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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이 부러워한 슈뢰더의 승부수? 그리고 아젠다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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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이 부러워한 슈뢰더의 승부수? 그리고 아젠다 2010
노무현 대통령이 벤치마킹 하려는 독일, 일본의 ‘신자유주의 개혁’ (2)
갈현숙(독일 베를린 자유대 사회학과 박사과정) 
총선을 앞둔 독일과 일본의 신자유주의 개혁, 그 두 번째 순서로 갈현숙의 글을 싣는다.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있는 연구자인 갈현숙은 슈뢰더가 의회를 해산할 수 밖에 없었던 배경, 독일 사회가 50여년간 유지해왔던 '사회시장경제체제'가 위기에 봉착하게 된 원인 그리고 이에 대한 슈뢰더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대응을 구체적이고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사민당 정부가 내놓은 신자유주의적 대안(아젠다 2010)의 허구성과 한계를 지적한 필자는 새로운 좌파 정당(독일 내)의 등장과 유의미성을 인정하면서도 지금은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을 진행할 수 있는 사회정치집단의 복원과 성장에 열정을 쏟아야 할 때"라 지적한다. 아래는 갈현숙의 기고글 전문이다.


연정 파트너 녹색당 무시하고 내각 재신임안 제출한 슈뢰더

9월 18일에 독일 총선이 열린다.
좌:기민당수 앙겔라 메르켈 우: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독일 공영방송 ZDF

지난 8월 24일자 인터넷 한겨레신문의 기사제목 중 <노대통령 '고이즈미, 슈뢰더 부럽다‘>가 눈에 띄어 기사를 읽게 됐다. 기사를 읽으며 슈뢰더의 재신임안 배경에 대해 도대체 남한에 어떻게 소개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기사의 내용을 인용하자면 '노 대통령은 특히 슈뢰더 총리의 재신임 요구에 대해 이 일을 할 수 없으면 앉아 있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고 정치를 마감하려는 것이고, 또한 정권을 바꿔서라도 이 개혁은 해야 되겠다는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강력하게 던지고 있는 것 아닌가 하고 추론한다."고 했다.

이 구절을 번역해서 독일국민들에게 보여주면 몇 사람이나 동조할지 의문이다. 해외에서 발생한 사건들이 전체적 맥락에서 소개되는 것이 아니라 일부분만 뽑아내져 국내사정에 맞게 위장되는 경우가 때때로 있다. 한 사건을 보는 입장은 다양하지만 입장에 대한 의사표현 이전에 반드시 전제돼야 할 것은 정확한 사건의 경위와 배경에 대한 정보의 공유일 것이다. 물론 의도적인 가감을 감안하고서도 말이다. 적녹(사민당과 녹색당)연정의 재신임안배경에 대해 일어났던 당시 상황을 따져보자. 지난 5월22일 노르트라인-붸스트팔렌 (Nordrhein-Westfalen) 주정부 선거에서 사민당이 참패하면서 16개 주선거에서 다섯 곳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주정부를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에게 넘겨주게 됐다.

더욱이 노르트라인-붸스트팔렌지역은 39년간 사민당이 패배해 본 적 없었던 사민당의 표밭이었다. 한국에 빗댄다면 대구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한 것과 비슷한 충격일 것이다. 선거결과가 확정되자 수상인 슈뢰더는 연정의 파트너인 녹색당에 묻지도 않은 채 현 내각에 대한 재신임안 요구를 발표했다. 발표 이후 재신임안 의결이 의회에 제출됐고 8월 연방의회의 동의를 거쳐 지난 25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연방의회선거를 9월18일에 시행하게 된다. 여당집권기간이 1년이 남아 있던 시점에 집권여당의 대표가 이런 결정을 한 데는 연방의회내의 과반수이상을 여당 의원이 차지하고 있더라도 지방의회선거결과 구성된 주 의회의 2/3가 야당 의원으로 구성되므로 주 의회가 연방의회의 강력한 비토(Veto)세력으로 자리해 사실상 정권과 연방의회가 그 수행능력을 상실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노르트라-붸스트팔렌 주정부선거 전에 사민당의 패배할 경우에 대한 우려의 시나리오가 이미 퍼져있었다. 노대통령은 슈뢰더 수상이 든든한 당의 비호를 받으며 강령한 개혁의지를 국민들에게 강하게 천명하려는 것처럼 생각하고 싶었을지 모르나 사실은 내각과 연방의회를 통해 행사할 수 있었던 영향력이 차츰 주정부선거에서 사민당의 패배가 거듭되며 상실해 오다 결국 손발이 잘린 형국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현 적녹연정을 이러한 사면초가의 상태로 몰아넣은 것일까? 그것은 적녹연정의 최대 프로젝트였던 독일의 사회보장제도와 노동시장을 대폭 개혁하기위해 고안된 "아젠다 2010(Agenda 2010: 독일어로는 아겐다 2010 이라 부른다)" 때문일 것이다.

