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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현 정권서 GDP 2계단 하락” 기사의 이면은?

조선 “현 정권서 GDP 2계단 하락” 기사의 이면은?
[미디어분석] 같은 통계 자료에 서로 다른 제목, 그 미묘한 차이의 경계
입력 :2006-08-30 08:10:00   이응탁 (et-lee@dailyseop.com)기자
통계청이 지난 28일 세계 주요국가의 통계를 비교한 ‘통계로 본 세계 속 한국’이란 자료를 내놓았다. 그 내용은 대략 이렇다.

국내총생산(GDP) 세계 12위
2005년 GDP(당해년가격 기준)는 전년보다 15.7% 증가한 7,875억 달러로 세계 12위 규모. - 2004년과 비교해, 세계 15위 규모였던 브라질이 우리나라를 앞지름.

1인당 국민총소득(GNI) 세계 29위 수준
2005년 GNI(당해년가격 기준)는 전년보다 14.8% 증가한 16,291 달러로 세계 29위 수준.

수출은 세계 12위, 수입은 세계 13위 규모

무역의존도는 OECD 국가 중 9위
2005년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는 69.3%로 2004년에 비해 1.0%p 감소. 2002년 57.5%, 2003년 61.3%, 2004년 70.3%로 국가경제 규모에서 무역 규모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음.

외환보유액은 세계 4위
2005년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2,103억 9100만달러로 2004년과 비교해 5.7%(113억 2500만달러) 증가.

경제성장률은 4.0%로 OECD국가 중 7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OECD국가 평균 수준
2005년 우리나라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2.7%로 OECD국가 평균(2.6%)과 비슷. 2004년 3.6%에 비해 0.9%p 물가상승률이 낮아짐.

실업률은 OECD국가 중 두 번째 낮은 수준
2005년 우리나라의 연평균 실업률은 3.7%로 OECD국가 중 아이슬란드(2.6%)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준. 2002년 3.3%, 2003년 3.6%, 2004년 3.7% 등 2002년이후 3%대의 실업률 유지.



이 같은 자료를 바탕으로 28일 각 신문이 내놓은 기사 제목은 다음과 같다.

<조선> 韓國경제, 브라질에 추월당해…현정권서 GDP 2단계 하락 세계 12위로

<동아> 한국GDP 1단계 하락 / 브라질에 추월당해 / 세계 12위로…가구당 빚은 3400만원 돌파

<중앙> 브라질에 밀려 GDP 세계 12위 / 한국, 2003년에 추월했다 재역전 당해

<한국> 한국 GDP 12위…한 계단 ↓

<경향> GDP 브라질에 추월당해 12위 / 美·日과 격차는 좁혀져

<한겨레> 한국 GDP 세계 12위 1인당 소득은 29위 / 지난해 기준 통계청 자료…물가는 OECD국 중 낮은 편


대부분의 신문들은 한국이 브라질에 GDP가 추월당한 사실을 제목으로 뽑으며 순위하락을 강조했다. <경향>이 GDP에서 미·일 격차를 좁혔다는 사실을 부각한 것과 <한겨레신문>이 물가 수준이 낮다는 것을 강조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큰 차이가 없다.

기사 역시 대부분 통계청의 자료를 ‘곧바로’ 전달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기사를 1면에 배치하고 제목에 ‘현 정권서’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의 방향 설정이 잘못됐다는 듯한 미묘한 여운(?)을 남겼다.

▲ <조선> 29일자 1면 

<조선>은 기사에서도 “브라질이 2003년 초 룰라 정권 출범 이후 본격적인 경제성장 궤도에 진입하면서 경제규모 순위를 4단계 끌어올린 반면, 한국은 현 정권 들어 순위가 두 계단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 경제는 12위 자리를 지키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13위인 멕시코는 주춤하고 있지만 14위인 러시아와 호주가 무섭게 성장하면서 한국을 뒤쫗고 있기 때문”이란 관측도 덧붙였다.

그런데 <조선>의 ‘미묘한 여운’(?)은 이날 <동아>사설에서 명확한 주장으로 드러났다.

<동아일보>는 ‘함께 출발한 노무현과 룰라, 역전된 경제성적표’란 사설에서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과 비슷한 시기인 2003년 초 취임했고 ‘평등’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좌파 리더라는 점도 비슷하다”고 설명한 후 그러나 룰라 대통령은 시장친화적 정책으로 성공적 경제성장을 이룬 반면, 노 대통령은 반기업적 정책으로 잠재성장률도 달성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브라질과 한국의 대조적인 경제성적표는 경제정책의 방향 설정과 최고통치자의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일깨워 준다”고 주장했다.

<동아>에 이어 <문화일보>도 이날 사설에서 통계청의 자료를 인용하며 “한국경제가 안팎으로 주저 앉고 있다”고 밝혔다.

<문화>는 ‘노 정권 3년반, 안팎으로 주저않는 한국경제’라는 사설에서 “노 정권과 같은 시기에 출발한 룰라 브라질 대통령이 출범 당시 좌편향 우려를 불식하고 성장정책을 주도해 브라질 GDP의 순위를 4계단 끌어올리는 동안 한국은 2단계 미끄러졌다”고 설명하고 권오규 경제부총리의 발언을 인용하며 “최근 경기 둔화 추세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늦기전에 남은 임기 동안만이라도 경제정책의 패러다임을 친 시장, 친기업으로 일신시켜 기업을 통한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전세계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자유무역협정(FTA)도 그만큼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날 <국민일보>는 같은 사안을 보도하며 <조선>, <동아>, <문화>와는 다른 입장(?)을 견지했다.

<국민>은 ‘작년 GDP 12위 / 1인당 국민소득 29위’라는 기사에서 ‘우뚝 선 우리 경제’란 소제목으로 GDP, GNP, 경제성장률, 수·출입액에 관한 통계자료를 보도했다. 또한 ‘낮은 물가와 실업률’이란 소제목으로 해당 내용을 전달했다.

ⓒ 데일리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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