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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기 “프랑스사태, 우파 정부의 오만…68세대 감성 건드려”

 

 

 

프랑스엔 ‘68’이 있고 한국엔 ‘광주’가 있지만...”
프랑스사태 ‘68의 재현?’…“한국, 이겨서 바꾼 경험 없다”
입력 :2006-04-15 09:39   민일성 (mini99999@dailyseop.com)기자
▲ 3월부터 프랑스를 뜨겁게 달군 CPE법률 반대시위가 68년 혁명의 재현이라는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68혁명은 여전히 상존하는 그들의 정신으로 여겨지고 있다. ⓒYTN 화면 캡쳐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가 빈민 청년 실업 해소를 내걸고 야심차게 추진했던 최초고용계약제(CPE)가 결국 학생, 노조의 대대적인 시위에 무릎을 꿇었다.

프랑스 우파 정부는 지난 10일 CPE 철회를 발표했으며 국가의 역할을 대폭 강화한 대책을 발표했다. CPE를 내건 지난 10주간 프랑스 전국 200여 도시에서는 300여만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철회를 촉구하며 연일 시위를 벌였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우리는 크리넥스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거리로 뛰쳐나온 프랑스 민중들의 분노와 외침은 한국 사회와 신자유주의의 물결 앞에 선 많은 국가들에게 무엇을 던져주는가.

이번 프랑스 사태에 대해 프랑스 파리 8대학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은 서용순(39)씨는 프랑스가 믿고 있는 평등과 보편적인 가치가 사람들을 움직이게 한 것이며 신자유주의와의 싸움은 이제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서 씨는 <데일리서프라이즈>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가 1968년 학생운동만큼 심각한 변화를 초래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특기할 만한 것은 학생들이 긴 침묵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며 “앞으로 신자유주의와 그 안에서 살고 있는 대중들의 투쟁은 더욱 격렬해지고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신자유주의를 막을 수 없는 것, 대세로 보면 안 된다”며 “항상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신자유주의는 쉽지 않은 괴물이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따라가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기에 더 가둬놓고 감시해야지 방치해둬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베를린 장벽 붕괴 후 사회주의가 몰락하자 자본주의는 완전히 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번 프랑스 사태는 상황은 계속 그대로만은 가지 않을 것이며 심각한 저항에 부딪히게 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서 씨는 지적했다.

또한 더욱 중요한 것은 프랑스 혁명과 68운동 등을 통해 민중의 긍정의 힘을 경험해본 세대, 서열을 스스로 바꿔본 경험을 해봤던 이들이 신자유주의의 물결 앞에서 다시 한번 긍정의 힘을 얻었다는 것이라고 서 씨는 주장했다.

서 씨는 “이 문제는 젊은 세대들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던져주었고 그동안의 실패와 개인주의에서 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며 시위에 참여했던 당사자들의 의식의 변화를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청년 실업을 희생양으로 기성세대들이 들이댄 ‘자본의 논리’

▲ 프랑스의 젊은이 300만명이 거리에 쏟아져 나왔다. CPE법률의 반대를 기치로 내걸었지만 이 운동은 결국 신자유주의에 대한 본격적인 안티운동이 될 것이라고 프랑스 내부에선 전망하고 있다. ⓒYTN 화면 캡쳐 
최초고용계약법(CPE)은 20인 이상 사업장에서 26세 미만의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용자는 최초 고용 2년간 특별한 사유나 설명 없이도 노동자를 자유로이 해고할 수 있는 법이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도미니크 드빌팽 총리가 빈민지역 청년실업 완화를 위한 대책으로 들고 나왔지만 지난 10주간 범국민적 격렬한 저항에 부딪혔다.

프랑스 실업률의 심각성에 대해 서 씨는 “프랑스는 2%의 저조한 성장률에 15년째 실업률이 15% 이하로 내려간 적이 별로 없다”며 “청년 실업률은 22%에 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성세대가 자신의 이익은 내놓지 않고 노동시장 유연성을 이유로 청년 실업을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서 씨는 주장했다.

프랑스에서는 26세 이하는 해고할 수 없게 되어 있어서 25세까지 일단 취업이 되면 고용 안정성이 유지된다. 그래서 기업이 해고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아예 26세 이하의 젊은 세대를 고용을 하지 않는 것이 일반화됐다.

