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절단하고 용접하고 뚝딱뚝딱! 곤충로봇 탄생이요"

절단하고 용접하고 뚝딱뚝딱! 곤충로봇 탄생이요"
전남 강진의 폐농기계 로봇작가 주복동씨
텍스트만보기   조찬현(choch1104) 기자   
▲ ‘정밀농기계’ 입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공장에 들어서니 제일 먼저 로봇들이 반긴다.
ⓒ 조찬현
전남 강진 작천면에 가면 각종 고물과 폐농기계를 이용해 멋진 작품을 만드는 유명한 로봇작가가 있다고 한다.

소문을 듣고 지난 9월 21일 그를 만나러 길을 나섰다. 강진읍에서 829번 지방도를 따라 작천 가는 길. 논은 푸른빛을 감추고 점점 황금빛으로 변해간다. 고개숙인 벼 이삭과 아름다운 들녘의 풍경에 취해 금곡 효도마을 앞에서 한참을 머물다 길을 재촉했다.

작천 면소재지에서 좌회전해 작천 초등학교를 지나 100여m 가면 담장에 허름한 '정밀농기계'라는 입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공장에 들어서니 제일 먼저 로봇들이 반긴다. 말을 하는 로봇도 있다. 농기계를 수리하다가 보면 여기저기 널브러지고 기름때에 찌들 법도 한데 공장 안은 깨끗하고 정갈하게 정리정돈이 잘 되어있다.

▲ 제일 먼저 만난 태권브이 로봇
ⓒ 조찬현
타고난 재주꾼... 고철에 혼을 불어넣다

윤기가 번들번들한 공장 바닥은 흘린 밥풀떼기를 주워 먹어도 될 성싶다.

"공장 안이 참 깨끗하네요."
"허허~ 원래 깨끗하니 해요."

예초기를 수리하고 있던 주씨가 웃으며 대답을 한다.

"저~ 소문 듣고 구경 좀 하러 왔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그나저나, 야~! 정말 대단하네요. 어떻게 이렇게 멋진 작품들을 만들었데요?"
"직업인 농기계수리를 하다 보니까 저절로 기계의 작동원리를 터득했어요."

그 기술을 응용했다. 온갖 폐품들을 모아서 하나 둘 정성을 다해 만든 혼이 서린 작품이다. 도면 하나 없이 순전히 상상력만으로 이 많은 작품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그저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부친의 업을 이어받아 고향 사람들의 농기계를 수리하는 '정밀 농기계' 대표 주복동(56)씨. 그는 남다른 관찰력과 기억력을 가진 탁월한 재주꾼이다.

절단하고, 용접하고, 뚝딱! 곤충로봇 여치 탄생!

▲ 곤충로봇 여치를 최초 공개하고 제작과정을 설명하는 ‘정밀 농기계’ 대표 주복동씨.
ⓒ 조찬현
"모두 고물 폐농기계 및 고철을 모아 용접하여 만든 로봇입니다. 설계도나 도면 없이 그때그때 생각날 때마다 만들었어요."

그는 가끔 작품을 만들고 싶을 때가 있단다. 그때 구상한 생각을 나름대로 정리해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 작품을 만든다. 가장 최근에 만든 작품은 여치. 날개를 열자 내부에 모터와 건전지가 들어있다.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 뒷다리에 구동축을 연결했다. 전원 스위치를 켜면 모터가 작동하여 여치가 움직인다.

움직이는 여치의 부품을 자세히 살펴보자. 머리는 동력분무기의 체인기어와 예초기 커버를 이용했다. 더듬이는 경운기 와이어를 절단해 사용했고, 눈은 경운기 변속 레버 손잡이다.

또한 철근으로 몸체의 골격을 만들었고, 제품 보호용으로 쓰이는 철판을 절단해 날개를 만들었다. 바퀴와 뒷다리는 시장갈 때 사용하는 밀차에서 떼 왔다. 동력장치인 모터는 자동차의 와이퍼 부품이며 소형 배터리는 관리기용이다.

여치 만드는데 소요된 금액은 총 5만원이다. 배터리는 폐차장에서 1만 원에, 소형배터리는 신품으로 2만5천원에 구입했다. 각종 스위치와 락카 페인트 기타 부품값이 1만 5천원이다. 틈틈이 생각하면서 가장 최근에 3일간 작업을 해 완성했다. 여치와 대부분의 곤충은 아직 언론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이다.