기여금 원칙으로 유지해온 독일의 '사회시장경제 체제‘ 위기 봉착

독일 금속노동자들
 독일 공영방송 ZDF
독일은 2차 대전 후 사회시장경제(Soziale Marktwirtschaft)체제로 자본주의를 발전시켜왔다. 시장경제시스템에 ‘사회’란 개념을 적용해서 경제뿐 아니라 ‘모두를 위한 복지’ 역시도 국가의 중요한 책임으로 설정해 발전시켜온 것이다. 50년대부터 포디즘적 생산관계를 토대로 경제 부흥과 완전고용이 가능케 됐고 이러한 완전 고용을 기반으로 사회보장제도의 기본 골격을 한 노동자와 그의 가족에 대한 의료보험, 연금, 실업보험 등의 각각 사회보장재원을 자본가와 노동자가 반반씩 부담하는 형태의 기여금원칙을 근간으로 삼았다. 이에 정부는 이를 법적으로 관장 및 관리하고 일부의 기여금을 담당하는 역할을 해왔다.

바로 이점이 북유럽 복지국가와 다른 점인데 북유럽의 경우 세금을 통한 재원의 재분배 형태라면 독일의 경우 기여금 원칙을 기반으로 한 사회보험의 형태이므로 상하 간 재원 재분배 정도는 북유럽에 비해 낮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통일 후 막대하게 투입된 통일비용에도 불구하고 비용만큼의 효율성을 창출하지 못한 구동독 재건프로젝트의 한계와 지구적 차원의 신자유주의적 경제시스템이 이 시기 더욱 강하게 작동되면서 독일의 복지국가 시스템에 이전보다 강력하게 제동이 걸리기 시작한 것이다.(복지국가의 위기는 이미 70년대 초반부터 경제위기의 국면마다 함께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는 독일의 보수주의자들이 입만 열면 떠들어 대는 독일의 생산력과 생산 입지의 비경쟁성과 관련 됐다기 보다는 현재의 기여금원칙에 입각한 사회보험시스템은 완전고용을 전제로 했을 때 그리고 중심부, 주변부 자본주의 국가 간의 축적구조와 생산관계가 신자유주의 경제시스템이 전지구적으로 작동하기 이전의 조건에서만 가능할 수 있었던 조건과의 비교에서 원인이 발견될 수 있다. 완전고용을 전제로 한 기여금 원칙은 고실업사회로 접어들면서 예전의 모습으로 유지하기 어려울뿐더러 현재 실업의 문제는 노동의 유연화정책으로 출구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지난 1998년 16년 만에 정권교체가 되면서 사민당과 녹색당이 정부여당이 됐고 2002년 재집권에 성공해서 집권 2기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당시나 지금이나 독일 사회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실업문제다. 독일의 실업률은 연평균 정권 교체기였던 98년 9.4%에서 다소 감소추세를 보이다가 집권 2기째였던 2003년 9.8%상승하더니 2005년 3월12.5%까지 상승했다가 7월 11.5%로 다소 떨어진 상황이다. 열 명 중 한 사람이 실업자란 이야기고 구동독지역의 실업률은 구서독지역의 1.5배에서 2배를 상회한다. 실업자가 발생하면 일단 기여금을 통한 사회보장재정의 수입이 줄어드는 반면 실업보험과 생활보호지원금이 지출 돼야 하는 이중적 재정고가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이 통일 후 가속화 되었고 좀처럼 실업률은 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문제는 실업의 원인을 복지국가시스템과 강력한 노조 때문이라고 선전하는 보수주의자들과 신자유주의 헤게모니와 크게 다르지 않는 노선을 적녹연정이 걷기 시작한 점이다. 집권 2기째인 2003년 3월 14일 연방의회에서 슈뢰더 총리의 "Agenda 2010"에 대한 기조연설을 시발로 같은 해 9월 기민/기사연합의 대폭적 지지로 통과되어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다. 초기 Deutschland bewegt sich ‘독일이 움직인다’ 란 구호에서 ‘혁신과 성장’으로 변했다 (http://www.bundesregierung.de/Themen-A-Z/-,9757/Agenda-2010.htm). 독일이 움직여 혁신과 성장의 길로 접어든다는 것일 게다. 그러나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지, 어떤 내용의 혁신과 성장인지에 대한 사민당의 당성에 맞는 고민의 흔적도 내용도 찾기 힘들다. 이런 맥락에서 독일의 유권자들은 기민당과 사민당의 차이를 어디서 찾아야하는지 상당히 혼란스러울 뿐이다. 차라리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야만 한다면 보수당인 기민당이 하는게 낫지 않겠냐는 푸념도 있었다.

