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2,3월호][경제]물가는 오르고 양극화는 심해지다

  • 분류
    경제
  • 등록일
    2011/03/02 16:02
  • 수정일
    2011/03/02 16:08
  • 글쓴이
    사노신
  • 응답 RSS

새해 들어 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설 연휴가 끝난 뒤에도 물가상승은 계속됐다. 15일 기준으로 돼지고기 가격은 지난해보다 80.7%나 올랐다. 닭고기 가격도 50%가 올랐다. 밀의 경우 30% 넘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서울우유는 다음달 1일부터 기업체에 공급하는 우유 가격을 최고 65.9% 인상하겠다고 밝혔다가 이에 대한 항의가 빗발쳐 4시간 만에  번복하기도 했다.

 

이상기후와 투기세력 

 

정부가 물가상승률을 3%로 억제하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월보다 4.1% 올랐다. 설 연휴가 끝난 뒤에도 물가는 진정되지 않았고 갈수록 심각해질 전망이다.
물가상승의 원인에 대해 부르주아 경제전문가들은 세계적인 이상한파와 홍수, 가뭄으로 작황이 부진해 농산물 공급이 줄어든 것을 들고 있다.

 

비상업용 순매수 포지션(non-commercial net long position)

 

순매수 포지션이란 선물옵션 거래 용어인데, 실수요에 바탕을 두지 않은 비상업용 순매수 포지션이 크면 헤지펀드 같은 투기성 자금이 많이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여기에 경기회복 속도가 빠른 신흥국을 중심으로 원자재와 식료품 수요가 늘어나면서 물가가 오르고 있다고 진단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달 식품가격지수가 전월보다 3.4%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1990년 관측을 처음 시작 뒤로 가장 높은 수치이다.
투기세력의 문제도 있다. 오랜 저금리 기조와 양적완화 정책으로 시장에는 자금이 넘쳐나고 있다. 이 자금들이 더 높은 수익을 찾아 상품시장으로 몰려 들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밀의 비상업용 순매수 포지션은 3만5천건으로 2007년 8월 이후 가장 많았다. 옥수수 역시 41만4천건으로 전보다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원유의 경우에는 지난달 11일 약 22만7천건으로 처음 통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많았다. 이렇게 투기 자본이 몰려들면서 물가 불안이 더 심해지고 있다.
이상기후나 투기세력 문제는 국가 차원에서 손 쓸 수 없는 문제들이다. 이 문제를 물가상승의 중요한 원인으로 얘기하는 이들이 대책으로 내놓는 것은 공공요금 인상 억제이다. 그렇게라도 해서 물가상승폭을 줄이면서 나라 밖 사정이 진정될 때를 기다리자는 것이다.

 

정부대책은 가격억제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물가대책 역시 초기에는 공공요금 인상 억제가 핵심이었다. 지난달 13일 대책회의를 연 정부는 공공요금과 대학등록금 인상 억제 등을 해결책이라며 내놓았다. 그러나 공공요금 인상을 마냥 미룰 수는 없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상반기에 억누른 공공요금 인상이 풍선효과로 하반기에 터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굳이 하반기까지 갈 것도 없이 지난달부터 공공요금은 무서운 기세로 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만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달 도시가스 요금은 4.7% 올랐고, 상수도 요금은 0.9% 올랐다. 그 외 공공요금들도 모두 올라 평균적으로 0.9%가 올랐다. 4년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올해 안에 전기요금과 대중교통 요금을 인상하겠다는 계획도 발표되고 있다.
정부가 빼든 또다른 카드는 몇몇 독과점 기업에 가격인하 압력을 넣는 것이다. 정유, 통신, 유통업계 대기업들이 도마에 올랐다. 이명박은 기름값 발언을 지속적으로 흘리며 정유회사들에 가격 인하를 요구했다. 기획재정부 윤증현 장관은 “독과점산업인 정유와 통신사들이 국민을 상대로 막대한 이익을 냈다”며 가격인하를 촉구하고 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자신이 직접 기름값 원가 계산을 하겠다며 정유사에 으름장을 놓았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판매수수료 공개를 요구하며 대형 유통업체를 압박하고 있다.
정부의 이런 압력에 해당 기업들은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해당 산업 실정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무조건 가격인하만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압력의 강도를 계속 높이자 형식적으로 따르는 시늉을 보이고 있다. 정유회사인 SK이노베이션 구자영 사장은 지난 10일 “정부 방침을 중분히 이해한다”며 정부정책에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유통업체들 역시 몇몇 식료품 가격을 동결했다.
하지만 원가공개 요구에는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정부의 요구가 어디까지 먹힐지 의문이다. 정부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기업이윤을 대폭 축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외치는 이명박 정부이기에 그렇게 할 리 없기 때문이다. 물가안정을 위해 정부가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쇼를 하는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양적성장을 위한 고환율과 저금리

 

△2007년 이후 원달러 환율 그래프 변화. 이명박 취임 이후 급격하게 상승했다.