황소에 학에 개구리에, 앗! 쇠똥구리도 있네!

▲ 쇠똥을 굴리고 있는 쇠똥구리
ⓒ 조찬현
▲ 황이슬(작천초4년·11)양은 친구와 함께 황소로데오를 타며 즐거워한다. 친구 혜성이가 손잡이를 돌리자 황소가 위 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 조찬현
황이슬(작천초4년·11)양은 친구와 함께 황소로데오를 타며 즐거워한다. 친구 혜성이가 손잡이를 돌리자 황소가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아요."
"신기하고 좋아요."

소 잔등을 만져보고, 황소 등에 올라타기도 하며 아이들은 신이 났다. 깔깔대며 즐거워한다. 아이들의 마냥 해맑은 모습이 아름답다.

▲ 현관에 있는 학 한 쌍이 무척 다정해 보인다.
ⓒ 조찬현
▲ 무당벌레와 개구리
ⓒ 조찬현
안집 정원에는 개구리와 각종 곤충들이 전시되어 있다.

현관에 있는 학 한 쌍이 무척 다정해 보인다. 정원 귀퉁이에도 4마리의 학이 있다. 수컷은 망을 보고 암컷은 먹이를 먹고 있다. 이 학들은 오토바이 배기통과 농기계의 기름 탱크를 이용해 만들었다.

개미는 폐품 이앙기 부품으로, 메뚜기는 경운기 핸들을 구부려 만들었다. 한 쌍의 사슴은 머플러 파이프와 베어링, 경운기 부품을 한데 모아 용접했다. 수탉의 몸통은 경운기 연료탱크다. 경운기 부품 케이블로 꼬리 깃털을, 머리는 탈곡기 기어, 부리는 이앙기 부품이다.

▲ 한 쌍의 사슴은 머플러 파이프와 베어링, 경운기 부품을 한데모아 용접했다.
ⓒ 조찬현
▲ 수탉의 몸통은 경운기 연료탱크다. 경운기 부품 케이블로 꼬리깃털을, 머리는 탈곡기 기어, 부리는 이앙기 부품이다.
ⓒ 조찬현
▲ “곤충을 고철로 만들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해요.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아요.”
ⓒ 조찬현
쇠똥을 굴리고 있는 쇠똥구리, 매미와 거미, 사마귀, 무당벌레, 개미, 메뚜기 등 곤충의 종류도 정말 다양하다. 민준호(작천초5년·12)군은 각종 곤충을 관심 있게 살펴보고 있다.

"곤충을 고철로 만들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해요.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아요."

준호는 로봇 구경이 벌써 5번째다. 하지만 로봇곤충은 오늘 처음 봤다고 한다.

"저도 만들고 싶어요."
"그럼, 공부를 아주 열심히 해야지."

단순한 생각으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작품들이다. 한 마디로 기가 찬다. 작품 활동은 올해로 4년째, 만든 작품은 총 70여 점이다. 주씨는 동물로봇, 농기구로봇, 곤충로봇 등을 만든다.

상상만으로 탄생한 작품들

작품은 관찰도 하고, 만져볼 수도 있다. 일부 작품은 체험도 할 수 있어서 아이들에게 인기 짱이다.

그의 부친도 농기계 수리 기술자였다. 어려서부터 부친에게서 자연스럽게 보고 배웠다. 그는 전통 민속품과 농기구를 20년 전부터 수집했다. 민속품과 로봇을 전시하는 박물관을 하나 차려 볼까 하는 하는 생각 때문에 만들기 시작했단다.

벽면 선반과 천장 곳곳에 민속품이 숨어있다. 벼나 콩의 쭉정이와 먼지를 골라내는 커다란 풍구가 두 개나 있다. 쌀·콩·팥 등의 곡식을 담아두는 뒤주도 있다. 맷돌, 절구통, 쟁기, 써레, 베틀 등 무려 500여 점이나 된다.

민속품과 어울리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다 폐품을 이용해 한 점 두 점 만든 것이 이렇게 많은 작품이 됐다. 자료사진도 안보고 상상만으로 이렇게 실물과 똑같이 만들었다는 것이 정말 믿기지 않는다.

앞으로 작품을 보관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그는 말한다. 그의 소원이 이루어져 여러 사람이 좋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2006-09-23 13:41
ⓒ 2006 OhmyNews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