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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진 습관 새로 생긴 습관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까

미루의 습관이 참 많이 바뀌었습니다.

 

1.

 

예전에 기어서 마구 돌아다니기 전에는

꼭 다리 한쪽을 들어서

장롱에 걸쳐 놓고 누워있기를 즐겨 했습니다.

 

"쟤는 왜 꼭 저러고 있지?"

"그러게 말이야. 저러고 있으면 좋나?"

 

의문은 곧 풀렸습니다.

다른 분 블로그에 갔는데

그 분 아이도 다리 한쪽을 들고 있습니다.

 

다른 블로그에 갔더니

거기도 그렇습니다.

 

애들은 다 그럴 때가 있는 모양입니다.

 

앉기 시작하면서부터 미루는

벽에 기대고 앉아서

몸을 툭툭 벽에 칩니다.

장롱에 앉아서 그럴 때는

농 문 전체가 "쿵쿵" 울립니다.

 

산에 가면

할머니나 할아버지들이

건강을 위해 나무에 자주 부딪히시던데,

비슷합니다.

 

근데 요새는

몸으로 툭툭 부딪히기도 잘 안 합니다.

 

 

2.

 

대신 미루는 음악만 나오면

춤을 춥니다.

 

두 팔을 번쩍 들고

위 아래로 흔듭니다.

 

"하하하~미루 춤추는 것 봐. 너무 귀엽다~"

 

집에 놀러온 후배가

열광합니다.

 

제가 봐도 귀엽습니다.

하지만 "정말 귀엽지?" 같은 말은 안 하고

품위를 지켰습니다.

 

미루가 또 잘 하는 건

공 던지기 입니다.

공만 주면 앞으로 던집니다.

 

사실 공 말고

손에 잡히는 건 뭐든지 던집니다.

아까는 쇼파 위에서 리모콘을 던졌습니다.

쇼파 밑에는 제 얼굴이 있었습니다.

공만 던졌으면 좋겠습니다.

 

손 동작도 훨씬 정교해져서

곤지곤지 잼잼잼은 이제 안 합니다.

 

"숙소는 예약된 거지"

"응"

"지도 뽑은 건 챙겼어?"

"짝"

 

"......"

"미루 방금 박수친 거지?"

 

일본 여행 가기 직전에

갑자기 박수를 쳤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요새도 박수는 자주 칩니다.

 

매일 매일 열심히 변화하는 미루한테

우리도 자주 박수를 쳐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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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야 뽀뽀~

미루가 점점 말귀를 알아 듣습니다.

어른들 말로 귀가 트인 겁니다.

 

"미루야~그거 주세요~~"

 

손에 쥐고 있는 건 뭐든

"주세요~"하면 줍니다.

 

숟가락이든 컵이든

아니면 미루가 엄청 좋아하는 리모콘이든

달라는 대로 줍니다.

 

예전에는 발달놀이 선생님이

"뿅" 하고 소리치면서 마치 물건이 사라지듯이

확 뺏으라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

이제는 그런 잔기술을 안 부려도 됩니다.

 

"안 돼!!" 정도 밖에 못 알아 듣던 미루가

이제는 이 말 저 말 알아들으니까

매우 신이 납니다.

 

"미루야~뽀뽀, 쪽. 미루야~뽀뽀, 쪽."

 

주선생님은 미루한테 뽀뽀하라고 하면서

자기가 계속 미루에게 뽀뽀를 합니다.

 

뭐하냐니까 시범을 보여주고

따라하게 훈련 중이랍니다.

 

가르친다고 진짜 할까 싶었는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미루야 아빠한테 뽀뽀~"

 

미루를 안고 있다가

그냥 한번 이야기해봤는데

미루가 고개를 획 돌려서

입을 확 벌리고 제 얼굴에 비빕니다. 뽀뽀한 겁니다.

 

"우핫핫핫~뽀뽀했다. 뽀뽀했어~"

 

"거봐~내가 얼마나 열심히 연습시켰다고"

 

정말 말귀도 알아듣고

열심히 연습시키니까 그대로 따라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이것 저것 시켜볼 때가 됐습니다.

 

주선생님 옆에서

이리 저리 배회하는 미루에게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미루야~엄마 물어! 물어!!"

 

안 뭅니다.

평소에는 잘 물더니 시키니까 안 합니다.

 

"미루야~엄마 물어!"

 

"그런 거 시키지마!!! 다른 애들 물면 어떡할라구!!"

