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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민·기사연합과 사민당 도토리 키재기로 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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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민·기사연합과 사민당 도토리 키재기로 귀결
독일 총선, 내각 구성 오리무중인 가운데 좌파당 약진 돋보여
윤태곤 기자 peyo@jinbo.net
기민·기사 원내 1당 차지했으나 사민당에 불과 3석 앞서

국제적 관심을 집중시킨 가운데 지난 18일 실시된 독일 총선의 윤곽이 드러났다. 예상대로 기민·기사 연합(CDU/CSU)이 35.2%의 득표율로 225석을 차지해 1당 자리에 올랐으나 사민당(SPD)과의 의석수는 3석에 불과해 선거전 초기의 기세를 이어나가지 못했다.

또한 노동과 사회정의를 위한 선거대안(WASG: Wahlalternative Arbeit & Sozial Gerechtigkeit)"당과 민사당(PDS)의 연합으로 이번 총선에 최초로 모습을 드러낸 좌파당(Linke Partei)는 8.7%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54석을 차지해 녹색당(GRUNE)을 누르며 기염을 토했다.

10월 2일 추가선거가 실시되는 드레스덴 선거구를 제외한 최종 결과는 다음과 같다.
 독일연방선거관리위원회

선거전이 시작될 즈음에는 엥겔라 메르켈의 돌풍과 더불어 기민·기사 연합이 사민당을 20% 이상 앞서가기도 했으나 시간이 지나며 아젠다 2010 조차 부족하다는 기민·기사연합의 신자유주의적 정책과 고위 당직자들의 인종주의적 발언들이 결국 사민당과의 격차를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복잡한 연정 구도, 자민당과 녹색당이 캐스팅 보트 뒬 듯

한편 30%대 양당과 10% 미만의 세 당등 5개 정당이 사이좋게 의석을 나눠가짐에 따라 내각 구성을 두고 복잡한 머리싸움이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재 독일 언론들이 내놓고 있는 경우의 수는 다음과 같다. △기민·기사연합 + 사민당 대연정(447석) △기민·기사연합 + 자민당 + 녹색당 (337석) △사민당 +자민당+녹색당 (334석) △사민당 +좌파당 +녹색당(327석).

위의 네 가지 조합 가운데 일단 두 번째와 세 번째 조합의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자민당의 경우 대체로 기민·기사연합과 사민당의 가운데에서 약간 우측으로 기울어진 것으로 평가받는 중도우파 정당으로 기민·기사연합, 사민당과 각각 연정을 꾸린 경력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양당 어디와도 다 연정이 가능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녹색당의 주요 인사로 슈뢰더 내각에 외무장관으로 참여한 요슈카 피셔는 “우리(녹색당)은 정부에 계속 남아 있기를 바란다”며 “어떤 형태의 연정에 참여할 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총선 직후 내놓았다.

앙겔라 메르켈이나 슈뢰더 양자가 똑같이 상대와의 연정을 없고 자신들이 내각을 주도할 것이라 공언하고 있기 때문에 자민, 녹색당을 끌어들이려는 양자의 경쟁은 치열할 전망이다. 게다가 대연정의 경우 앙겔라 메르켈이 총리가 내고 슈뢰더의 사민당이 하위파트너가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범좌파라는 점에서 사민+좌파+녹색당이 결국 내각을 꾸릴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지만 그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좌파당이 내각에 들어가려면 아젠다 2010이 근본적으로 수정되거나 아니면 좌파당이 자신들의 입장을 바꿔야만 하기 때문이다.

좌파당의 총리후보로 나섰던 오스카 라퐁텐이나 기지 전 사민당수, 프란츠 뮌터페링 사민당수등 주요 인사들은 ‘슈뢰더와 함께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수차례 분명히 한 바 있고 슈뢰더 역시 어떠한 경우에도 좌파당과의 연정은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실리적 측면에서라도 사민당의 신자유주의적 정책노선을 비판하며 54석을 차지해 독일 정치의 한 축으로 선 좌파당이 연정에 참가할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독일 총선 결과가 의미하는 것은

베를린에서 선전을 자축하고 있는 좌파당 당원들
 Linke Partei홈페이지

한편 예상대로 독일 총선은 유럽전역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급격한 우경화 행보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으로 범진보세력인 사민당 그리고 굳건한 양당구조를 깨고 세를 확산하고 있는 좌파당, 녹색당의 득표율을 합하면 과반이 넘고 기민·기사당 연합과 자민당을 합친 것보다 약 6% 정도 앞섰다.

이런 결과에 대해 프랑스 사회당등 이른바 ‘제3의 길’을 걷는 정당들은 “신자유주의와 미국독주에 반대하는 독일인의 선택”이라며 아전인수격 해석을 성급하게 내놓고 있지만 영국 노동당, 프랑스 사회당, 독일 사민당등 유럽내 전통적인 주요 좌파정당들은 이미 ‘좌파’의 정체성을 심각하게 잃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1980년 녹색당의 충격적 등장 이후 25년 만에 다시 거대 정당 구도를 깨뜨리고 의회 내의 비중 있는 급진세력으로 등장한 좌파당의 행보를 눈여겨 볼 만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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