했습니다.

한 이주일 넘게 그랬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주선생님이

화장실에서 나오는 저한테

이야기합니다.

 

"화장실 깨끗하지?"

"응...그러네.."

 

"바닥에 있던 등받이 내가 옮겨놨지..인제 좀 깔끔하지 않어?"

 

아...그 말을 듣자

평소와 다르게 머리 속에

뭔가 예리한 생각이 스쳐지나갔습니다.

 

'왜 내가 치울 생각은 안 했지?'

 

등받이가 지저분하다고 느꼈으면

진작에 치웠으면 되는 건데

진짜로 한번도 직접 치울 생각을 안 했습니다.

 

이거 정말 무서운 습관입니다.

 

오랫동안

다른 사람이 가사노동하는 집에서

대충 비벼대며 살았던 습관이 이렇게 안 고쳐지나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까

비슷한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식탁위가 왜 이렇게 지저분하지?'

'욕조 물이 잘 안 빠지네...'

'집안에 먼지가 너무 많어...'

 

모두 생각만 하고

직접 하지는 않은 것들입니다.

 

혼자서 깊이 반성합니다.

 

앞으로는 정말

내가 좀 알아서 집안 일을 해야겠다 맘 먹습니다.

 

얘기 나오기 전에 알아서 해치우기!

이게 아주 중요합니다.

 

그 동안엔 아무리 제가 집안 일을 한다고 해도

결국 먼저 알아서 뚝딱 해치우는 건

주선생님이었습니다.

 

"상구 저 흔들의자 좀 치워줘..."

 

그러고 보니까

흔들의자 지저분하다는 것도

생각은 되게 오래 전부터 했었습니다.

 

만약 흔들의자가 가벼워서

베란다로 쉽게 옮길 수 있는 것이었으면

그것도 주선생님이 했을 겁니다.

 

인제 정말 보이는 족족

어지러워진 것, 지저분한 것들을 치워서

가사노동의 100% 홀로서기를 달성해야 할 것 같습니다.

 

흔들의자는 주선생님이 치워달라고 하고 나서

2주 후에 치웠습니다.

아직 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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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기

보행기를 태우는 게

아이를 걷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건 아니지만

 

다른데는 도움이 됩니다.

 

특히 이유식 먹일 때

보행기에 앉혀 놓고 먹이면 편합니다.

 

"미루야~이유식 먹자~~!!"

 

누워서 뒹굴거리는 미루를

번쩍 안아서 보행기에 태웁니다.

 

잘 안 태워집니다.

 

혼자서 애를 안고 보행기에 태우는 게

진짜 어렵습니다.

 

애가 안장에 맞춰서

다리를 적당히 벌려주면 좋겠는데

결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자, 미루야...다리 벌리고..다리.."

 

알아들을리가 없습니다.

 

다리가 제대로 들어가는 지

제대로 시야확보도 안 됩니다.

 

"미루야...아이고 죽겄네...보청기를 타야 밥을 먹지..."

 

힘드니까 또 말이 샙니다.

 

한 손으로 몸을 잡고

또 한 손은 보행기 밑으로 넣어서

다리를 잡아 빼낼려고 하는데

잘 안됩니다.

 

"으아아아앙~~"

 

안장 사이로 다리가 안 들어갔는데

그냥 앉혔다가 다리가 접혀 눌립니다.

 

두번이나 그랬습니다.

 

무슨 비법이 없을까 하고

주선생님이 하는 걸 봤습니다.

 

역시 주선생님

별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보행기 태우는 게 진짜 어렵지 않냐?"

"맞어...되게 힘들어.."

 

"다리 좀 잡아줘..."

 

두 사람이 같이 있을 때는

한 사람이 보행기 밑으로부터 손을 쑤욱 올려서

다리 두개를 잡고 끌어 내립니다.

 

"이거 꼭 옛날에 화장실 밑에서 손 올라오는 거 같다.."

 

말만 들으면 옛날에

진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일단 태우고 나면

보행기는 미루식탁이 됩니다.

 

식탁 위에다 먹는 거 반은 흘립니다.

 

"야~미루~!! 오늘은 안 돼...전화기 빨지 마~!!!"