 

주선생님 다른 애들 핑계를 대면서

강하게 반발합니다.

 

어쨌거나

미루는 이제 방 저쪽 구석에서 놀다가도

"아빠한테 뽀뽀~"하면 투닥투닥 기어와서

뽀뽀를 합니다.

 

이번 주 토요일날

시골 내려가서 식구들끼리 돌 식사를 하기로 했는데

이걸로 최대의 흥행몰이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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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못 자다

어제는 10시 30분 쯤에

좀 일찍 잠이 들었습니다.

 

자다가 생각해보니까

제가 참 곤히 잘 잡니다.

 

이 추세대로만 자면

아침에 정말 가뿐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잉잉잉"

 

계속 잘 수 있을리가 없습니다.

시간을 보니까 새벽 1시 10분입니다.

 

징징대는 미루한테

주선생님이 젖을 먹이고

저는 옆에서 사소한 보조를 했습니다.

 

"그 애기 있잖아..발견됐대"

 

제주도에서 실종됐다던

9살 먹은 꼬마가 결국 죽어서 발견됐다고

주선생님이 얘기해줬습니다.

 

젖을 다 먹이고

주선생님은 다시 잠을 청합니다.

 

"상구, 왜 그래?"

"응...잠이 안 와서"

"내가 아까 그 얘기한 것 때문에?"

 

요샌 정말 그런 일이 생기면

심장에서 눈물이 나 죽겠습니다.

 

미루 얼굴을 한 번 보고,

밖으로 나와 책상 불을 켰습니다.

2시 15분.

 

아침 7시까지 잠을 못 자고 앉아 있다가

미루 이유식 만들고

주선생님 깨우고

놀이집 보낼 준비를 했습니다.

 

주선생님은 밥을 먹다가

"그런 애들 때문에라도 요샌 천국이 있었으면 좋겠어"라고 합니다.

 

살아 있을 때 잘 살고 말자는 게

주선생님과 저의 평소 생각이지만

이럴 때는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나저나 범인은 전과21범이라고 하던데

21번 감옥을 들락날락 거리는 동안

한국의 교정사업은 그 사람을 전혀 변화시키지 못했나 봅니다.

한심하고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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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고 나서

수족구 때문에

엄청 아프고 나서

많은 게 변했습니다.

 

우선 오전에 놀이집에 맡길 때

미루가 엄청 웁니다.

 

"어찌나 울던지 속상해 죽는 줄 알았어"

 

수족구 이후 첫날

미루는 아침에 놀이집 맡길 때에도 울었는데

오후에 찾으러 갔을 때도 울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타는 가슴은

아예 무너집니다.

 

놀이집에 있는 시간을

점점 늘리려고 했던 우리는

미루를 다시 오후 2시에 찾기로 했습니다.

 

수족구 후 둘째날

미루는 여전히 울면서 헤어졌습니다.

 

"내가 아무래도 안되겠어서 친구한테 전화를 해봤거든?"

 

당분간 놀이집에 맡기지 말고

미루를 집에서 데리고 있어야 하나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는데

주선생님이 매우 그럴듯한 설명을 합니다.

 

"아프고 나면 애들이 잘 안 떨어질려고 한대...

그때 놀이집 안 보내면 애들은 인제 안 가는구나 좋아하는데

그러다가 다시 보내잖아? 그러면 절망감이 더 커진대"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대신에 일찍 찾는 건 좋은 것 같애.

그러면 미루가, 놀이집은 안 갈 수는 없는 곳이구나. 하지만 내가 힘들면

엄마 아빠가 일찍 찾으러 오는구나.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역시 힘들고 어려울 때

감동의 멘트로 상황을 돌파하는

주선생님 답습니다.

 

말을 듣고 보니

다시 자신감이 생깁니다.

 

"그래! 우리 잘 해 보자!!!"

 

수족구 후 셋째날. 오늘 아침.

 

놀이집에 들어간 미루는

밖에서 다 들리게 비명을 질렀고,

주선생님은 한참 동안 밖에 서 있었답니다.

 

자신감은 다시 사라지고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아~그때, 미루가 운 거 아닌대요?

미루가 들어오자 마자 다른 애가 비명을 지르면서 울더라구요"

 

미루는 오늘 놀이집에서 잠도 자고

재미있게 놀기도 했답니다.

다시 적응을 하기 시작한 겁니다.

 

이제야 마음이 한결 놓입니다.