사민당 신중간 노선이 내놓은 신자유주의 구조개혁안, ‘아젠다 2010’

아젠다2010 과 하르츠를 반대하는 집회
 독일인디미디어 de.indymedia.org
노대통령이 부러워했던 그 개혁의지란 것은 바로 슈뢰더와 소위 사민당 내부의‘Neue Mitte(신중간)’노선의 신자유주의 경제구조에 맞는 구조개혁의 전면 수용에 대한 개혁의지 였던 것일까? 이러한 개혁을 사민당이 정부여당이 되어 지난 7년간 진행시켜온 것이다. 그럼에도 사민당 평당원들은 그래도 보수당이 앞장서서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하는 것보다 낫지 않았겠느냐는 의구심에 가득 찬 질문을 스스로 던지곤 한다. 1869년 8월 8일 노동자 해방을 위해 건설된 사민당이 자본주의 의회정치 구조 안에서 이렇게 ‘진화하고 발전’한 것이다.

‘아젠다 2010’은 경제성장과 높은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자본가의 임금비용 및 사회적 비용의 감소와 이를 위해 노동시장개혁과 복지시스템의 대폭 혁신을 목표로 한다. 경제, 교육, 세금, 노동시장, 의료보험, 연금 등의 분야가 주요 개혁 프로그램의 대상이고 각각의 하위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그중 가장 문제로 꼽히는 것이 의료보험개혁과 노동시장 개혁 그리고 해고조건 완화이다. 독일의 의료보험은 개인기여금도 한국에 비해 높지만(서른이 넘은 학생신분의 여자의 경우 최하로 측정돼 한화로 약 15만원을 매달 의무로 기여해야한다) 병원 방문시 현금을 지불하는 일이 없었고 어떠한 병에 걸려도 추가로 개인이 지출하는 비용이 거의 존재하지 않다가 차츰 현금지불과 추가지불의 요소가 상승하고 있다. 게다가 2004년부터는 일 년을 사분기로 나누어 매 분기별로 10유로를 지불해야하는 제도가 만들어졌다. 이런 변화에 분노를 느낀 독일인들은 이 비용에 대해 의사를 만나기 위한 ’입장료’라는 쓴 소리를 하기도 한다. 즉 ‘건강’만큼은 사적 영역에서 개인의 능력에 따라 예방,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연대’라는 안목에서 공공의 영역 내에서 해결하고자 했던 공공성이 ‘아젠다 2010’을 통해 심각하게 공격 받고 있는 것이다. 건강은 한 사회가 모두를 위해 공적영역에서 서로 책임지고 보호해야하는 기본 철학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둘째로 이전엔 실업자와 생활보호대상자에게 각각 따로 지불된 급여에 대한 재정적 부담을 덜고 노동동기를 유발한다는 미명하에 실업급여와 생활보호금을 장기적으로 하나로 통합하는 개혁이다. 이것이 현재 독일 서민들에게 일명 공공의 적으로 불려지는 ‘하르츠 IV’이다. 이 개혁프로그램이 시작되기 1년 전 실업률 감소를 위해 Minijob(하르츠II)을 정부차원에서 실시했다. 보통 일반 독일노동자가 고용이 되면 노동계약서를 써야하고 이는 해당 노동자의 사회보장보험에 강제적으로 가입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Minijob으로 고용된 노동자는 사회보장보험에 가입할 의무도 없으며 해고규정도 유연할뿐더러 임금역시도 최저임금수준이다. 하르츠IV 개혁으로 실업기금을 1년까지 받은 후 생활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되는데 이 생활보조금을 받기 위해선 노동의 의욕을 보여줘야만 한다. 슘페터식의 ‘노동을 위한 복지’를 부활시킨 것이다. 