일부 언론이 대서특필하듯이 프랑스의 평생 고용제 때문에 실업률이 높아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서 씨는 평생 고용이 보장되는 나라가 어떻게 18%까지 실업률이 올라가느냐며 이는 명백한 정치적 선동이라고 비판했다.

서 씨는 “젊은 세대는 10년 전부터 취업에 대한 무지막지한 불안감에 시달리며 살아왔고 그것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그런 세대간의 불균형, 불만 등이 이번 CPE 법안으로 완전 표면화됐다”고 말했다.

또한 프랑스 정치적 상황과 관련해 “드빌 팽 총리가 대선으로 노리고 CPE 법안을 자신의 치적을 삼으려 했고 타협과 대화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움직였던 것 같다”며 그는 “정치권에서도 지원 사격을 많이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결국 과도하게 들이밀었던 드빌 팽 총리의 ‘자본의 논리’는 프랑스 민중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혀 깨질 수밖에 없었다.

“내가 침묵하는 한 나는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

▲ 26세 미만의 최초 고용자는 2년간 고용주의 임의대로 해고가 가능하다는 CPE법에 반대하는 한 젊은이가 스프레이로 자신들의 의지를 담듯 표적을 그리고 있다. ⓒYTN 화면 캡쳐 
어찌 보면 젊은 층에 국한된 법안 하나에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움직일 수 있었을까. 철도 파업, 지하철 파업을 바라보는 우리와는 다른 모습에 대해 서 씨는 정치가 일상화된 프랑스 사회의 특성에서부터 풀어나갔다.

옛 프랑스 대통령이었던 드골 장군은 ‘프랑스 정치가 복잡하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프랑스는 매일매일 다른 치즈를 먹어도 일년 동안 같은 치즈를 먹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사람의 입맛이 그렇게 까다로운데 정치를 하는 것이 쉽겠느냐는 뜻으로 소개한 비유였다.

서 씨는 “이처럼 프랑스 사람들이 세세한 특성이 있기도 하지만 68운동 이후 이들의 의식에는 ‘내가 침묵하는 한 나는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 지킬 수 없다’는 생각이 박혀 있다”고 말했다.

또한 프랑스 사람들은 평상시에 보면 아무 생각도 안하는 것 같은데 일단 어떤 사안을 갖고 토론에 들어가면 말 못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 고등학생 아무나 붙들고 TV 인터뷰를 해도 자기 생각을 잘 말한다.

이는 “교육이 잘 되어 있기 때문”이라며 서 씨는 “68운동이 던져 준 큰 효과는 대학을 국립화하고 통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프랑스 사태에서 자주 비견되고 있는 68운동은 1968년 5월 프랑스 파리 근교의 작은 대학인 낭떼르 분교 학생들의 시위에서 촉발되어 노동자계급의 다양한 부문이 참여한 전국적 운동이다. 모든 기성 체제에 대한 저항운동으로 미국과 서유럽뿐 아니라 체코나 유고 등의 동유럽과 남미, 파키스탄과 일본 등 아시아까지 퍼져나갔다.

프랑스 대학은 모두에게 열려 있다. 시험만 통과되면 거주지 중심으로 대학에 들어간다. 특수한 몇 개 엘리트 교육을 빼고는 대학이 평준화되어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교육적 의식이 사회에 많이 생겨났으며 이에 따라 평등 의식이 구체화되어 누구나 기회를 균등하게 갖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됐다는 것이 서 씨의 설명이다. 그는 “공공의식이 높아졌다”며 “이 때문에 평등 마인드가 프랑스 머릿속에는 상당히 깊이 박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교육을 바탕으로 각인된 ‘침묵 하면 안 된다’ ‘나의 권리를 어떻게든 지킬 줄 안다’는 생각들이 표출된 것이 이번 프랑스 사태의 주관적인 측면이라고 서 씨는 설명했다.