 

놀이집 적응은 이렇게 어렵지만

미루는 아프고 나서

갑자기 똑똑해졌습니다.

 

말귀도 잘 알아듣고

손으로 물건을 가리키면서

말도 막 합니다.

 

아프고 나면 애가 팍 큰다는 데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이래서 놀이집에도 다시 빨리 적응하나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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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구

미루는 놀이집

새싹반입니다.

 

새싹반에는 미루 말고

경률이하고 지원이가 있습니다.

 

지난 주 일입니다.

 

"경률이는 안 왔어요?"

"네, 경률이가 수족구에 걸렸어요"

 

수족구.

처음 듣는 말입니다.

물 속에서 하는 족구 같습니다.

 

어쨌거나 미루 친구가 아파서

놀이집에 못 나왔다는 게 좀 안쓰러웠습니다.

 

"상구~어떡해!! 미루 수족구 걸렸어"

 

그 날 오후

미루를 데리러 간 주선생님이

저한테 전화를 해서 절규합니다.

 

수족구가 옮았답니다.

미루도, 지원이도 모두 수족구에 걸렸습니다.

 

병원에 들렀다가

약국에서 만난 지원이 엄마는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

 

당장 지원이를 놀이집에 못 맡기니까

내일부터 자기가 직장에 데리고 나가야 하게 생겼답니다.

 

뭐든지 제대로 하는 미루는

수족구도 제대로 앓았습니다.

 

손,발,입에 물집이 생긴다고 해서 병 이름이 수족구라는데

물집만 생긴게 아니고, 체온이 40도를 넘었습니다.

 

"지원이는 좀 어떻대요?"

"지원이는 열은 안 난대요"

 

고열이 없으면 수족구는 별로 힘들지 않은 병이랍니다.

미루는 3일 내내 고열에 시달렸습니다.

밤새도록 15분에 한번씩 깼습니다.

 

해열제를 먹이고

물로 닦아줘도 열은 그대로였습니다.

 

수족구에 걸리면 소화기능도 떨어지고

입 속 물집 때문에 밥도 거의 못 먹는답니다.

 

미루는 밥은 엄청 잘 먹었습니다.

이유식을 아주 차갑게 해서 줬더니

덥석덥석 받아 먹습니다.

 

다 토했습니다.

 

너무 힘이 드니까

미루는 72시간 내내

주선생님한테 찰싹 붙어서 안 떨어졌습니다.

 

몸에 힘이 하나도 없고

얼굴에도 힘이 없고

눈에도 힘이 없습니다.

 

축 처져서 그냥 주선생님한테

붙어 젖만 빱니다.

 

좋을 땐 아빠랑 노는데

이렇게 아픈 결정적 순간엔

주선생님을 찾았습니다.

 

주선생님은 3일 동안 미루를 안고 있느라고

정말 완전히 녹초가 됐습니다.

 

전 미루가 아픈 내내

마음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미루가 주선생님한테만 붙어 있어서

몸은 별로 안 힘들었습니다.

괜히 찔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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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이 생기다

"으아아아~끼야악~"

 

"쟤 왜 저래?"

 

같이 밥을 차리다가

주선생님이 미루한테 갔습니다.

 

"미루야? 왜 그래?...책 읽어달라고?"

 

주선생님이 책을 읽어주니까

잠잠해집니다.

 

요새 미루한테

고집이 생겼습니다.

 

좋고 싫은게 분명해 지고

원하는 걸 갖고 싶어하는 욕구가

생긴 겁니다.

 

"미루야, 밥 먹자~"

 

의자에 앉혀놓자 마자

미루는 몸을 앞으로 확 뻗어서

식탁 위에 있던 제 숟가락을 집습니다.

 

"미루야, 그거는 아빠 꺼고, 이게 니 꺼야..."

 

"끼야악~~"

 

큰 숟가락을 절대 안 놓습니다.

미루 전용 숟가락은 받아서 바닥으로 던집니다.

 

큰 숟가락으로 식탁을 탁탁 치더니

이유식 그릇에 푹 집어 넣습니다.

 

"미루야, 아~이유식 먹어야지"

 

주는 건 안 받아먹고

자기가 직접 밥을 퍼먹으려고 합니다.

 

그릇에 따로 이유식을

조금 덜어줍니다.

 

"여기...미루 밥~ 자, 니가 퍼서 먹어봐"

 

큰 숟가락을 희한하게 움직이더니

밥을 풉니다.