장기실업상태에 놓은 사람들은 생활보조금을 얻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창출’해 놓은 Minijob에 등록해서 최저 노동조건과 최저 임금을 감내하며 노동해야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주 의아스러운 점은 하르츠IV와 Minijob을 통해서도 실업률이 줄어들지 않았다는 점과 실업기금과 생활보조금 지급액수가 감소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하르츠IV의 초기 단계에선 이전 시스템에서보다 더 많은 지출이 됐다는 것이다.

기업에게는 혜택을, 민중들에게는 내핍을 강요

'Geiz ist geil'현수막이 붙은 백화점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함부르크 시민들
 독일인디미디어 de.indymedia.org
슈뢰더 정부는 독일경제위기의 타개책으로 한편으론 해외로 도피하는 기업들에게 매력적 생산입지를 제공한다는 명목 하에 기업의 사회보장분당금을 줄이고 이들의 법인세(25%에서 19%로 하향조정-현재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낮은 법인세를 책정하고 있다)를 연차적으로 줄이는 한편 노동자의 해고규정을 약화시켜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다른 한편 복지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공공성의 축소와 복지와 노동을 연계시키는 발상의 전환을 제시해서 약 2년 간 진행해 왔다. 그러나 이들의 위기에 대한 응급처치는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이들의 위기에 대한 진단에 대해 많은 의구심이 일어날 뿐이다.

실제로 해외로 도피하는 자본이나 생산입지의 장점을 요구하는 기업가들의 요구를 들어줬음에도 그들은 생산 자본에 투자하지 않았고 금융 자본 쪽으로 많은 자본을 빼돌렸다. 그럼에도 그들은 매번 더 많은 유연화와 더 유리한 조건을 앞세운다. 실제로 2002년 통계에 의하면 독일에서 있는 기업들이 기업의 총비용중 직,간접 임금으로 사용되는 부분은 21%에 불과했다. 문제는 기업가가 생산 자본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것보다 금융자본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현재의 국면에선 더 많은 편안함과 장점이 유지되고 확장되는데 있는 것이다. 게다가 생산입지를 빌미로 정부와 협상하는 상황에서 국가가 자본의 요구를 어쩔수 없이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이 대세인양 이제까지 비춰졌고 반복되어 왔다.

21세기 초반부터 독일사회를 엄습하고 있는 유령과 공포는 실제로 독일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보다 더 많은 위기가 조장되어 “우리는 더 이상 잘나가지 않고 우리의 연금은 바닥이 났고 우리의 미래는 불안하므로 있을 때 절약해야만 한다“는 이데올로기다. 이 절약이데올로기는 한 전자상가의 광고문구로 요약된다. ”Geiz ist geil : 인색함이 끝내주는 거야!“ 케인즈주의 경제학자인 보핑어 교수는 이런 절약과 경제위기조장 이데올로기가 오히려 국민경제에 악으로 작동해서 내수경기의 침체를 가져왔다고 분석한다.