이 모습은 지하철 파업이나 민주노총에서 총파업을 제기했을 때 남의 일로 보는 우리 사회와 대조된다. “언론에서 유도하는 ‘시민 볼모론’이 먹히는데 사실 ‘시민 볼모론’ 자체가 시민들의 화합의 발목을 잡는 ‘시민 볼모론’”이라며 서씨는 “자신의 권리에 대한 의식이 없는 한국에서는 생존권을 지켜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서 씨는 “26세 미만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CPE 법안 하나에 300만명이 쏟아져 나오는 프랑스와 공권력이 투입되고 ‘시민 볼모론’이 대두되면 수그러드는 한국은 분명히 다르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이어 객관적인 측면을 살펴보면 프랑스 민중들이 10년 넘게 우파 정부의 정책을 막아내지 못하고 밀리면서 강화된 위기의식이다. 서 씨는 “교육개혁을 좌절시킨 것, 연금법안 저지 다 실패했다”며 “계속해서 신자유주의 정책에 계속 밀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런 상황에서 우파 정부가 내놓은 CPE는 완전히 젊은 사람들을 언제든지 고용했다가 버릴 수 있다는 법안으로 들린다”며 서씨는 “거기서 ‘우리는 크리넥스가 아니다’라는 외침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내에 위기의식이 팽배해져 ‘다 줘도 이것은 안된다’는 문제 의식이 확산됐다는 것. 그것이 바로 거리로 쏟아져 나온 300만명의 힘이었다.

“복지는 국가의 시혜가 아니라 당연한 국민의 권리”

프랑스 복지국가의 개념은 공교육을 토대로 평등 의식이 고양되면서부터 시작됐다. 80년대부터 자기 형태를 잡아나가 프랑스 사회주의 모델이 완성됐다.

물론 문제도 많아 많은 부분 개혁도 필요하지만 복지는 국가에서 던져주는 선물이 아니라 당연히 받아야 하는 권리라는 인식이 민중들에게 명확하게 자리 잡았다.

서 씨는 “우리는 국가에서 복지정책을 하면 인정을 베풀어준다고 생각하는 데 그것은 ‘거지 근성’”이라며 “프랑스 사람들은 당연히 받아야 할 권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CPE 같은 법안을 던져주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는 모욕으로 다가온다는 것.

그는 “300만명의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오고 과격 시위를 하는 이유가 ‘사실상 나쁜 놈들, 가장 폭력적인 것은 우리가 아니고 너희들(프랑스 정부)이다. 사람을 완전히 기계로 대했다. 휴지조각으로 대한 것이다’라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느냐, 보편적 가치를 침해한 것으로 느끼고 분노하느냐는 ‘역사의 계속성’에 의해 갈라진다는 것.

서 씨는 구체적 예를 소개하며 프랑스인들을 움직이게 한 힘의 근본에 대해 설명했다. 시위대들이 소르본 대학을 점거해 경찰이 이들을 해산시켰는데 그 때 몇몇 대학 총장들은 총리에게 ‘법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편지를 썼다. 파리 10대학을 400명의 학생들이 점거했을 때도 30여명의 교수들은 학생들의 점거시위에 동참했다.

서 씨는 “이러한 행동의 의미는 이번 대규모 시위가 학생들을 동정하거나 또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프랑스가 믿고 있는 평등과 보편적인 가치 때문”으로 “이것이 사람들을 거리로 움직이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87이 바꾼 것이 많은가 IMF가 바꾼 것이 많은가”

서 씨는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닌데 한국에서는 이번 문제를 프랑스 외국인 노동자 문제나 태국의 탁신 총리 실각 문제보다 더 작게 보도했다”며 “한국에서 CPE와 비슷한 법안이 얼마전 통과되기도 했고 의도된 바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싸움을 꾸준히 해왔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또 제대로 싸워본 적도 없다”면서 “싸움을 제대로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이번 프랑스 사태를 곱씹어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서 씨는 한국 노동운동에 대한 충고를 이어갔다. “대중의 자발성이 없으면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면서 “단위노조가 투쟁을 끌어간다는 것은 이미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는 모든 사람의 문제이기에 노조 연합체 단위에서도 담아낼 수 없는 문제”라며 “노조 단위가 정치전방위를 선도해서 될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유럽에서의 좌파도 이미 대중운동의 성공을 뺏어가는 집단으로 인식돼 선거에서의 좌파 승리가 선거의 결과일 뿐 결국은 우파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 민중들 사이에 팽배해진 생각이라고 말했다. ‘투표는 희망이다’는 말도 다 옛말로 대세를 뒤집는 방법은 대중의 자발성밖에 없다는 것.