 

입으로 가져가는 길.

 

숟가락은 거의 90도 각도로

세워져 있습니다.

 

숟가락에 실려 있던 밥 뭉치가

조금씩 조금씩 떨어집니다.

 

그래도 얼마 안 남았습니다.

조금만 더 가면 미루입 입니다.

 

"그래, 옳지! 옳지! 우리 미루 잘 한다~"

 

마침내 미루는 숟가락을 입에 물었습니다.

숟가락 손잡이 중간 부분을 물었습니다.

숟가락이 너무 길어서 밥이 담겨 있는 끝 부분은 못 뭅니다.

 

그래도 고집이 있지

미루는 다시 밥을 푸더니

이번엔 손을 뻗어서

주선생님한테 밥을 줍니다.

 

주선생님이 조금 받아 먹자

손을 휙 휘둘러서

저한테도 밥을 나눠줍니다.

 

미루가 고집도 생기고

인정도 생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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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위로 올라가다

미루가 집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은 침대 위입니다.

 

밤에 자기 전에 항상 침대 위에서

믿을 수 없는 에너지로

이리 저리 몸을 날립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 어릴 때도 푹신푹신한 곳 위에 올라가면

막 신났었던 것 같긴 합니다.

 

"끼야~~"

 

정말 이런 소리를 냅니다.

 

침대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미루가 전속력으로

기어갑니다.

 

다 기어가면

침대 머리맡을 잡고 일어서서

창문을 손으로 탕탕칩니다.

 

이때 주선생님이

발가락으로 옆구리를 찌르는 걸

미루는 제일 좋아합니다.

 

"크큭큭...끼야~~"

 

주선생님의 발가락 공격을 피해서

몸을 옆쪽으로 날린 미루는

이번엔 벽으로 기어갑니다.

 

다시 일어서서

벽을 툭툭 칩니다.

 

이번엔 제가

발가락으로 공격합니다.

 

또 다시 몸을 날린 미루는

이번엔 침대 위에 뭉쳐져 있던

이불 속으로 파묻힙니다.

 

"큭큭큭~~"

 

놀이는 계속됩니다.

발가락으로 찔러주는 것도 한두번이지

계속 하면 힘듭니다.

근데 안 하면 미루가 서운해하는 얼굴이 됩니다.

 

한 20분 그렇게 놀고나면

미루는 온몸이 땀범벅이 됩니다.

머리 숱도 많은 데

그 속이 땀으로 흥건합니다.

 

너무 힘들지 않게 놀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미루를 침대 위로 안 올려 놓는 방법입니다.

 

"낑낑..."

 

미루랑 바닥에서 잔 날.

새벽에 눈을 떠보니까

미루가 침대 위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그래봐야 못 올라갈 거면서

계속 낑낑거립니다.

 

한쪽 발을 쭉 들어서 침대 위로 올려 봅니다.

안 닿습니다. 다시 시도합니다. 안 닿습니다. 또 시도합니다.

닿았습니다. 그러더니 휙 올라가버립니다.

 

"현숙아!!! 미루가 지 혼자 침대 위로 올라가버렸어~~"

 

놀라운 목소리로 이 소식을 전하자

침대 위에서 자고 있던 주선생님이 그럽니다.

 

"일거리가 늘었구만..."

 

미루는 점점 발전하고

우리는 점점 일거리가 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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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나오다

미루가 앉아 있는데

배가 아주 불룩합니다.

 

"상구, 얘 봐...배가 왜 이렇게 나왔냐"

 

금방 젖을 먹긴 했지만

이건 좀 지나치게 많이 나왔습니다.

 

그래도 말은 좋게 해야 합니다.

 

"막 젖먹은 후라서 그런 거 아닐까?"

"그런가?"

 

"그나저나 미루는 팔 다리가 긴게 벌써 어른 몸매 같애"

 

자기 애라고

주선생님은 미루 팔 다리가 길답니다.

저도 호응해줬습니다.

 

"그러게 배 나온 것도 꼭 어른이랑 똑같고"

"뭐가 똑같애?"

 

주선생님의 물음에 저는

 

우리는 보통 성인 남자를 그릴 때

근육질에 날렵한 몸을 그리지만

사실 현실의 성인 남자는 대부분 배가 볼록하다는 취지의 말을 했습니다.

 

"그렇군"

 

대화는 가볍게 했지만

걱정이 돼서 우리는 결국

병원을 찾았습니다.