 

오늘은 보니까

어제 저녁에 이유식 먹고

보행기를 안 닦아놔서

여기 저기 이유식이 말라 붙어 있습니다.

 

보행기 위에 붙어 있는 장난감 전화기에는

이유식이 정말 덕지덕지 붙어 있는데

미루가 그걸 빱니다.

 

"안돼~~~!"

 

진작 닦아 놓지도 않고

안된다고만 합니다.

 

암튼 아직까지는

보행기가 미루한테 좋은 식탁겸 의자인데

일단 발로 굴러서 움직일 때가 되면

계속 쓸모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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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재

한참 전에 아파트 입구에

'엄마 젖 먹고 잘 자란 우리 아이'를 주제로

수필을 공모한다는 공고가 붙었습니다.

 

1등 50만원

2등 40만원...장려상은 10만원

 

처음엔 그냥 지나쳤는데

가만히 보니까 솔깃합니다.

 

"상금이 쏠쏠하구만..한번 해볼까?"

"그래 그래~해보자~"

 

주선생님의 열화와 같은

바람 넣기에 혹해서

 

미루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모유 먹이느라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등등의 이야기를

구구절절 적어내려갔습니다.

 

구청에서 공모하는 거니까

거기 분위기에 맞춰서

글투도 좀 바꿨습니다.

 

"언제 발표래?"

"응..18일날.."

 

드디어 발표의 날.

 

발표공지가 뜨기로 한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봤습니다.

 

아직 안 떴습니다.

 

그렇게 접속하기를 몇 차례

드디어 당선자 명단이 떴습니다.

 

3등 강상구

 

"우히히히~~현숙아~나 3등 했다~!!"

"정말? 이야~신난다. 나도 사무실에서 인터넷으로 계속 확인했었는데..잘됐다 정말~!"

 

평소보다 일찍 퇴근한 주선생님은

너무 재미나다면서

정말 신날 때만 추는

율동을 선보입니다.

 

고딩때 상타고

처음 타는 상입니다.

 

고딩때는 상 밖에 안 줬는데

이번엔 상금도 주니까 훨씬 좋습니다.

 

다음날 구청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3등, 축하드립니다."

"네, 감사합니다~"

 

"시상식이 내일인데 오실거죠?"

"네~그럼요~"

 

"아버님이 꼭 오셔야 해요...남자분 혼자라서.."

"네~꼭 가겠습니다."

 

시상식은 구민회관 같은 곳

대강당에서 한다고 합니다.

 

무슨 다른 행사랑 연결시켜서 하는 모양인데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참석한답니다.

 

상상에 잠겼습니다.

화려한 시상식 무대에 서는 상상입니다.

 

수천명이 모인 앞에서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미루를 안고 무대에 올라

상장과 상금을 받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수상 소감도 준비했습니다.

 

"없는 살림에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응모했는데..

이렇게 막상 당선되고 나니 너무 기쁩니다...흑흑"

 

저의 알뜰함에

참석자 모두는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냅니다.

 

우리는 셋이서 함께

시상식에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주선생님은 제가 상 받는 모습을

촬영 하기로 했습니다.

 

드디어 시상식날 아침의 여명이

찬란하게 빛나고,

 

우리는 가슴벅찬 설레임을 안고

잠자리에서 눈을 떴습니다.

 

"콜록 콜록..."

 

시상식

못 갔습니다.

 

감기 때문에 미루랑 제가 몸져 누웠습니다.

 

돈은 계좌로 입금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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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상구~우리도 어린이집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가? 인터넷으로 한번 찾아보자.."

 

내년 5월에 육아휴직이 끝나면

미루를 어린이집에 맡겨야 합니다.

 

집 근처 어린이집을 찾아봤습니다.

 

"이야~3군데나 있네.."

 

첫번째 어린이집을 들어갔습니다.

입학안내를 클릭하니까 입학대상이 나옵니다.

'18개월 이상 5세 미만'

미루는 너무 어려서 안됩니다.

 

두번째 어린이집에 들어갔습니다.

여기도 똑같습니다.

 

"큰일이다...어린이집은 다 18개월 이상만 받나?"

 

세번째 어린이집은 입학대상이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0세부터 5세까지'

다행입니다.