요는 사민당이 정부 여당으로 경제위기의 해법을 찾기 위한 고민의 지점들은 바로 이런 지점들에 있었어야 했다. 노동자와 서민 그리고 빈곤에 처한 사람들의 삶의 질을 악화해서 상층부가 유지되는 아래로부터의 분배가 아닌 사회적 형평성과 기회의 평등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 기본적인 사민당의 노선이었단 말이다.

'노동과 사회정의를 위한 선거대안‘과 연합 ’좌파당‘의 출현

좌파당의 쌍두마차 게오르그 기지와 오스카 라퐁텐 포스터 앞을 지나가는 베를린 시민들
 독일 공영방송 ZDF
이런 정부여당의 신자유주의 공세에 반기를 들며 사회정치세력으로 형성되어 출현한 것이 "노동과 사회정의를 위한 선거대안(WASG: Wahlalternative Arbeit & Sozial Gerechtigkeit)"당이다. 선거대안(WASG)당은 2004년 7월 사민당내 신자유주의적 개혁에 불만을 품은 공공노조, 산업금속노조 간부 등이 사민당을 탈당해 그 기반을 만들었다. 이들은 올해 1월 정당으로서 공식출발해서 지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선거에서 2.2%의 지지율을 얻었다. 이들을 이루는 구성원들은 신자유주의 공세 이후 현실정당정치 내에서 점점 기반이 축소된 좌파세력의 새로운 공조와 시민사회단체 내에서 정당정치의 좌파세력 복원을 이루고자 하는 사람들이 중심이다.

이에 1995년 사민당대표를 거쳐 1999년 재무부장관직을 사퇴한 오스카라퐁텐이 5월24일 사민당을 공식적으로 탈퇴하고 노르트라인-붸스트팔렌 주정부선거 이후‘선거대안당’으로 입당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지난 2002년 연방의회선거에서 의회진출에 실패했던 민주사회당(PDS)과 함께 선거연합정당으로 ‘좌파당(Linke Partei)’이란 선거연합당명 아래 두 당이 선거운동에 임하고 있다.

좌파당은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는 당들 중 유일하게‘Agenda 2010’을 반대하고 있고 경제, 재정 그리고 사회정책에서의 기본적 방향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선거 주요전략을 소개한다면 직접민주주의의 강화, 사회적 정의 재고와 구축, 평화, 시민권보호, 국민생활 기초보장(Grundsicherung: 최저임금을 1400유로 선에 맞추고 빈곤문제에 적극 관여 가능한), 교육에 대한 동일한 기회, 형평성 있는 조세제도(꾸준히 증가한 노동자들의 조세율을 하향하는 반면 법인세 및 상위 소득자들에 대한 형평성에 맞는 세율적용), 구동독지역에 대해 서독지역만큼의 개발지원, 극우주의 퇴치 그리고 시장을 위해서가 아닌 인간과 사회의 안전을 위한 유럽연합이 될 수 있도록 합당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으로 정리된다.(http://sozialisten.de/wahlen2005/positionen/index.htm)

이들이 연합정당으로 언론에 소개된 것이 세달 남짓 되지 않는다. 게다가 헌법재판소는 최근까지 이들의 연합선거로 인한 연합후보자들에 대한 합법성을 심사하기도 했다. 초기 이들의 연합을 지켜보며 조사된 설문에선 평균 18%정도의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이 지지율은 조금씩 주춤하며 하향하고 있는 것으로 매스컴은 보도하고 있다.

7월 중순부터 독일국영방송(ARD)에서 실시하고 있는 여론조사의 결과는 아래와 같다.

