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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그리고 현재

얼마 전에 87퇴물에 대해 이야기할 틈이 잠깐 나서 잠깐 이야기하게 된 적이 있다.

이야기하면서 내가 예전에 만났었던 조금은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기억난다.

 

'한때의 운동'이라는 말이 얼마나 무서운지 한때의 운동을 하다가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과 마주치지 않은 사람은 실감하기 힘들 것이다.

나도 많이 만나보진 못했다. 87퇴물들이 이 사회에 널려있지만 내가 만난건 고작해야 2~30 남짓

그것도 좀 안되는 숫자이던가.

 

아무튼 언제 생각해도 소름끼치긴 마찬가지이다.

 

자신들이 만들어 냈다는 세상이 너무나도 완전하기에 그 세상에서 어떠한 문제점도 찾아내지 못하는, 혹은 세상이 완고하기 때문에 싸워도 소용없다고 생각하며 자위하는, 그것도 아니면 어느샌가 극으로 반전을 일으켜 어딘가의 자리 하나 꿰차고 꼴보수가 되어버린 작자들.

 

로 결론짓고 땡. 해버린다면 난 굉장히 편안할 것이다.

학교와 싸울 때 학생들과 같이 어깨걸고 학교와 맞서는 것이 아니라, 학교의 부당함에 맞서는 학생들에게 몽둥이를 들이대는 퇴물전교조(물론 이 말은 학생들과 어깨걸고 학교의 부당함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제대로 투쟁하는 전교조와 일상적으로 학생들이 투쟁했을 때에 보이는 퇴물들을 구분하기 위해 쓰는 말이다.) 들을 보면서도 권력에 찌들어 목이 뻣뻣해진 교수를 보면서도 생각한 것인데

'도대체 왜 그들은 그렇게 되었을까?'

 

고등학교때 처음 술마시면서 부렸던 술주정이 거의 쌩판 처음 만났던 사람 붙잡고서

"형 타협하지 않는 삶을 살려면 어떻게 살아야 해?"

라고 물어봤었다고, 그 쌩판 처음 만나다시피 했다가 내 술주정 들어주고 지금도 종종 그러는 사람은 말했다.(타협하지 않는 삶을 살려면 죽어야 해 라고 내가 아는 또 다른 사람은 이야기해주긴 했지만. /물론 술주정 받아줬던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해줬는지는 잊고 그 질문만 기억하고 있다.)

 

아무튼, 지금 나도 타협하는 삶이긴 하지만 그래도 퇴물87들처럼 되기는 싫다. 그렇잖은가?

"나 옛날에 투쟁 좀 했어." 하고 목에 힘줄주면서 살긴 싫은것이다.

그게 반동이지 그게 반동이 아니면 뭐가 반동이란 말인가?

 

그래. 다시 첫번째 질문으로 돌아가서 '도대체 그들은 왜 그렇게 되었을까?'

알까보냐 그런거.

라지만 중요한 문제이다. 내가 그렇게 안되려면

 

묘한 부분이 사람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왠지 집중화된 권력을 하나씩 꿰차게되는 것 같은데 그게 요인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이 사회에서 바라는 '나이값'이라는 걸 하지 못하면 이 사회는 인간을 철저하게 밑바닥까지 내려버리지 않던가?

꼭 그거 하나만도 아닌것도 같고

 

주변에 보면 물리적인 나이를 먹어서도 젊은사람들이 있어서 되게 멋져보이는데 난 폭싹 늙어버린것같은 느낌이 든다.

 

고민만 주저리 주저리.

 

아직은 잘 모르겠다. 앞으로 만나볼 87들도 더 많을텐데 더 만나보고 더 이야기해보면서 더 싸우고 그러면 좀 알게되겠지.

이건 그때를 위한 질문쯤으로  해두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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