 

"여기 없었으면 어쩔뻔 했냐..."

"지금 입학신청 해버리자.."

"그럴까?"

 

입학신청을 하는 게

꽤 복잡합니다.

 

엄마 아빠 직업도 입력해야 하고

월수입도 입력해야 합니다.

 

막상 수입을 쓸려니까 자존심이 발동해서

조금 올려쓸까 하다가 그냥 그대로 씁니다.

 

어린이집에 맡기기 전까지

아이 양육은 누가 하는지도 입력해야 합니다.

 

보기 중에서 고르는 5지선다형 문제입니다.

엄마, 할머니, 고모, 이모 등은 있는데 아빠는 없습니다.

'기타'를 골랐습니다.

 

어린이집에 꼭 들어와야 하는 이유를 적는

주관식 서술형 문제도 있습니다.

 

"최대한 비참하게 적어..."

"비참하고, 비굴하게?"

"그렇지 그렇지.."

 

이 어린이집이 안되면 정말 곤란합니다.

최대한 가련한 어투로 적기 시작합니다.

 

'아이가 태어난 후...불쌍..불쌍..육아휴직 후에는 가련, 비참

따로 아이보는 분을 두기에는 수입이..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슬픈 스토리 줄줄줄..'

 

심혈을 기울여 다 쓰고 나서

완료버튼을 클릭하니까

우리 앞에 한 30명도 넘는 사람이

'접수대기' 중입니다.

 

우리가 너무 늦게 신청한 겁니다.

 

큰일 입니다.

어린이집 안되면

돌 지나자마자 미루 혼자 지내게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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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약 먹이기

미루 감기가 거의 나아서 하는 얘기지만

약 먹이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습니다.

 

예전에 우리 어릴 때에도

약 먹는 건 참 고역이었는데

 

말도 못하는 7개월 애기한테

약을 먹일려니까 마음이 짠합니다.

 

게다가 애들은 어른보다 약도 자주 먹어야 합니다.

어른은 그 유명한 수칙, '식후 30분'

이것만 지켜서 하루에 세번 먹으면 되는데

애기 약은 '4시간 마다 한번씩'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러면 밤 중에는 자는 걸 깨워서 먹여야 하나?

그렇게 했습니다.

 

"이걸 어떻게 먹여야 하지...?"

 

사실 힘든 건

먹이는 행위 자체였습니다.

 

미루를 다리에 앉히고

뒤에서 팔을 잡은 채 몸을 뒤로 조금 눕혔습니다.

 

미루 고개가 뒤로 젖혀지고 입이 벌어집니다.

약 숟가락을 입 속에 푹 집어 넣었습니다.

 

성공입니다.

약이 꾸울떡 넘어갑니다.

 

"생각보다 간단하네..."

 

근데 미루가 엄청 크게 웁니다.

약 먹은 걸 억울해 합니다.

 

달래줄까 하고 안아줬는데

기침을 세게 몇 차례 하더니

뱃속에서 뭐가 부글부글 끓습니다.

 

"우웨엑~~"

 

먹은 걸 다 토해냈습니다.

직전에 먹었던 이유식이랑 젖까지

모두 토했습니다. 제 배랑 다리가 따뜻해집니다.

 

그렇게 많이 토한 건

미루 태어나고 처음이라 꽤 많이 놀랐습니다.

 

저는 미루를 달래고

주선생님은 바닥을 닦았습니다.

 

그렇게 첫번째 시도는 실패했지만

그 이후에는 그럭저럭 약을 잘 먹였습니다.

 

약 숟가락만 가져가면 미루가 고개를 젖히고 입을 벌리고 울어버리는 바람에

약 먹이기 딱 좋았습니다.

 

한참 자신이 붙었을 때

역시, 미루한테 약을 먹인 다음에

눕혔습니다.

 

"켁케엑..켁켁.."

 

깜짝 놀라서 불을 켜보니까

누워 있는 상태에서

다 게워냅니다.

 

우와 정말 안쓰럽습니다.

 

또 번쩍 안아서 달래주고

주선생님은 뒷정리를 합니다.

 

이렇게 토하고 나면

다시 약을 먹여야 하는지

먹이면 얼마나 더 먹여야 하는지

그게 참 어렵습니다.

