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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노동현장과 성소수자 차별

  • 분류
    노동
  • 등록일
    2014/11/24 12:29
  • 수정일
    2014/11/24 12:29
  • 글쓴이
    사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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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나사렛대학의 채용공고. 음주, 흡연과 함께 동성애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적
혀있다. 이처럼 적극적으로 동성애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나사렛대학은 개신교단체인 나사렛성결회에서 설립한 사립대이다


지난 10월 21일 화요일 조계종 노동위원회 주최로 <노동현장과 성소수자 차별>이라는 제목의 토론회가 열렸다. 곽이경 동성애자인권연대 노동권팀장과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조혜인 변호사가 각각 ‘성소수자 차별 현실과 성소수자-노동운동의 과제’, ‘성소수자 노동자(고용)차별금지법제 도입의 필요성’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하였고, 불안정노동철폐연대 김혜진 활동가와 현재 사무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게이 노동자 곤이 토론자로 자리했다.

곽이경 동성애자인권연대 노동권팀장은 노동운동에서 여성, 장애인, 비정규직, 청년, 이주민의 노동권과 차별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져 온 것과 같은 맥락에서 성소수자 노동권에 대한 논의도 노동운동의 일부가 되어야한다며 이 토론회의 취지를 밝혔다.
 

채용에서 해고까지 차별의 구조

곽이경 팀장과 조혜인 변호사는 각각 성소수자들이 노동현장에서 겪는 차별의 유형과 사례를 제시하였다.

먼저 채용과정에서의 차별로는 “외관상 인식되는 성별과 서류상 성별이 일치하지 않은” 경우, “사회에서 기대하는 종류의 여성성, 남성성을 갖추고 있지” 않은 경우가 제시되었다.

“면접 보러 갔을 때 트랜스젠더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잖아요. ... 지난번엔 (주민등록증) 민증 번호 좀 불러보세요. 뭐라고 하니까 다시 한 번 불러보세요. 왜 그렇게 하고 다닙니까? 면접 보면서 제일 먼저 하는 말이.”

이런 경우 성소수자들은 채용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되어 선택할 수 있는 직업군의 폭 자체가 협소해질 수밖에 없다. 조혜인 변호사는 성별변경을 하지 않은 성전환자들 대부분 “신분확인절차가 없는” 직업을 택해야하기 때문에 “많은 FTM들이 택배, 운송, 공장노동자 등의 비정규직에 종사”하고 “상당수의 MTF들이 유흥업소 등 성산업에 종사”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FTM은 female-to-male transgender의 약자로 여성으로 태어났으나 스스로를 남성으로 정체화하는 사람을 뜻한다. MTF는 그 반대의 경우를 말한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해고의 대상이 된 사례도 제시되었다. 1996년경 한 전문직 노동자가 언론을 통해 커밍아웃을 하자 특별한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근무불성실’을 이유로 해고당한 사례가 있었다. 이런 경우 현실적으로 “성정체성을 이유로 한 부당한 해고라는 점”을 입증하기 어렵다.

이런 경우 채용에서 배제되거나 해고당하는 이유가 ‘성소수자이기 때문’인지는 명시되지 않는다. 이는 비단 성소수자들에 한정된 문제는 아니다. 채용을 위한 면접에서 업무와 별 상관없는 예민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 질문하는 이유, 바른 말 많이 하는 사람이 승진하기 어려운 이유, 노동조합에 가입했더니 해고자 명단에 오르는 이유에 대해 사측은 솔직하게 답하지 않는다. 그들은 진의를 밝힐 필요가 없는 권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김혜진 활동가는 성소수자의 차별금지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인사제도를 투명하게 운영하고, 노동자들이 인사제도에 개입하며, 비정규직에 대한 주기적 해고의 권한이 기업에게 주어져있는 현실의 문제를 개선하고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찾는 싸움과 연계되어야” 한다고 제기하였다.

채용되어 일하는 과정에서 가장 크게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는 가족중심의 인사 및 임금복지제도를 제시하였다. 성소수자들이 실제로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구성하고 살고 있다하더라도 혼인을 중심으로 자격이 주어지는 가족수당, 주택지원, 경조사 지원 등으로부터 배제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곽이경 팀장은 “이 같은 복리후생제도의 한계로 인해 발생하는 차별은 각 기업에서 사규 등을 정비하는 것만으로도 작업장에서 성소수자들을 보다 평등하게 대우”할 수 있으며, “국가 차원의 차별금지법이 실행된다면 그 효과는 훨씬 더 뛰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혜진 활동가는 “‘남성생계부양자 논리’를 가속화하는 수당들을 기본급으로 전환시키는 싸움”이 필요함을 제기했다.


어떤 실천이 가능하고 필요한가

토론에서는 실제로 노동현장에서 어떤 실천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주로 이루어졌다.

첫째로 성소수자 혐오와 배제에 대한 노동조합의 단호한 태도가 중요하다는 점이 제기되었다. 김혜진 활동가는 “건설노조에서 이주노동자들을 폭행하거나 불법이라고 신고하는 것에 대해서 노동조합이 단호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공동의 싸움을 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처럼,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발언이나 행위에 대해서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둘째로 현장 안에 성소수자들의 모임과 이들을 지지하는 모임을 형성하는 것이 제기되었다. 대부분의 노동운동이 임단협과 선거에 매몰되어 있거나 당장의 사측의 공격에 대응하는데 급급한 현실에서 이와 같은 실천은 상당한 수준의 의식적인 노력을 요구한다.

이와 관련하여 곽이경 팀장은 영국과 미국의 많은 노동조합 내에 LGBT 그룹들이 형성되어 있고 노동현장 혹은 노동조합에서의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에 맞선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소개하였다. 예를 들어 미국의 성소수자 노동자들과 지지자들의 조직인 <일터의 자긍심 Pride at Work>은 미국 전역에 20개가 넘는 지부를 두고 활동 중이며, 영국노총은 매년 LGBT 대회를 개최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차별금지법 제정, 직장연금의 동성커플 혜택보장, 동성커플의 입양 권리 보장을 요구하는 운동에 적극 동참해왔다.

셋째는 성소수자들과의 만남의 계기를 자주 형성하는 것이다. 김혜진 활동가는 희망버스에 참여했다가 게이합창단 지 보이스의 공연을 보고 성소수자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하는 건설노동자의 사례, 성소수자들의 연대를 계기로 퀴어퍼레이드에 참여한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의 사례를 제시하며, 이러한 만남이 서로를 매개하고 연대를 촉진한다고 제기하였다. 이는 앞서 제기한 현장 내에 성소수자 지지그룹을 형성하는 과제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단체협약에 성소수자 차별금지조항을 명문화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곽이경 팀장은 “단협에 차별금지가 한 줄로라도 보장이 있다며 기본적이지만 큰 힘”이 되며, 이는 “노동조합이 앞장서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단체협약에 이러한 조항을 넣기 위한 과정을 성소수자 차별에 대한 현장 내 교육의 계기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김사자 saja-kim@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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