의회 그리고 정당을 어떻게 바라 볼 것인가

사민당 내부에선 좌파당을 향해 좌파의 분열은 독일을 위해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닐 뿐 아니라 연정의 파트너로도 좌파당과는 함께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한국처럼 선거가 지나면 헤쳐서 다시모여 하는 식의 당 운동과 달리 독일의 정당운동은 백년의 세월동안 보수당, 사민당, 자유당의 큰 성향아래 각각의 정당들이 발전해왔다. 그런 이유로 이번 좌파당의 행보는 이전 독일 정당역사상 볼 수 없었던 새로움이자 그만큼 쉽지 않은 시작이었다. 게다가 동서를 어우르는 최초의 연합정당이기도 하다. 부르주아 선거에서 자본주의 의회정치에서 좌파의 소리를 내고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을 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의회 안 정당들이 노동자와 민중의 소리를 대변하지 않고 천편일률적으로 신자유주의 개혁은 대세이니 어쩔 수 없다는 이데올로기를 조장해 왔고 거기에 사민당역시도 투쟁의 의지보다는 이러한 조류를 함께 형성하고 공고히 해왔다. 이런 이데올로기는 선거 국면에서 ‘더 많은 일자리, 더 적은 세금’이란 선거용 구호로 도시를 도배하고 있다. 그러나 그 뒤에 생략된 말들, “더 많은 일자리를 위해 노동조건은 더욱 유연화 되어야 하고 해고규정은 약화되어야 하며 기업의 사회보장분담금은 줄여져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해도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을지는 확신은 못한다. 왜? 우리는 정치인들이니까“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을 독일에 묶어 둬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그들의 세율을 낮춰져야 한다. 이것은 모두 국민을 위한 고육지책인 것이다“

이렇게 생략된 말들 밝혀내야 하고 신자유주의적 경제, 정치개혁이 위기를 약화시키지도 해결시키지도 못했던 명백한 결과들에 대해 밝히고 그 책임에 대해 추궁해야 한다. 이미 검증이 나 실효성을 갖지 못하는 정책들이 이름만 둔갑하거나 포장만 새로 해서 끊임없이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형태로 재등장하고 있다. ‘개혁’은 새롭게 고친다란 뜻이다. 그러므로 보수주의자도 사민주의자도 쓸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그 개혁의 내용이 노동자, 시민들의 요구로 채워지기 위해선 다양한 정당이외의 사회정치 집단이 그들에게 압력을 행사해야한다. 그리고 그 압력은 민중과 시민들로 부터 나와야 하는 것이다. 아젠다 2010때문에 슈뢰더는 정치적 타격을 받은 것이 분명하다. 아무리 자본주의 의회정치라도 시민 사회내에서 수용할 수 없는 선이라는 것이 있다. 더불어 의회주의에 너무 익숙한 독일의 시민들은 의회주의 염증에서 벗어나 그들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투쟁해야 할 때다. 이러한 시점에서 좌파당은 하나의 가교가 될 수 있으리라본다.

9월 18일 독일은 연방의회선거를 치룬다. 국민 한 사람이 두 표를 행사할 수 있는데 한표는 지역구의 후보자에게 다른 한 표는 정당을 보고 투표한다. 독일 국민의 선택이 어디로 향할지라도 실망할 필요도 기대를 품을 필요도 크게 없다고 본다. 다만 의회정치를 감시하고 견제하며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을 진행할 수 있는 사회정치집단의 복원과 성장에 열정을 쏟아야 할 적절한 시기가 바로 지금이 아닐까?

노무현 대통령이 벤치마킹 하려는 독일, 일본의 ‘신자유주의 개혁’ 게재 순서
(1)월급 50만원짜리 일자리 170만개 만든 독일의 ‘아젠다 2010’

(2)노대통령이 부러워한 슈뢰더의 승부수? 그리고 아젠다 2010
갈현숙(독일 베를린 자유대 사회학과 박사과정)

(3)우정사업민영화, 340조엔의 우편저축액은 어디로?

(4)민영화 법안은 폐기되었다
요코 아끼모토 ‘ATTAC 일본’ 사무처장
월급 50만 원 일자리 170만 개 만든 독일 ‘아젠다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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