또한 대중의 자발성이 나올 수 있는 환경으로 서 씨는 “이겨본 경험, 이겨서 서열을 바꿔본 긍정적인 경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80년대 이후 사회가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87이 바꾼 것이 많은가 IMF가 바꾼 것이 많은가 묻는다면 쉽게 대답하지 못할 것”이라며 서 씨는 “한국은 져서 많이 바뀌었지 이겨서 바뀐 경험이 적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서 씨는 “프랑스의 긍정의 힘은 68 이후에 다 나오지만 프랑스의 68을 환상이나 신기루, 향수로 볼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그 사건으로 말미암은 일회성의 변화가 아니라 그 변화가 던져준 교훈을 계속해서 삶으로 피워 나가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며 “그렇게 68 이후의 현실은 계속되며 더 올라가 프랑스 혁명의 현실은 계속된다”며 강조했다. 그는 “그것이 바로 정치가 삶이 되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프랑스에게 68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광주가 있다. 그러나 광주는 우리의 삶 속에서 계속되고 있는가.

서 씨는 “1980년 5월 사건으로 감화를 받고 정치투쟁을 하고 주체가 됐던 사람들이 과연 여전히 계속해서 나아가고 있는가는 의문”이라며 “광주가 우리에게 과연 있는가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사실 68운동의 배신자들도 많지만 자신의 것으로 생각했던 권리, 평등 등 보편적 가치는 그대로 후세대들에게 물려줬다”며 “이런 가치들은 하나도 사라지지 않고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의 광주는 용어조차 제대로 정립되지 못한 채 그 정신이 제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서 씨는 아쉬움을 표했다.

얼마 전까지 프랑스 사태를 직접 보고 온 서용순 박사는 프랑스에서 바디우 지도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현재 철학 아카데미에서 강연을 하고 있으며 진리와 주체적 정치를 위한 책을 집필하고 있다.

ⓒ 데일리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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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 20세기 후반 내내 복지국가 운영 경험”
입력 :2006-04-15 09:38   민일성 (mini99999@dailyseop.com)기자
▲ 홍윤기 동국대 철학과 교수(자료사진). ⓒ 2005 데일리서프라이즈 최고다 기자 
홍윤기 동국대 철학과 교수는 “프랑스의 이번 사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복지국가 운영’을 국시로 표방하며 20세기 후반을 보내온 서유럽 국가의 사회 체제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데일리서프라이즈>와의 인터뷰에서 “서유럽의 경우 2차 대전 이후 거의 반세기인 20세기 후반 내내 ‘복지국가를 운영한다’는 것이 국시였다”며 “프랑스의 경우 복지 예산이 60%에 달하며 서유럽국가 중에는 70, 80%를 넘어서는 국가도 많다”고 지적했다.

복지국가 체제에서는 돈을 벌면 이익을 세금으로 국가에 모아 놓고 국가가 국민의 복지 증진을 위해 운영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것. 홍 교수는 “스웨덴의 경우 최대 갑부의 개인 재산이 800억원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 맘먹고 국가에 헌납하는 재산이 8000억원이라는 것에서 비교가 된다”며 “프랑스 같은 유럽 국가를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다”고 말했다.

“국가의 복지 정책도 우리나라처럼 ‘국가의 덕 좀 봤다’는 식이 아니다”면서 홍 교수는 “우리나라는 복지 예산이 25%정도 밖에 안 되는데 복지 예산 하나 늘이는 것도 굴욕감을 주면서 찔끔찔끔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한국은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 복지에서부터 부동산까지 일일이 간섭하는 목소리가 많아 국민의 복지 증진을 위해 운영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홍 교수는 차이를 지적했다.

이러한 복지국가를 국시로 삼고 삶의 형태를 만들어온 68세대가 프랑스의 저변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이번 사태의 근간이 됐다는 것.

홍 교수는 “프랑스 사회의 저변에는 진보적 의식이 고착돼 있다”며 “사회 저변에서 활동하고 있는 68세대는 사회적 민주주의를 통해 복지 국가를 실제로 운영해 본 경험을 갖고 있고 복지 국가로 생활기반을 닦았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이들의 특성에 대해 좀더 설명했다. 1789년 프랑스 혁명 이후 프랑스는 제국주의는 몰아냈으나 민주화와 자유화는 제대로 실현하지 못했다. 그러나 1968년 학생혁명 이후 기득권 전면 청산으로 서유럽의 오랜 꿈인 민주화와 자유화가 완전히 현실화됐다.