한편 물가상승의 원인을 작황부진과 같은 외부 요인에서 찾지 않고 이명박 정부의 고환율, 저금리 정책에서 찾는 이들도 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던 당시 94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9개월 뒤인 11월 24일 1,500원 선을 넘어섰고 이듬해인 2009년 3월에는 1,575원에 이르렀다. 이후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평균적으로 1,200원대를 유지했다.
환율이 높으면 수출대기업은 가격 경쟁력을 얻을 수 있다. 남한 수출대기업들은 금융위기 기간동안 높은 실적을 거두며 경쟁기업을 물리쳤는데 이는 정부가 고환율 정책으로 뒷받침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자와 서민들은 높은 물가를 감당하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고환율로 석유와 같은 수입품 가격이 오르면서 국내 물가가 오르기 때문이다. 수출대기업 성장을 위해 국내 소비자를 희생시킨 것이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계속 동결한 것도 물가가 오르게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보였지만 한국은행은 딱 한 번 금리를 올렸을 뿐이었다. 이는 정부의 입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릴 때마다 열석 발언권을 행사하며 한국은행에 압력을 넣었다.
소위 경제전문가라 불리는 이들 중 상당수는 금리 인상을 물가상승 억제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꼽는다. 여당인 한나라당에서도 고환율과 저금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는 경기위축을 우려하여 금리 인상을 최대한 막아 왔다. 그러나 물가상승이 심각한 수준인 지금 금리인상을 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금리를 인상했던 한국은행은 이번 달에는 동결했다. 아직까지 정부는 물가상승보다 경기 둔화를 더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다음달에는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부르주아 경제전문가들의 예측이다.
현재로선 물가안정을 위한 가장 확실한 대책은 금리인상이다. 단기적으로는 공공요금이나 가격인상을 억누르는 시늉을 하며 버티겠지만, 결국 금리인상 카드를 들고 나올 수밖에 없다. 금리가 오르면 부채를 진 가계의 이자 부담은 늘어난다. 집을 구하기 위해 또는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대출을 받았던 노동자와 서민들은 고통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노동자, 서민들에게 또 한번의 고통 분담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양극화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6.1%이다. 2002년 이후 가장 높다. 정부와 언론은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 회복에 성공했다며 떠들어댔다. 그러나 남한 경제가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동안 이 사회의 양극화는 점점 심해졌다. 경제 위기를 이유로 노동자들의 임금은 삭감되거나 동결됐다. 그 결과 지난해 소득증가율은 5.8%에 불과했다.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소득이 늘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소득이 늘어나지 않을 뿐 아니라 계층간 격차도 커지고 있다. 남한에서 중산층의 규모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또 저임금 근로자 비중은 25.6%로 OECD 국가들 중 가장 높다.
현재의 물가상승은 남한 뿐 아니라 신흥국 대부분이 겪고 있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나라에서 물가가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명박 정부 역시 GDP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강을 파고, 돈을 풀고, 달러를 사들였다. 이렇게 양적인 성장에만 몰두하느라 물가 문제에는 별다른 대비를 하지 않았다. 물가를 잡으려다 성장률을 떨어뜨릴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금과 같은 심각한 물가 불안 상황에 이르렀다.
부르주아 경제전문가들이 말하는 경제성장은 정확히 말해 가진 자들만의 성장이다. 일반 대중 모두에게 성과가 고루 돌아가지 않는다. 반면 물가상승으로 인한 고통은 저소득층일수록 더욱 심하게 겪는다. 정부가 자랑하는 6.1% 경제 성장, 2.9% 물가 상승은 가진 자들에게 부를 6.1% 더 안겨주고 저소득층에게 2.9%의 고통을 더 안겼다는 뜻일 뿐이다.

 

하수혁 (24hour@jinbo.net)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