 

겨우 책에서 찾아봤는데

약을 먹인 후 즉시 토하면 1회분을 다시 먹이고

30분 이내에 토하면 반 정도만 먹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진작 좀 찾아볼 걸

약은 그저께까지해서 다 먹였고

책 내용 본 건 어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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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실내 관리 요령

된통 감기에 걸리기 전부터

기침을 콜록콜록 했었는데

 

생각해보면

그게 다 집안 공기가 안 좋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겨울철이라고 문은 꽁꽁 잠궈 놓고

미루는 덥다고 런닝만 입혀서 키웠는데

그런 것 때문에 몸이 약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감기가 막바지로 치닫던 날

의자에 겨우 기어올라서

인터넷 검색창에 이렇게 쳤습니다.

 

'겨울철 실내 관리 요령'

 

온갖 것들이 뜹니다.

그 중 몇 가지를 보고 정리를 했습니다.

 

첫째, 환기

2~3시간 주기로 5분~10분.

어디엔 최소 30분이 적당하다고 되어 있던데

그 정도면 얼어죽기 적당합니다.

근데 지금까지 우리는 2~3일에 한번 환기시켰습니다.

 

둘째, 가습기

끓여서 식힌 수돗물이 최고. 한 주에 2번 반드시 청소할 것.

지금까지 1주일에 한번 청소하고,

끓인 수돗물엔 언제나 보리차를 넣어서 식혔습니다.

 

셋째, 화초 키우기

적정한 실내 습도 및 맑은 공기 유지 등에 좋음.

우리 집에도 화초가 있는데

물 안 줘서 다 죽었습니다.

 

넷째, 기타

실내온도는 23도 이하가 적당함.

바닥은 가끔 스팀청소기로 깨끗이 청소할 것

집안 구석구석 먼지 청소 잘 할 것.

제대로 한 거 하나도 없습니다.

 

이렇게 정리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전 그 동안

아프기 위한 준비를 내실있게 진행시켜온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야겠습니다.

특히 청소할 때 손이 잘 안 가는 곳은

좀 신경써서 닦아야겠습니다.

 

미루가 처음 집에 들어오고 6개월 동안

손도 안 댄 곳도 있습니다. 너무 끔찍합니다.

 

끔찍한 마음을 안고 또 2-3일이 흘렀습니다.

시간이 흐르니까 뭐 괜찮습니다.

 

그래도 청소 좀 잘해야겠다고 한 결심을

오늘 실행에 옮기기로 했습니다.

오후에 손님이 오기로 되어 있어서

사실 억지로 했습니다.

 

이상하게도 손이 잘 안 갔던

전자레인지 위, 밥통, 여기 저기 창틀 등을 닦았습니다.

먼지가 얼마나 쌓여 있던지

공룡화석이 발견될 것 같습니다.

 

"휴..정말 지저분하구만..."

 

그래도, 6개월 묵은 먼지를 털어내니까

오늘 실내 공기는 꽤 상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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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불안

미루랑 같이 놀다가

잠깐 화장실에라도 가면

막 울거나 징징거리는 일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

 

혹시 분리불안인가 싶기도 한데

항상 그런 건 아니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예전보다

혼자 있는 걸 되게 싫어하는 건 분명합니다.

 

낮에 미루를 보다 보면

좀 쉬고 싶을 때도 있고

잠깐 졸고 싶을 때도 있는데

 

옆에 있으면서 좀 쉬려고 하면

손이나 발로 쳐대고

좀 떨어져서 잠깐 졸아볼까 하면

눈물을 글썽거려서 잠을 확 달아나게 합니다.

 

오늘 아침엔

 

일주일 내내 아팠던 후유증으로

몸에 힘도 없고 해서

 

미루 옆에 누워서 노는 둥 마는 둥 하고 있었습니다.

방바닥이 따뜻하니 좋습니다.

 

옆에서는 주선생님이 유축기로 젖을 다 짜고

모유보관팩에 젖을 보관할려고 왔다 갔다 합니다.

 

"근데 상구 있잖아~미루 ..분리불안인가봐..."

"그런 것 같지? 내가 보기에도 좀 그래.."