 

"복벽이 약해서 애들은 배가 다 그렇게 나와요"

 

괜한 걱정의 대가들 다운

행동이었습니다.

 

그래도 애들은 다 그렇다는 걸 확인하니까

마음은 안심입니다.

 

장인어른이 찾아오셨습니다.

 

"얘 배가 너무 나왔구만"

 

안 그래도

걱정이 돼서 병원에 갔는데

의사선생님이 우릴 비웃어줬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얘기를 들으신 장인어른의

반응은 이랬습니다.

 

"그래도 배가 너무 나왔어"

 

이유식을 먹이려는데

미루 배를 만지시면서

또 한 말씀 하십니다.

 

"안 먹어도 배부른데 뭘 그렇게 열심히 먹여"

 

속으로 외쳤습니다.

"미루야 꿋꿋하게 많이 먹어라~"

 

어른들 불룩한 배는 일반적이지만 정상은 아닙니다.

미루의 배는 일반적이고 정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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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물

3주간 아주 지독하게 아팠습니다.

미루도 아프고, 저도 아프고 주선생님도 아팠습니다.

 

미루는 기침감기, 목 감기, 콧물감기에

연속으로 걸렸고

 

주선생님과 저는 교대로

앓아 누웠습니다.

 

미루는 특히 열흘도 넘게

콧물에 시달렸습니다.

 

항상 콧물이 주욱 흘러나와있습니다.

누렇습니다.

 

콧물이 흐르니까 미루는

입 속에 자꾸 뭐가 들어와서 좋아합니다.

 

혀를 반쯤 내밀고 쩝쩝 거립니다.

 

"으..드러..미루야..콧물 닦자"

 

굴러다니는 물티슈 한장을

뽑아서 콧물을 닦아 줍니다.

싫어합니다.

 

"싫어? 미안..이걸로 닦아줄께"

 

거즈로 닦아줍니다.

이것도 싫어합니다.

 

"에이..알았어, 이걸로 닦자"

 

결국 제 런닝셔츠 아래를

쭉 늘려서 닦아줍니다.

이번엔 가만히 있습니다.

 

왜 이렇게 이것만 좋아하나 싶어

런닝을 당겨서 코에 대봤더니

부드럽습니다. 다른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이때부터 미루 코는

무조건 제 속옷으로 닦아줬습니다.

 

반나절만 지나면

런닝 아랫 부분 곳곳이

누런 색깔에 약간 딱딱해져 있습니다.

전부 미루 콧물입니다.

 

"기저귀 갈자"

 

오줌을 왕창 쌌길래

기저귀를 갈아주려고 눕히는데

엄청난 양의 콧물이 나옵니다.

 

"야!야! 으이구. 야! 누워야지"

 

안 누울려고 버둥거립니다.

눕힐려는 주선생님과 미루가 실랑이를 벌입니다.

자꾸 일어나려는 미루를

주선생님이 몸으로 밀어서 겨우 눕힙니다.

 

"현숙아...미루 콧물이 없어졌다"

 

기저귀를 갈고

힘들어 하는 것 같아서 안아줬습니다.

어느새 다시 콧물이 흘러 있는데

그 얼굴을 정겹게 제 가슴에 비빕니다.

 

"으윽..."

 

옷에 미루 콧물이 묻습니다.

 

속옷으로도 닦아주는데

이쯤이야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사실은 그래도 콧물을 옷에 비비는 건

여전히 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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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이벤트] 책 제목을 공모합니다.

미루 아빠입니다.

 

저희들의 육아일기가 책으로 출판되게 됐습니다.

 

출판사 관계자 몇 분이 지나가다가 제 블로그를 발견하시고 출판 제의를 해주셨고,

여차저차 해서 출판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그런데 책 제목이 걱정입니다.

저는 제목만 생각하려면 머리가 꽉 막힙니다.

 

책 제목에 관한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 분들은

댓글로 많이 많이 응모해주세요.

 

이왕이면 '육아일기'라는 말이 들어가지 않는

그럴싸한 제목이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기간은 5월 5일까지이고

당첨되신 분께는 엄청난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선물 내용은 주선생님하고 상의 한 다음에 다시 올리겠습니다.)

 

저를 도와주세요.

 

 

<윗 글 요약>

 

-육아일기 책 제목 공모-

 

기간: 2007년 5월 5일까지

응모자격: 누구나

당첨자 발표: 5월 7일

상품: 엄청난 거

응모방법: 댓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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