그 구체적 내용으로 홍 교수는 “서구세력의 반동세력인 제국주의, 파시즘, 불필요하게 완고한 보수주의의 정치적 청산, 정치적으로는 평등 개념 실현, 사회적으로는 자유화 분위기”라며 “현실화의 결정적인 역할 한 것이 68세대”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복지국가 체제는 국가의 수혜 차원이 아닌 프랑스인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삶의 질서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중앙정부 예산의 60% 가량이 국민 개개인의 삶의 떠받들어 주고 있는 체제이다.

“신자유주의, 돈에 모든 삶의 질, 보편적 가치를 종속시켜”

그러나 20세기 후반으로 넘어오면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국가의 부를 몇몇 기업에게 몰아주자는 해결책을 내놨으며 이것이 프랑스 국민들의 생활기반을 전면적으로 뒤흔들게 된다.

“저성장, 높은 실업률, 과도한 복지 예산 등 복지국가의 병폐가 있지만 프랑스는 지금까지 해서 삶의 질의 하락과 신자유주의에 의한 오염의 질을 받아들일 감성이 안 되어 있다”며 홍 교수는 “사회 저변의 진보적 지축을 통해 움직이는 서유럽 국민들의 근본적인 감성을 우파 정부가 이번에 건드린 것”이라고 이번 프랑스 사태를 진단했다.

“68 체제가 운영하고 있던 복지국가 체계에서도 국가의 실패가 있다”며 “그 때문에 프랑스 국민들은 우파 정부의 ‘손질’에 대해 거의 저항다운 저항을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비정규직 법안은 이전의 ‘손질’과는 차원이 다른 국가의 실패를 치유하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한 것”으로 “사람들을 완전히 기업의 푸들로 만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자유주의 논리’가 프랑스 시민들이 갖고 있는 삶의 기반과 자존심을 근본적으로 건드린 것이다.

홍 교수는 “분명한 우파 정권의 오만”으로 “우파 정부가 많은 부분 타협을 해야 하는데 그동안의 부분적 치유에 대해 고무돼 오버를 했다”고 말했다.

“작년에 유럽연합 헌법 국민투표를 거부했던 것도 근본적인 감성을 건드렸기 때문”이라며 홍 교수는 “국가적 차원에서 쌓아온 복지국가의 체계를 흔든다고 보았기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신자유주의적 입장에서 세계화를 하려고 했을 때 한계를 여지없이 보여준 것으로 68운동 세대와 부딪힌 것”이라고 홍 교수는 말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서유럽의 진보 좌파는 복지 국가 체제에 기반을 둔 세력이기에 동유럽 국가의 사회주의에 복속된 사람들과는 의식의 질이 다르다”며 “강력한 시민 의식과 자기 삶의 조건에 대해 투철한 의식 갖고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정치적 억압 속에서 반세기를 보낸 사람들과는 질이 다르다”고 동유럽과 서유럽을 구분해 설명했다.

한미FTA 협상을 눈앞에 두고 있는 한국의 경우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 철학에 대한 물음에 먼저 답해야 한다고 홍 교수는 지적했다.

“미국과의 거래에서 돈만 계산할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며 그는 “ FTA나 신자유주의나 이익에 다른 것을 다 종속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익은 반드시 보는 사람만 보며 또한 이익이 있으면 손해가 있기 마련으로 이익만 보는 거래는 있을 수 없다”며 홍 교수는 “이익을 보고 난 후 지불해야 할 삶의 비용을 투명하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렇기에 한미 FTA 협상 과정을 투명하게 해야 하며 협상을 통해 얻은 이익이 얼마만큼 어떻게 삶의 질을 지배하는가를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라크 파병 문제에서도 정부는 국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하면서 투명하게 공개한 부분이 없었다며 홍 교수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치권의 질이 문제”라면서 “ 정부는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고 야당인 한나라당은 정부한테 굳은 일 다 맡겨놓고 ‘나 몰라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 교수는 “국민들이 신뢰를 얻을 수 있는, 투명성과 삶의 질서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야 한다”며 “돈을 안 갖다 줘도 좋으니 우리 삶의 수준을 제대로이야기 해주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 데일리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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