 

"원래 이 시기 쯤 되면 분리불안 느낀다고 하긴 했으니까..."

"한번 다른데로 가볼까?"

 

미루 옆에 누워있다가

벌떡 일어나서 다른 데로 가면

미루가 또 징징거릴지 어떨지 궁금해져서

한번 다른데로 가볼까하고 물어보니까

주선생님 곧바로 그러자고 합니다.

 

"응, 한번 해봐"

 

"싫어"

 

말은 했는데 귀찮습니다.

주선생님이 곧바로 한마디 합니다.

 

"그것이 바로 분리불안이야~"

"뭐가?"

"방바닥하고 분리되기 싫어하는 분리불안!!"

 

사실 이런 분리불안은

모든 피곤한 인류의 공통된 특징일 겁니다.

 

암튼 오늘까지

피곤이 안 풀려서

미루가 분리불안을 느끼는지에 대한 객관적 실험은

그냥 안하기로 했습니다.

 

미루 평생에

언제 아빠 좋다고 꼭 붙어있을까 생각해보면

분리불안 느끼는 게 그렇게 나쁘진 않습니다.

 

물론, 그래도 전

미루가 저보다는

엄마한테 분리불안을 느끼길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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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요새 미루는

가늘고 긴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꼭 방 구석을 따라 놓여 있는

전선 같은 걸 잡고 놉니다.

 

아무리 방을 열심히 쓸고 닦아도

전선에 진하게 묻어 있는 먼지는 잘 안 닦는데

인제 그런 것 까지 신경 써야 합니다.

 

전선 말고 미루가 또 관심 있는 건

볼펜입니다.

 

'벌써부터 볼펜을 좋아하다니

책도 입으로 안 빨고 열심히 보기만 하는 거 보면

앞으로 공부 잘 하겠군' 같은 생각은 전혀 안 합니다.

 

공부 잘 해봐야

자기만 알고 사는 사람들 많이 봐와서

썩 달갑지도 않습니다. 진짭니다.

 

아마 볼펜도 가늘고 긴 것에 속하니까

잡고 놀기 편해서 좋아 하는 것 같습니다.

 

또 가늘고 긴 것에는

제 인생이 있는데

미루는 아마 아빠의 인생을 나중에 좋아할 것 같습니다.

 

"상구~미루가 볼펜으로 막 쓰는 시늉을 했어~~!!"

 

주선생님이 언제나 그렇듯이

미루의 작은 몸짓에 큰 호들갑으로 반응합니다.

 

볼펜으로 쓰는 시늉을 했다니

아까는 숟가락을 잡고 흔들었는데

주선생님이 봤으면 밥 푸는 시늉이라고 했을 겁니다.

 

주선생님이 너무 심하게 좋아하길래

제가 조용히 한 마디 해줬습니다.

 

"정말? 우와~미루 잘 한다~~!!"

 

근데 좀 위험하기도 하고 해서

다른 장난감을 손에 쥐어 주고 볼펜은 뺏었습니다.

가늘고 길면서도 다치지 않을 만한 걸 좀 찾아야겠습니다.

 

"상구, 얘 봐~지 허벅지에 낙서했어~"

"어디? 정말이네~~"

 

금방 볼펜을 뺏었는데

그 새 허벅지에 볼펜자국이 주욱 나 있습니다.

중간에 끊어진 곳 없이

한번 붓을 대서 끝까지 쭉 나갔습니다.

 

이런 걸 일필휘지라고 합니다.

 

우리는 오늘 미루가 허벅지에 그은 볼펜자국을

미루 인생 최초의 낙서라고 부르기로 할려고 했는데

주선생님이 방을 청소하다가

방 바닥에서 또 다른 낙서를 발견했습니다.

 

"히히..방바닥에다가도 낙서를 했네..."

 

주선생님이 아까 말한 게

사실이었습니다.

 

미루는 볼펜으로 쓰는 시늉을 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썼습니다.

 

나중에 본격적으로 볼펜을 휘날릴 때가 되면

온 집 안이 난장판이 되겠지만

그래도 오늘 낙서만큼은 매우 뿌듯합니다.

 

그리고 주선생님한테는

또 호들갑 떤다고 혼자 생각했던 게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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