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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호][여성]일회적인 사업을 넘어 여성노동자의 주체화로!- 기아차 화성공장 103주년 3·8 여성의 날 기획주간 사업

  • 분류
    여성
  • 등록일
    2011/04/08 23:03
  • 수정일
    2011/04/08 23:03
  • 글쓴이
    사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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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8일 저녁,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북문 앞에서 촛불집회가 열렸다. 촛불집회에는 기아자동차 노동자들과 사회단체 활동가, 지역 노동자 등 50여명이 참가했다. 이 곳에서 여성조합원들은 현장에서 여성노동자가 겪는 어려움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촛불집회는 <103주년 3·8 여성의 날 기획주간(이하 ‘기획주간’)>의 마지막 일정이었다. <기획주간> 사업에는 <기아자동차지부 화성지회 사내하청분회>와 <붉은몫소리>, <사노신 기아 독자모임>과 여성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함께했다. 이들은 3월2일부터 8일 <기획주간> 동안 현장에서 여성노동자가 겪는 어려움을 공유하고 알려나가는 활동을 진행했다.
중식시간에는 화성공장 내 여성노동자들의 노동환경과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을 알리는 사진전이 식당에서 진행되었다. 이와 함께 진행된 업체별 간담회에서는 여성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현장에서의 불만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간담회에는 생산직 여성노동자뿐 아니라 공장을 청소하는 청소노동자, 식당노동자들도 함께 참여했다.

 

여성을 위한 공간은 없다

올해 진행된 <기획주간>의 활동을 통해 현장 안팎에서 여성노동자들이 겪는 고통과 차별은 여전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우선 여성들이 쓸 수 있는 샤워실과 휴게실, 화장실 등의 공간이 매우 부족했다. 간담회에 참여한 여성조합원의 말에 의하면 품질동 건물에는 여성 휴게실이 없어서 화장실 한 칸을 휴게실로 쓰고 있다고 한다. 여성노동자들은 ‘냄새도 심한 그 곳에서 먹기도 하고 쉬기도 한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공장 내 식당에서 일하는 현대푸드업체 노동자들은 비정규직노조가 처음 생길 때부터 샤워실을 요구했다. 하루 종일 음식을 다루고 일하면 땀과 음식냄새가 배게 마련이라 퇴근 전에 샤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요구가 제기된 지 햇수로 벌써 7년째가 되었지만 하청업체는 ‘자리만 생기면 해주겠다’는 말로 여성노동자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그러나 그 동안 정규직 남성노동자의 샤워시설은 더 늘어났다. 이는 ‘자리가 없다’는 업체사장들의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이다. 또한 여성노동자들을 위한 공간이 노조의 의제에서도 끊임없이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는 것도 보여준다.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내에서 정규직 노조는 사측과 시설물 사용 등에 대한 협의를 통해 정규직 남성노동자들의 샤워실, 헬스장을 늘렸다고 한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조직통합이 되면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 역시 같은 노조에 속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노동자들을 위한 샤워시설은 단 하나도 설치되지 않았다.

 

남성 중심적인 작업장 분위기

남성 중심적인 작업장 분위기도 여전했다. 남성 관리자가 여성노동자를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는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명확히 성희롱이나 성폭력이라고 규정되지는 않더라도 남성과 여성, 관리자와 노동자 사이에 권력관계에 의해 폭력적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았다. <기획주간> 행사에 참여한 한 여성조합원은 현대푸드에서 남성조리사가 여성조리원에게 “OO아”라는 비속어를 써서 여성조합원이 언어폭력이라며 항의하는 일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성폭력 문제는 관리자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함께 일하는 정규직 남성노동자들도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를 무시하고 함부로 대했다. 비정규직여성노동자들은 업체 사장이 함부로 했을 때에는 노조를 통해 해결하였지만 정규직 남성노동자의 행동에는 참는 경우도 있었다.
업체별 간담회 중에 PDI 부서에서 벌어지는 성희롱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자동차 검사를 담당하는 PDI 부서에서는 정규직 남성노동자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에게 성적으로 모욕감을 줄 수 있는 말을 던지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때 여성노동자가 정규직 남성노동자에게 항의를 하기란 쉽지 않았다. 정규직 남성노동자들은 라인에서 검사한 차량의 마지막 통과여부를 결정하는 위치에 있는데, 그들에게 성폭력이라고 항의를 했을 때에 이미 검사한 차량을 제대로 검사하지 않았다며 다시 돌려보내는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성이 주체로 나서자

지금까지 여성노동자들은 현장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끊임없이 노조에 요청해왔다. 그러나 이는 임금이나 전환배치 등의 소위 ‘주요’ 사안에 비해 덜 시급하다며 계속 후순위로 밀렸다. 그 결과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1/3이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여성노동자들이 샤워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은 생기지 않고 있다. 노조 역시 그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있다.
또한 여성노동자가 직면한 문제에는 사측이나 관리자에 의한 성폭력과 차별도 있지만 정규직 남성 노동자들에 의한 성폭력도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 정규직 남성 노동자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을 때 정규직 노조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침묵하거나 반발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결국 현장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겪는 문제의 해결은 여성노동자들의 끊임없는 문제제기와 가부장적인 현장 문화를 바꾸어 나가는 투쟁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이번 <기획주간>활동이 일회적인 활동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투쟁의 주체가 될 여성 활동가들의 결집으로 이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정지원 (jiwon@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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